니콘 FM2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복날이면 보신탕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어떻게 반려동물인 개를 잡아먹을 수 있느냐는 공세에 예부터 전해내려온 뿌리 깊은 음식문화일 뿐이라는 방어가 끝없이 이어진다. 보신탕에 대한 다양한 찬반의견을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니 결론이 날 수 없는 문제다. 모두 ‘개인의 취향’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면 된다.
보신탕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자. 복날에 생각나는 것은 보신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도 있다. 항상 잊고 있다가도 복날이 되면 이 카메라가 생각난다.
1994년은 개띠해 갑술년이다. 개띠해인 이때를 기념해 만든 카메라가 ‘믿거나 말거나’ 있다. 니콘은 인기 있던 FM2를 티타늄 몸체로 특별제작했다. 생김새나 성능은 FM2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갑술년 FM2’는 구하기 힘든 ‘초절정 귀한 아이템’이지만 FM2는 1982년 생산이 시작되어 2000년 단종될 때까지 니콘을 카메라업계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린 베스트셀러였다. 니콘 FM2의 역사는 전 모델인 FM이 개발된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콘은 FM2를 단종시킨 이듬해인 2001년 FM3A를 새로 출시해 2006년까지 생산했다. 그야말로 FM 시리즈는 30년 동안 사랑받은 장수 카메라이다. FM 시리즈는 FM부터 FM2, FM3A로 이어지면서도 기능은 향상됐지만 외관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금도 수동 필름카메라라고 하면 먼저 니콘 FM2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갑술년 FM2’의 전면에는 개띠해를 기념하기 위해 개의 옆모습이 새겨져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명견 아키타와 닮았다. ‘갑술년 FM2’ 생산대수는 단 300대. 기념판 카메라가 보통 1000~2000대 정도 만들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 ‘갑술년 FM2’는 기념판 중의 기념판인 셈이다. 워낙 생산대수가 적어 일반 소비자가 구할 수도 없었다. 이베이에서 찾았던 ‘갑술년 FM2’는 보통 3000달러 안팎, 약 360만원 정도. 현재 FM2의 국내 중고가가 25만원 안팎이니까 거의 15배나 비싸다.(배송비와 세금을 합친다면 4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단지 개의 옆모습만 없을 뿐 똑같은 외관과 성능을 가진 FM2/T의 가격이 50만~60만원 정도라는 것을 봐도 엄청난 가격이다. 국내에선 한번도 실물을 본 적이 없다. 니콘에서 선물용이나 이벤트용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개썰매만을 이용해 1만2000㎞를 횡단해서 북극점에 발을 디뎠던 위대한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를 기념해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음각된 개는 우에무라 나오미의 북극탐험 당시 썰매를 끌었던 개라고. 니콘이 북극탐험에 나선 우에무라 나오미를 위해 F2 3대를 특별제작했던 사실만 놓고 봐도 설득력 있다. 그리고 우에무라 나오미가 1984년 매킨리에서 실종된 해로부터 딱 10년이 지난 갑술년에 출시됐으니 더욱 신빙성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확한 자료를 찾을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
글 조경국 카메라칼럼니스트·사진출처 이베이닷컴(e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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