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떡볶이 전문점인 ‘아딸’의 외관.
[매거진 esc] 전문가와 함께한 아딸·올리브·신떡·국대·죠스 등 5곳 시식기
떡볶이 체인점의 ‘춘추전국’ 시대다. 지난해 12월 기준 농림수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떡볶이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2203곳으로, 1년 전의 1075곳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최대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인 ‘아딸’의 점포 수는 2008년 250곳에서 현재 700여곳으로 늘어났고, 비비큐의 ‘올리브 떡볶이’ 점포 수도 현재 280곳이나 된다. 떡볶이 체인점이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경기침체 시기에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쉬운데다, 최근 들어 정부 주도의 ‘떡볶이 세계화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난해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떡볶이연구소’ 문을 연 데 이어 ‘떡볶이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우후죽순 하고 있는 떡볶이 체인점들의 맛은 어떨까? 아딸과 올리브 떡볶이, 신떡 등 유명 체인점과 신생 체인점으로 블로거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죠스 떡볶이와 국대 떡볶이 등을 ‘떡볶이 마니아’이자 요리 파워블로거인 강선옥씨와 함께 찾았다. ‘라자냐’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강씨는 떡볶이를 비롯한 134가지의 간식 레시피를 담은 <라자냐의 간식타임>을 펴내기도 했다. 기사는 강씨와 함께 이들 매장들이 모여 있는 홍대 앞, 마포, 숙대 앞 등을 투어한 뒤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아딸 | 국내 최대 떡볶이 체인점인 ‘아딸’은 1972년 문을 연 ‘문산튀김집’이 그 모태다. 문산튀김집은 전국에서도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졌다. 이 문산튀김집의 사위가 장인의 솜씨를 물려받아 2002년 처음 이대 앞에서 ‘아딸’이라는 상호로 떡볶이집을 열었고 한달 평균 20군데 이상씩 체인점을 확장하면서 국내 최강 떡볶이 전문점이 됐다.
맛을 본 결과, 소스는 물엿을 많이 넣어 단맛이 강하고 떡은 오래 끓여 퍼진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거리에 널려 있는 포장마차표 떡볶이 맛이었다. 강씨는 “아딸 초창기에는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은 그 맛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워낙 체인점이 많다 보니 집집마다 모두 맛이 같을 순 없겠지만, 본사 주장대로 전국에서 똑같은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튀김과 순대도 언급할 게 없을 정도로 평이한 맛이었다. 다만 언론 기사들로 도배된 벽만이 떡볶이 전문점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다.
◎ 올리브 떡볶이 | 유명 치킨점 브랜드인 비비큐에서 운영하는 떡볶이 프랜차이즈다. 2007년 대치동 경기여고 앞에서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떡볶이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밀떡볶이, 쌀떡볶이, 궁중떡볶이, 치즈떡볶이, 카르보나라떡볶이 등 메뉴가 다양한 게 특징이다. 고추장 대신 간장이나 흰 크림을 소스로 개발하는 등 ‘떡볶이의 세계화’를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체인점이다. 하지만 모든 매장에서 이 모든 메뉴를 파는 것은 아니다. 각 매장은 위치나 매출 등을 고려해 메뉴를 정하는데, 기자가 찾은 매장에선 밀떡볶이와 쌀떡볶이 등 2종류만 팔고 있었다. 하지만 맛은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다. 아딸과 마찬가지로 포장마차 떡볶이의 맛과 거의 흡사했다. 즉 물엿을 많이 넣어 단맛만 강했을 뿐, 개성도 없고 특징도 없었다. 튀김이나 순대도 마찬가지였다. 강씨는 “워낙 매장이 많다 보니 맛이 들쑥날쑥한 것 같다. 다른 매장은 여기보다는 맛이 더 나았다. 물론 나았다고 해도 맛이 그다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신떡 | 1999년 대구 신천시장에서 유명한 떡볶이집으로 출발해 2003년 서울에 진출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중국에까지 진출한 체인점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서 가장 매운 떡볶이’를 추구한다. 대구 원조집에서 먹어보았다는 강씨는 “대구에선 아예 떡볶이 위에 고춧가루로 만든 다대기를 얹어놓았는데 서울에 진출하면서 매운맛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평했다. 매운맛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매운맛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연신 물을 들이켜게 되는 매운맛이었고, 단맛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신떡에선 달달한 음료인 ‘쿨피스’를 함께 판다. 메뉴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떡볶이’라는 설명이 붙은 ‘신떡’ 외에 ‘매콤달콤 떡볶이’라는 ‘매떡’, 자장 떡볶이인 ‘짜떡’, 카레 떡볶이인 ‘카떡’ 등 4종류가 있다.
강씨는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맛있기는 어려운 맛이지만 길들여지면 맛있다고 여겨지고 중독이 될 수 있는 맛”이라며 “별미로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 죠스 떡볶이 | 2007년에 문을 열었으며 지금 서울·경기권에 모두 25곳의 매장이 있다. 최근 블로그에 가장 많은 평가가 올라오는 인기 떡볶이 체인점이다. 일단 떡볶이 소스 색깔이 고춧가루가 보이지 않게 매끄럽게 처리된 먹음직스러운 붉은색이다. 떡볶이 맛의 특징은 첫맛과 끝맛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 처음에 먹으면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끝맛은 매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즉 “아 달다”로 시작했다가 “아 매워”로 끝난다는 것. 이 집 떡볶이 마니아들은 이런 맛을 사랑한다고 한다. 태국고추를 넣은 매콤한 국물을 함께 주는 것도 특징이다.
튀김은 튀김옷도 두껍지만 그 안의 식재료도 두꺼워서 ‘실하다’는 느낌을 준다. 튀김옷은 치자를 넣어서 먹음직스러운 노란색을 띠고 있다. 이 집 마니아들은 튀김에도 큰 점수를 주고 있다. 순대 역시 카레향을 살짝 가미한 개성 있는 순대를 내놓고 있다.
◎ 국대 떡볶이 |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에만 14개 매장을 오픈한 신생 떡볶이 체인점으로 일단 깔끔하고 모던한 매장 외관이 눈길을 확 끈다. 20대 건장한 청년 5명이 손님을 받을 때나 손님이 떠날 때나 큰 목소리로 인사 합창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밝고 환한 목재를 주재료로 해, 분식집보다는 트렌디한 맛집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떡볶이는 일단 떡이 가늘고 부드러운 게 특징. 표면은 매끄럽지만 힘이 있어서 쫄깃했다. 소스는 단맛이 적고 개운하고 칼칼해 맛이 단정하고 절제된 느낌이었다. 튀김은 튀김옷이 얇아서 식재료 맛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있었다. 업체 쪽 설명에 따르면 튀김 기름을 하루에 1~2번씩 교체하며 바싹한 느낌을 주기 위해 2번 튀긴다고 한다. 매장이 주로 홍대 앞과 강남 등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에 자리잡고 있는데, 맛이나 인테리어, 서비스 등이 트렌드를 예민하게 쫓는 20대 젊은이, 특히 여성 손님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비비큐에서 운영하는 ‘올리브 떡볶이’.
매운맛으로 유명한 ‘신떡’.
첫맛은 달고 끝맛은 매워 인기 있는 ‘죠스 떡볶이’.
떡이 가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인 ‘국대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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