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다이 렌즈 변환 어댑터.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이 강해질수록 카메라 장비에 대한 집착도 커진다. 아무리 비싼 최신형 카메라라도 언젠가는 단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렌즈의 선예도와 저 바디의 성능이 합쳐진 ‘나만의 카메라’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약 100대가 넘는 카메라를 지름신의 부름에 ‘절대 복종’하면서 구입했던 필자의 경험을 비춰 보건대 완벽한 카메라는 없다. 전지전능한 신이 만든 카메라라도 결점은 있으리라. 카메라의 성능이 훌륭한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갈고닦은 사진가의 실력만이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카메라는 도구에 불과하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옛사람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사진집 시리즈 <러브>, <프렌드십>, <패밀리>(도서출판 이레)는 뉴질랜드 M.I.L.K 출판사가 세계 164개국 1만7000명의 사진가들에게서 4만여장의 사진을 받아 그 가운데 세 가지 주제에 맞는 100장씩의 사진을 가려 뽑아 엮었다. 9개 언어로 번역된 이 사진집들은 세계적으로 100만부 이상 팔렸다. 이 사진집 끝머리에는 사진가를 소개하는 짤막한 글과 사진가가 사용한 카메라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다. 카메라 장비의 세계에서 끼워주지 않을(?) 저렴한 카메라도 있다. 하지만 그 저렴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찡하다. 그 사진들은 카메라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철없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에도 ‘자신만의 카메라’를 꼭 만들고 싶다면 ‘렌즈 변환 어댑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사진애호가라면 니콘 렌즈를 캐논 바디에 사용하거나, 라이카 렌즈를 올림푸스 바디에 장착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한다. 장비들을 통째로 바꾸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한 방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만약 캐논 EF 50㎜ F1.4 표준렌즈를 니콘 D700 바디에 장착하고 싶다면 렌즈 변환 어댑터를 마운트 부분(바디와 렌즈가 결합하는 지점)에 장착하기만 하면 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계 회사인 와이드팬, 켄코, 킨다이에서는 사용자가 많은 렌즈와 바디에만 장착할 수 있는 렌즈 변환 어댑터를 제조했었다. 최근에는 파나소닉 GF1, 올림푸스 EP-1 같은 카메라를 위한 렌즈 변환 어댑터도 출시하고 있다. 명품으로 이름난 라이카, 카를 차이스 렌즈도 렌즈 변환 어댑터만 있으면 최신형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에 장착해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야 렌즈 변환 어댑터가 우리나라 사진가들에게 주목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일본 카메라 수입업자들의 대표적인 관심거리였다. 그들은 청계천에서 밀링머신으로 렌즈 변환 어댑터를 만드는 우리나라 카메라 수리공들의 기술을 믿었다. 수리공들의 손에서 소량 생산되던 제품은 그렇게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불과 10여년 전 일이다. 30년 넘게 카메라 개조와 수리를 해온 충무로 김카메라 김병수 대표가 전해주는 추억담이다. 만약 규모를 키우고 독자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청계천 카메라 수리공들의 렌즈 교환 어댑터는 세계적인 제품이 되었을지 모른다. 아마도 와이드팬, 킨다이 같은 회사가 지금쯤 충무로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렌즈 교환 어댑터를 볼 때마다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제공 필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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