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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세계가 온다

등록 2010-06-09 19:59수정 2010-06-11 15:27

상상 그 이상의 세계가 온다
상상 그 이상의 세계가 온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손안의 천리안, 모바일 증강현실의 세계
하늘을 비추면 그날의 날씨 정보가 뜨고, 거리를 비추면 인근 점포들의 전화번호와 기타 정보들이 무수하게 떠오른다. 스마트폰이 몰고 온 가공할 혁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의 세계다. 이제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고 상호를 검색해서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일도 어느덧 구시대의 습속이 돼버렸다. 검색어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비추는 것만으로 천지사방의 정보가 내 손안으로 들어온다.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그대로 “무서운 세상이야!”라는 장탄식을 내뱉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이폰의 국내 도입과 함께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이 이 땅을 휩쓴 반년 남짓한 시간 동안, 현실의 풍경에 가상을 덧댄 모바일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들은 이렇듯 이용자의 일상의 풍경을 뒤바꾸고 있다.

외근이 잦은 직장인 성아름(29)씨는 낯선 곳에 갈 때마다 먼저 아이폰에 설치된 ‘어디야’(Odiyar)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실행한다. 카메라를 사방으로 휘휘 돌리는 것만으로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의 방향과 거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편을 확인한 그는 편한 마음으로 외근을 마치고 짬이 생겼다. 생각해 보니 점심식사 뒤에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처음 와본 동네에서 커피전문점을 찾아야 하지만 성씨는 지나가는 이를 붙들고 굳이 가까운 가게를 물어볼 필요가 없다. ‘아이 니드 커피’(iNeedCoffee) 앱이 모퉁이 하나 너머에 숨어 있는 커피전문점을 즉시 찾아주었다. 현금을 인출해야 하는 상황에도 이젠 예전처럼 가까운 현금인출기 아무 곳에서나 비싼 수수료를 물고 돈을 뽑지 않는다. ‘스캔서치’(ScanSearch)의 검색항목에서 ‘은행’을 선택하여 카메라를 여기저기 비춰보면 멀지 않은 곳에 주거래은행이 있다는 사실을 금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들이대면 주변 정보 모두 떠

책 표지를 카메라로 찍으면 최저가 등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스캔서치.
책 표지를 카메라로 찍으면 최저가 등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스캔서치.

성씨가 애용하는 이 세가지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카메라에 비친 현실의 3차원 영상 위에 관련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증강현실 프로그램들이다. 실제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이 증강현실의 정의이다.(위키피디아) 땅을 딛고 선 현실을 중요한 매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가상현실’과는 다르다.

“지도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빠르고 일목요연해서 편리해요.” 성아름씨가 말하는 증강현실 프로그램들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지역의 어떤 공간을 검색하려고 할 때는, 먼저 머릿속에서 단어들을 정리한 다음(예를 들어 ‘논현동 커피전문점’), 그 단어들을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증강현실을 통한 지역정보 검색에서는 이 번거로운 두 단계가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만으로 가볍게 생략된다.


심지어 종래의 방식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한 상황들도 있다. 이를테면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어느 동네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가까운 커피전문점을 찾아야 하거나, 유명한 회화만을 보고 누구의 어떤 작품인지 알아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휘들을 총동원하여 동네의 풍경이나 그림의 디테일을 설명한다고 해도 기존의 인터넷 검색은 대개 만족스런 답변을 주기 힘들다. 검색 사이트 구글의 최고경영자인 에릭 슈밋도 “구글은 사용자들의 검색욕구를 5% 이상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증강현실 프로그램들은 그 5%의 벽을 깨기 위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애플리케이션들을 포함하여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은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앱들. 2008년 최초의 모바일 증강현실 프로그램인 ‘위키튜드’(Wikitude)의 등장 이후 지역정보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은 교통·위치·업체 등을 모두 검색할 수 있는 범용 앱부터, 약국·주차장·커피전문점 검색 등 특정 정보만 선별하여 제공하는 앱까지 다채롭게 발전해 왔다. 이런 지역정보 애플리케이션들이 눈앞에 보이는 건물 저 너머의 가게 정보까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이 투시술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 장착된 위성항법장치(GPS)와 디지털 나침반이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하여 거리와 방위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증강현실의 연구는, 지피에스 같은 센서를 통해 마치 세상을 꿰뚫어보는 척하는 프로그램들이 아니라 실제로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시스템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미래에서 온 로봇의 시각으로 보면 전방의 인간에 대한 생체정보가 자동으로 나열되던 것처럼, 현실의 사물을 컴퓨터가 곧바로 인식하여 관련 정보와 분석을 내놓는 프로그램들에 관한 연구들이 그것. 컴퓨터가 삼라만상을 모두 알아보기란 현재의 기술로 불가능한 노릇이다 보니, 기계가 알아볼 수 있는 인식표를 이용하는 방법이 이 분야에서 특히 발전되어 왔다.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하여 최저가를 일러주는 앱이나, 컴퓨터가 알아보는 특정한 마커나 태그를 활용하여 카메라를 비추면 그 마커에서 3차원 캐릭터들이 솟아올라, 마치 현실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임 프로그램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바코드뿐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화가 이루어진 책 표지, 영화 포스터, 미술품, 유명 사진, 음반 재킷 등의 2차원 이미지를 인식하여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는 수준은 물론, 최근 티에이티(TAT)라는 스웨덴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체에서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데모버전까지 발표했다.

그림을 비추면 3차원 그래픽이 보이는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그림을 비추면 3차원 그래픽이 보이는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감도 커

이렇듯 모바일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은 대개 스마트폰이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가장 놀라운 기능들로 받아들여지지만 딱 그만큼의 공포감을 낳기도 한다. 이를테면 범용 증강현실 지역정보 애플리케이션인 ‘레이어’(Layar)를 이용하면 사용자 주변에 있는 트위터 사용자들의 목록까지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겸직교수이자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스캔서치’를 개발한 ㈜올라웍스의 최고전략책임자인 류중희씨도 이런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 2월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모바일 증강현실 서밋’에서도, 세계 유수의 증강현실 서비스사 임직원들 모두 프라이버시 문제가 향후 증강현실의 중요한 화두라는 데 공감했다. 아직까지는 사용자를 인식하는 기술이 완벽한 상황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려주는 로그 정보가 유출되면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새롭고 놀라운 기술에 열광하기에 앞서, 개인정보를 지키는 데 소홀해지는 것은 아닐지 사용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증강현실 앱의 구동원리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굳이 텔레비전 내부의 원리를 알 필요는 없지만, 스마트폰의 증강현실 프로그램들이 선사하는 마술 같은 순간들은 숨은 트릭을 밝혀내고 싶다는 욕구를 부채질한다. 천리 바깥 길거리의 풍경도 단번에 잡아내는 증강현실의 비법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다음과 같은 장치들에 있다.

◎ 카메라 | 스마트폰의 눈. 책 표지나 음반 재킷을 스캔하여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중요한 구실을 수행하나,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앱들에서는 현실 공간을 보여주는 창 구실을 할 뿐 스마트폰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아무런 구실도 하지 않는다.

◎ 지피에스 | 위성항법장치.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용자의 정확한 위도와 경도를 파악하여, 증강현실 앱들이 그 주변 정보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도록 한다. 대략 ±10m의 오차범위를 가지며, 도심이나 골목에서는 그 오차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 디지털 나침반 | 사용자의 위치는 찾았는데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면 대략 난감. 스마트폰이 향해 있는 방위를 파악한다.

◎ 가속미터 | 하늘을 비추었을 때 날씨 정보가, 거리를 비추었을 때 건물 정보가 나오게 하려면 스마트폰이 누워 있는지 서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3차원 기울기를 인식하는 장치.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92@gmail.com·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모델 키겐(가수, 하이브리파인)·자문 류중희(카이스트 교수, (주)올라웍스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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