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노스V(2002년까지 생산·왼쪽), 칼립소(오른쪽).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천안함 사태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합조단은 지난 20일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을 때부터 국방부는 말 바꾸기를 하며 스스로 ‘의혹’을 키웠다. 천안함 사태가 풀기 어려운 실타래처럼 꼬인 것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바닷속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머나먼 우주 공간까지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 지 20년이 지났지만(올해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찰을 시작한 지 20돌이다) 바닷속은 여전히 인류에게 ‘암흑’이나 마찬가지다. 천안함 생존자 구조 작전이 벌어졌을 때 서해의 수중 가시거리는 1m밖에 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무리 맑은 바다라도 수십m만 내려가면 사방이 깜깜해진다. 하지만 바닷속을 사진에 담으려는 노력들은 꾸준히 이어졌다. 1938년 브루스 모제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수중카메라를 가지고 바닷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적응한 ‘해저인간’처럼 물 밑에서 골프도 치고, 고기도 굽고(?), 피크닉을 즐긴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실제 해저에서 촬영했다. 물속에서 모델들은 자연스럽게 지상의 생활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브루스 모제트가 바닷속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하우징’(물이 스며들지 않게 카메라 외부에 덧씌우는 장비)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수중사진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훌륭하다.
수중카메라의 대명사 니코노스가 나오기 전까진 이렇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채용한 수제 ‘하우징’ 수중카메라들이 쓰였다. ‘하우징’형이 아닌 최초의 일체형 수중카메라는 1961년 프랑스 스피로테크니크에서 개발한 칼립소(사진 오른쪽). 스쿠버다이빙의 창시자이자 전설적인 해양탐험가였던 자크 쿠스토가 설립한 스피로테크니크는 이후 니콘과 손잡고 니코노스를 만들어낸다. 칼립소는 수심 50m, 영하 20도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카메라였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수중카메라’ 칼립소는 히말라야, 남극, 북극 등 극지 탐험대의 기록용 카메라로도 쓰였다.
수중카메라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칼립소의 계보를 이어받은 ‘니코노스I’이 1963년 발매되고부터다. ‘니코노스I’부터 ‘니코노스V’(2002년까지 생산·사진 왼쪽)까지 니코노스 시리즈는 미지의 해저 세계를 사진에 담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눈이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수중사진들은 니코노스로 촬영된 것이라 봐도 좋을 만큼 수중카메라 분야에 있어서 니코노스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가장 인기 있었던 ‘니코노스V’ 이후 1991년 자동초점(AF)기능을 가진 ‘니코노스RS’를 발표했지만, 이전 모델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생산이 곧 중단됐다. 충실한 방수기능과 수중에서 카메라를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큼직큼직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니코노스는 험한 파도와 싸우는 구릿빛 선원의 울퉁불퉁한 근육처럼 남성미가 느껴진다. 니코노스는 바다를 동경하고 미지의 세계를 기록하고픈 인간의 욕구를 한발 앞서 충족시킨 카메라다.
글 조경국 기자 월간 <포토넷> 기자
사진 출처 frogmanmuseum.free.fr(칼립소), www.mir.com(니코노스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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