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큐티브이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이하 <모트코>)와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미국에서 원본 형식을 수입해 제작한다는 점, 두번째는 탁월한 진행 능력을 지닌 진행자 김구라와 이소라가 프로그램을 각각 맡고 있다는 점, 리얼리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리얼리티 토크쇼와 리얼리티 서바이벌쇼라는 점, 세번째는 시즌1을 끝내고 나란히 시즌2를 시작해 한창 달리는 중이라는 점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두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변명할 기회만 잔뜩 줘 긴장감 떨어뜨린 ‘모트코’ 시즌2
어색함 다듬어진 ‘프런코’ 시즌2는 패션 이해 높여주네 정석희(이하 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모트코> 시즌1은 지나치게 황당한 질문을 퍼부어서 비난을 받았던 것 빼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시즌2에서 모델 이파니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잘 아는 이들을 등장시키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신해철의 출연으로 많이 화제가 됐다. 차우진(이하 차)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면서 프로그램 인지도는 높였는지 모르지만, 내용 면에서는 실망스럽다.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넘어가면서 제작진의 고민이 많았던 것은 알겠지만, 연예인들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설정이나 조율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해져 있는 질문과 대답을 한다. 프로그램이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진실게임인가 두뇌게임인가
정 이파니와 신해철 편을 보면 이게 진실게임이라기보다 질문자와 답변자 간의 두뇌게임에 가깝더라. ‘남자와 둘이 밤에 집에서 술 마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을 했는데 막상 설명을 들어보면 여럿이 어울리다가 다들 가고 둘이 남았다는 식이다.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기보다 답을 하면서 얼마나 설명을 잘하느냐가 문제다. 신해철도 그렇다. ‘결혼 후 다른 여자가 샤워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는데 설명을 들어보면 혼탕에 갔다더라 그런 거다. 피해갈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다. 그게 맹점이다. 차 <무릎팍도사> 신해철 편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질문이 오간다는 걸 알 수 있다. 화제의 인물을 섭외해 진행하는 토크쇼에 가깝다. 신해철이 지난번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유와 <모트코>에 출연한 이유가 겹치지 않나. 정 진실과 거짓을 가리기보다 고백이나 변명을 할 기회와 시간을 준다. 신해철은 여기에 출연해 사교육 광고를 왜 찍었느냐에 대해 해명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기사화를 염두에 두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시즌1 때에는 너무 심할 정도의 질문을 했는데, 시즌2로 와서는 질문이 센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차 그렇다, 아니다 대답을 한 다음에 넘어가야 하는데 시간을 주니까 설명만 길어진다. 긴장감이 없으니 재미도 없다. 지인이라고 나온 이들도 예능에서 보던 이들이다. 왜 굳이 그렇게 떨어뜨려 앉혀놓는지도 모르겠다. 김구라와 신해철이 일대일로 얘기하다가 갑자기 이들이 중간에 들어오는 것도 어색하다. 정 신해철이 설득의 달인인 것은 확실하다. 문희준과 서태지 등 사람들을 낚을 수 있는 질문을 요령껏 피해간다.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웃음) 딸이 혼전 동거를 한다면 허락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진실로 얘기한 것을 보면서 저게 진심이라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해철 편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소 격양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차 원판의 재미는 도덕적인 어떤 것을 벗어던질 때의 악의적인 쾌감이다. 티브이 안에서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하고, 서로 주먹다짐이나 욕을 하기도 하는 게 재미있는 건 그들이 외국인이라서인 것도 분명히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질문을 했던 시즌1이 딱히 재미있지만은 않았던 건 그들이 같은 한국인이라서 불편했다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래도 그렇게 센 프로그램이 한국에 들어와서 선정적이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던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시즌2로 넘어가면서 처음의 기획 의도와 달라졌다. 시즌1에서 하고자 했던 걸 계속 밀어붙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패션 디자이너를 뽑는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와 진실게임을 표방한 리얼토크쇼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 시즌2. 온스타일·큐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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