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붉은 전통 중국요리지만 맛은 퓨전식인 <후퉁>의 요리.
[매거진 esc] 베이징덕에서 딤섬까지 <미슐랭>의 별을 찾아 떠난 홍콩 미식여행
젊고 예쁜 심부인은 오늘도 자신이 고용한 천재요리사 이삼을 괴롭힌다. “내가 먹고 싶은 고기가 뭘까? 그것으로 맛있는 것을 해와!” 말도 안 된다. 언제부터 요리사가 독심술까지 갖추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속살이 비칠 듯 말 듯 하늘하늘 늘어지는 긴 날개옷을 입고 팔랑팔랑 다가와 맛난 거 해달라고 조르는 심부인이, 이삼은 밉지가 않다. 타고난 식탐부인, 심부인의 요구는 늘어가고 그 생떼를 들어주는 요리사의 노력은 우직한 사랑을 닮았다. 새치기로 싸움까지 붙는 ‘얌차 행렬’ 강호를 떠도는 미식계의 고수가 중국요리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 <심부인의 요리사>로 쏙 들어간다면 당장 심부인을 끌어내서 경공으로 파팍팍 홍콩으로 데려갈 것이다. 각종 산해진미가 풍성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미식여행이 선사하는 훈훈한 바람을 흠뻑 쐬고 나면 심부인은 이삼에게 요리를 해줄지도 모른다. 여행은 사람을 넉넉하게 만든다. 홍콩은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미슐랭 가이드 ‘홍콩 마카오 편’이 출간된 곳이다. 식당만 1만5000개가 넘는다. 아침식사조차 집이 아닌 식당에서 해결한다. 약 15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고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 몰려왔다. 서양과 중국의 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중국의 4가지 맛 중 광둥요리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금융도시답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찾는 곳, 그래서 온갖 식재료가 모이는 곳, 맛의 천국이 따로 없다. 이제 심부인을 따라 미식여행을 떠나보자. 아차차!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것만은 알고 가자. 홍콩에서 동료가 차를 따라 줄 때에는 검지와 중지를 붙여 식탁을 톡톡 쳐야 한다. 고맙다는 뜻이다. 계산은 식탁에서 하고 음식 받침접시에는 껍질만 두어야 한다. 식탁에는 따로 휴지도 없고 색이 다른 젓가락은 공용으로 쓰는 것이다. 자, 첫번째로 <미슐랭 홍콩, 마카오 2010>에 실린 집으로 향해 볼까!
(왼쪽부터) <아일랜드 탕>의 디저트. <아일랜드 탕>의 요리, ‘베이크트 크랩 미트 인 셸’
◎ 아일랜드 탕(Island Tang, 港島廳) ★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앉자마자 40년대 신여성이 된 느낌이다. 매니저 빈센트 웡은 “퓨전요리를 도입해서 커피와 차가 모두 있고 서빙도 40년대 홍콩을 연상시키기 위해 흰옷을 입은 남자들만 한다”고 말한다. 요리사 완라이꿩(55)은 30년 경력의 요리사다. 이전에는 그랜드하얏트에서 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저우·선전 등지에서 광둥요리를 제대로 배웠다. “별 받은 줄도 몰랐다. 나중에 사람들이 책을 들고 와서 알았다. 미슐랭 관계자들이 먹은 것은 세 가지였다. ‘베이크트 크랩 미트 인 셸’(Baked Crab Meat in Shell)과 베이징덕 등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만드는 베이징덕은 광둥식이라고 덧붙인다. 오리의 크기는 베이징보다 더 크고 껍질은 더 얇다. 싸먹는 피도 밀가루를 더 넣어 두껍다. ‘베이크트 크랩 미트 인 셸’은 게살을 오븐에 굽고 소스(버섯·양파·우유·크림·치즈 등)와 섞은 다음 게 껍데기에 올리고 그 위에 달걀을 입혔다. 그다음 빵가루를 뿌려 굽거나 튀겨 내는 요리다. 얇은 껍질을 뚫자마자 부드러운 솜사탕 같은 맛이 튀어나온다. 씹을 필요도 없다. 녹는다. ‘응응’ 그 맛에 심부인이 비명을 지른다. 2526-8798/Shop 222, The Galleria, 9 Queen’s Road, Central, 세트 298~398홍콩달러, 단품 300~1200홍콩달러 ◎ 후퉁(Hutong 胡同) ★ 이곳은 주룽(구룡)반도 고층빌딩에 있는 식당이다. 한 벽을 타고 쭉 이어지는 큰 창밖으로 홍콩 섬과 바다가 보인다. 이곳의 야경은 맛을 배가시킨다.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다. 음식은 마치 잘 다듬어진 일본 음식처럼 세련된 식기에 나온다. “이것이 중국 음식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하게’ 퓨전식이다. 02-3428-8342, 28F One Peking Road, Tsim Sha Tsui, Kowloon. 250~1000홍콩달러
‘원타이신 사원’에서 한해의 염원을 비는 홍콩인들. 누구나 볼수 있는 죽통점이 인기다.
홍콩의 상점들은 쇼핑의 도시답게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과일가게. 소규모가 많다.
꽃시장. 복을 기원하는 꽃을 사기 위해 설 직전에는 더욱 붐빈다.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