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아이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중파 예능을 접수한 투에이엠(2AM)의 조권 얘기가 아니다. 케이블에서 자기 이름을 건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얘기다. 투피엠(2PM)이 최고의 남성 그룹에 오르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은 케이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엠비시 에브리원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시즌 3>(이하 <떴다! 그녀>)과 엠넷 <와일드 바니>를 통해 투피엠은 팬층을 무한확장시켰다. 최근에는 이런 콘셉트의 새로운 보이그룹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떴다! 그녀>는 ‘엠블랙’과 시즌 5를 진행하고 있고, 이!티브이 <아이돌! 막내반란시대>(이하 <막반시>)에는 4개 보이그룹의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샤이니’는 케이비에스 조이 <샤이니의 헬로베이비>(이하 <헬로베이비>)를 시작했다. <10 아시아>(10asia.co.kr)의 최지은(사진 오른쪽) 기자와 위근우 기자가 세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남성 아이돌 그룹 케이블 리얼버라이어티 춘추전국시대
‘쩌리’들의 개성 톡톡 튀는 ‘아이돌! 막내반란시대’ 재밌네
최지은(이하 최) 보이그룹이 전면에 나선 리얼버라이어티가 늘어나는 것은 채널로서는 시청률을, 그룹으로서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에서 특정 한 그룹이 출연하는 예능을 제작하는 건 쉽지 않다. 한국방송 <청춘불패>의 경우에는 많은 그룹의 몇몇 멤버가 모여서 그들의 팬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케이블이고 보이그룹이기 때문에 한 그룹이 나와서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책임지는 구도가 가능하다.
주인공 바뀌면 프로그램 형식도 바뀌어야
위근우(이하 위)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의 매력을 발견해 시청률을 높이고, 그룹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1세대 아이돌이 에이치오티(HOT)이고 2세대가 동방신기라면 지금 투피엠 같은 그룹은 3세대 아이돌에 속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스타의 아우라를 부여받지 않는다. 이 친구들은 소비자의 욕망에 맞춰 구체화된 아이돌이다.
각 그룹의 막내들이 뭉친 <아이돌! 막내반란시대>와 샤이니의 육아버라이어티 <샤이니의 헬로베이비>, 엠블랙이 이끌어가는 <떴다! 그녀-시즌 5>, 지금의 투피엠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떴다! 그녀-시즌 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에스비에스 이!티브이·엠비시 에브리원 제공
최 보통 아이돌 그룹이 나오면 처음에는 잠재적 소비자층이 보통의 평가 기준으로 이들을 본다. 그다음 이들이 리얼버라이어티에 나오면 그때부터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각각이 웃긴가, 엉뚱한가 등에 감정이입을 한다. 평가자의 시선에서 보다가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면 팬이 되고, 그렇게 팬이 생기면 프로그램은 성공하는 거다. <떴다! 그녀>는 그런 면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정점은 투피엠이 출연했던 시즌 3이다. 거꾸로 이 프로그램이 투피엠이 지금의 자리에 올라오는 데 가장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즌 3은 처음에는 팬들만 봤지만 이 프로그램의 영상 등이 돌면서 일반 시청자들도 팬으로 만들었다.
위 시즌 4는 카라가 진행했고, 지금 방송중인 시즌 5는 엠블랙이 하고 있다.
최 시즌 3에서 한번 정점을 찍었고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인지, 지금 시즌 5는 특별히 질이 떨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외부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군대 간 붐의 빈자리다. 보이그룹은 그들과 함께 망가지면서 노는 하찮은 형이 필요하다. 지금 진행자는 신봉선과 정주리다. 신봉선은 이 프로그램과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우선 ‘누나’로 다가서기 때문에 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보는 위치에 있다.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 형식으로는 지난 시즌에서 많이 봤던 형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위 진행자가 바뀌면서 재미있는 요소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만약 진행자 때문에 재미에 있어 편차가 생긴다면 그건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다.
최 출연하는 보이그룹의 성향이 프로그램의 색깔을 좌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엠블랙은 멤버 수도 많지 않고 성향도 정적인 편이다. 형들과 동생들의 서열이 존재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약점이다.
위 투피엠이 출연했던 시즌 3과 다르기 때문에 재미가 없거나 문제라는 건 전혀 아니다. 투피엠이 이끈 시즌이 재미있었던 건 프로그램이 이들에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엠블랙에 맞춰져 있지 않다. 투피엠보다 정적인 엠블랙과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여전히 산만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걸 보면 오히려 제작진이 시즌 3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이는 것 같다. 엠블랙의 매력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엠블랙에 맞춰서 프로그램 형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최 아직 엠블랙은 멤버들 개개인이 캐릭터화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고민과 엠블랙의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해결되는 문제다. 또 멤버들 스스로 자신들이 갈 방향을 알고, 그걸 즐기면서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 아이돌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과 예능에서 보여주는 것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투피엠은 무대에서 애크러배틱 아이돌, 짐승돌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보여진 이미지가 상충되는 지점이 있었다. 시즌 5 역시 그런 지점이 필요하다.
최 <막반시>는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아이돌 그룹에서 막내는 주로 ‘막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미지가 없었다. 요즘엔 다르다. 막내라고 다 ‘막내스러운’ 막내가 아니다. 여기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이돌 그룹의 막내들을 모아 ‘우리가 너희를 뜨게 해주마’ 형식으로 가져간다. 진짜 길에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건 아니지만 그런 굴욕적인 것을 콘셉트로 만들어 재미있는 요소를 강조한다.
위 <막반시>는 멤버들의 구체적인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막내’라는 게 부여됐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돌 리얼버라이어티가 인지도를 쌓는 것은 산업적인 부분에서 목표로 한다면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걸 기획의도로 가져온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하니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야 한다’는, 약간 자존심이 구겨지는 상황을 통해 아직 스타는 아닌 이들이 일종의 직업인으로서 아이돌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흥미롭다.
최 민감한 그룹 멤버 간의 인지도 차이를 대놓고 보여준다. 요즘에는 팬들이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허용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위 ‘쩌리’를 ‘쩌리’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다. 정준하도 ‘쩌리짱’이라는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처럼 동등하게 대했던 것들을 세분화시켜 재미있는 요소로 만든다. 이들은 ‘막내’가 모여 있고 ‘반란’을 꿈꾼다는 콘셉트만으로도 모여 있는 순간 캐릭터가 잡힌다. 물론 이들과의 대립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최 고영욱과 성대현이 출연해 ‘잉여반란시대’ 콘셉트로 진행하기도 하고, 샤이니를 출연시켜 아이돌 간의 대립 구도를 만들기도 한다. 완전히 신인인 그룹도 출연시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재미있고 잘 맞는 형식을 찾아낸다.
위 남성 아이돌만이 가진 특징은 승부욕이다. 자기들끼리 신나게 경쟁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걸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막반시>에서는 ‘내가 여기에서 밀리면 우리 팀도 밀리는 거다’라는 게 크다. 또 샤이니 같은 일명 ‘명품돌’이 오면 자기네끼리 뭉쳐서 절대 지지 않겠다면서 열심히 한다. 그게 <막반시>의 강점이다.
최 걸그룹이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뭘 하든 예뻐야 한다면, 보이그룹은 웃기면 된다. 멋있는 모습은 무대 위에서 보는 걸로 충분하다.
위 샤이니의 <헬로베이비>는 지오디의 <육아일기>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리얼 육아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걸그룹은 예쁘면 되고 보이그룹은 웃기면 되고
최 샤이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멤버들이 실제 나이가 어리고 어린애들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팬들만 귀여워하면서 보는 정도다. 아직 시청자들을 팬으로 끌어들일 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 재미의 결정적인 차이는 장소가 아닐까. 지오디는 숙소에서 아이를 키운 반면, 샤이니는 숙소 밖에서 아이를 만난다. 육아버라이어티에서 육아는 일상성이 중요한 소재인데 실제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숙소가 아니라 놀이터 등에서 만나 촬영하기 때문에 그만큼 재미가 없다. 또 샤이니는 멤버들이 순하고 남자애들치고는 짓궂거나 하지 않다.
위 <떴다! 그녀>나 <헬로베이비>는 이미 형식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새롭지 않을 때는 기존의 프로그램과 비교되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 프로그램의 질이나 재미를 떠나 기시감 같은 것은 안고 가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기존 형식을 능가하는 무엇이 있느냐다. 그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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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멤버, 눈길 간다
“유키스의 동호. 이제 중학교를 막 졸업해 <막반시>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예능감이 뛰어나다. 윙크를 보여달라고 하면 동호는 윙크를 하고 자기가 민망해한다. 아이돌인 스스로를 어색해하는 중학교 남자애로서의 정체성이 있다는 게 좋다.”(최지은)
“엠블랙의 이준. 이준은 비와 영화 <닌자 어쌔신>에도 출연했던, 나름 전도유망한 에이스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최고의 허당이다. 기존의 멋진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게 재미있다. 또 형 둘과 동생 둘 사이에서 중간자로서 역할을 한다. 공격적인 남자의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엠블랙에서 할 말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위근우)
이 장면, 좀 아니지~
“<막반시> 예능 올림픽. 아직 신인급인 아이돌 그룹을 모두 모아 체육대회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다. 재미 면에서 괜찮았지만 <막반시> 맥락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이돌 특집 토크쇼나 장기자랑 같았다. <막반시>만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했다.”(위근우)
“<떴다! 그녀> 시즌 5 티아라 편. 티아라가 출연했을 때 티아라 멤버와 엠블랙 멤버를 짝을 지어 데이트를 시켰다. 아직 어린 남녀 아이돌이라 이를 예능감으로 살릴 수 없는,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나 <스캔들>도 아닌데 말이다. 새로운 걸 시도했지만 원했던 것을 얻어내지 못한 것 같다.”(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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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