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 90년대 잡지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최신·과월 잡지 볼 수 있는 한국잡지정보관·잡지박물관
50년대 이전 잡지는 PDF 열람 가능
최신·과월 잡지 볼 수 있는 한국잡지정보관·잡지박물관
50년대 이전 잡지는 PDF 열람 가능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잡지박물관’으로 통용되는 곳. 짐짓 “어느새 잡지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단 말인가!”라며 탄식할 필요는 없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한국잡지정보관’으로, 박물관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이면 길을 서두르는 바쁜 직장인들의 행렬로 가득 차는 여의도 한국방송 별관 뒷길, 한여름 오후에도 좀처럼 햇살이 들지 않는 이 서늘한 빌딩 숲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얌전히 서 있는 한국잡지협회 건물 지하를 찾아보자. 먼저 우리를 맞는 건 현재 한국에서 발간되는 5000여권의 최신간 잡지들이다.
축구잡지만 6종이나 되네
말이 쉬워 5000권이다.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는 서가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냥 입이 떡 벌어진다. ‘이런 전문지도 있었나?’라는 놀람은 곧 ‘이런 전문지도 여러 종이 출간되고 있었나?’라는 감탄으로 바뀐다. 단적으로 축구 팬이자 한때 축구 전문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했던 기자 역시 한국의 축구 잡지가 6종에 이른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이쯤 되면 잡지의 위기라는 말도 무색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잡지정보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잡지협회 미디어진흥부의 김수선씨도 말한다. 한국의 잡지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늘어난 잡지 수만 1000종이다. 잡지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2008년 12월6일 공포한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덕에 잡지의 창간과 제작, 유통이 비교적 손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달마다 협회로 접수되는 폐간 신고 건수도 전과 같지 않다고. 꾸준히 늘어나기는 하되 잡지들의 생명력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방문하는 이라면 그 어마어마한 잡지들의 구색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것을 잊을 만하다. 당연히 그 잡지들은 관내에서 자유로운 열람이 가능하다. 서적 형태에 한하여 부록도 함께 비치하고 있다. 잡지정보관에 진열중인 책들은 최신간으로, 과월호는 사서에게 요청하면 서고에서 곧바로 가져다준다. 지금은 폐간된 잡지들도 찾아 읽을 수 있는데, 여건상 창간호부터 폐간호까지 모두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다만 모든 잡지들의 창간호, 폐간호, 특대호만큼은 빠짐없이 서고에 비치해 두고 있다. 시험 삼아 80년대에 창간한 영화잡지 <스크린>과 <로드쇼>, 90년대 음악 팬들의 마니아적 지지를 받았던 팝음악 전문지 <서브> 창간호의 열람을 신청해 보았다. 커피 한잔이 채 식기도 전에 세권 모두 받아 볼 수 있었다.
잡지박물관은 잡지정보관과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1800년대 말 한국 잡지의 태동기부터 1970년대 말까지의 주요 잡지들을 연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우리가 암울한 역사로만 기억하는 일제 치하와 군사독재 시절의 한계 속에서도 잡지문화는 나름의 풍요를 자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1967년에 창간한 어느 사진 전문지 표지모델의 의외로 강렬한 이미지에 한참 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이, 사서 일도 겸하고 있는 잡지정보관의 김수선씨가 넌지시 이른다. 1980년대 이전 고잡지들은 영인본이 있는 경우만 열람할 수 있으며,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1950년대 이전 잡지들은 관내에서 피디에프(PDF)로 그 내용을 읽을 수 있다고. 이런 아쉬울 데가! 이하는 김씨와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종이 잡지의 디지털 변신 -하루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되나? “30~40명 정도. 일반인 이용자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자료 조사 목적으로 찾는 언론 관계 종사자들이나 학계 인사들도 많다.” -아무래도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10~20대들은 활용도가 낮은 모양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볼만한 청소년 잡지가 요즘 별로 없지 않은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단체관람을 온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박물관 만들기’라는 과제가 있어서 그 때문에 찾는 학생들이 꽤 있다.” -정보관에서는 어떤 잡지들이 인기가 좋은 편인가? “나이 드신 분들은 주로 시사지. 30대들은 미용, 패션 등 생활문화 잡지들을 많이 찾는다.” -잡지를 전시하고 열람하는 것 외에 잡지정보관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는가? “잡지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 고잡지들은 수시로 지방을 돌며 전시 행사를 연다. 그리고 지난달 17일부터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매거진페어’라는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잡지박물관과 잡지정보관의 자료들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매거진관을 통해 이북(E-Book), 터치스크린 등 종이를 벗어난 잡지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의 | (02)780-9132(www.kmpa.or.kr/museum)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321@empas.com·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잡지정보관’.
종이 잡지의 디지털 변신 -하루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되나? “30~40명 정도. 일반인 이용자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자료 조사 목적으로 찾는 언론 관계 종사자들이나 학계 인사들도 많다.” -아무래도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10~20대들은 활용도가 낮은 모양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볼만한 청소년 잡지가 요즘 별로 없지 않은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단체관람을 온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박물관 만들기’라는 과제가 있어서 그 때문에 찾는 학생들이 꽤 있다.” -정보관에서는 어떤 잡지들이 인기가 좋은 편인가? “나이 드신 분들은 주로 시사지. 30대들은 미용, 패션 등 생활문화 잡지들을 많이 찾는다.” -잡지를 전시하고 열람하는 것 외에 잡지정보관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는가? “잡지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 고잡지들은 수시로 지방을 돌며 전시 행사를 연다. 그리고 지난달 17일부터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매거진페어’라는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잡지박물관과 잡지정보관의 자료들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매거진관을 통해 이북(E-Book), 터치스크린 등 종이를 벗어난 잡지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의 | (02)780-9132(www.kmpa.or.kr/museum)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321@empas.com·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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