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디비디 씨디를 집에서 보면서 운동하는 사람들. 모델 김삼숙(헬스 트레이너). 요가를 하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날씨 추워질 때 판매량 급증 다이어트 비디오…
서너 동작 집중하면 효과 좋아
날씨 추워질 때 판매량 급증 다이어트 비디오…
서너 동작 집중하면 효과 좋아
1. 한 명만 화면 중앙에 계속 나온다. 2. 대사도 행동도 반복, 또 반복이다. 3. 그 여자는 자꾸만 내일 또 보자고 한다. 4. 매일 30분이면 자기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한다. 5. 언니나 엄마 선물이랍시고 사놓았지만 내가 몇 번 보다 말았다.
다이어트(건강) 비디오(디브이디)는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인기가 급상승한다. 화면 중앙에서 홀로 운동하는 것 외엔 별볼일없는, 영화로 치자면 최고로 지루한 이 영상물들에 믿음과 환호를 보내는 인터넷 후기도 늘어난다.
실제로 11월 한 달간 인터파크 쇼핑몰에서는 다이어트 비디오의 판매 상승이 눈부셨다. 몸짱 아줌마 정다연의 <피규어 댄스> 비디오는 9월 대비 판매량이 여덟 배나 뛰었다. <국민요가 3종> 세트는 무려 스무 배도 넘게 늘었다. 고전이 된 <이소라의 슈퍼 다이어트 체조>를 비롯해 질리안 마이클스의 <파워 피트니스 30일>처럼 새로운 아이템들도 이목을 끌었다. 눈부신 새내기 시절을 상상하는 고3 여학생들, 작심삼일이라 할지라도 겨울잠 대신 여름을 준비하는 20~30대 여성은 변함없는 고객층이다.
국내 다이어트 비디오의 역사는 좁게는 다이어트 인구, 넓게는 대중문화와 사회적 트렌드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지금 같은 아성을 쌓기까지 금발의 건장한 체력을 가진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의 도움이 컸다. 그 후 국적 다른 쌍둥이처럼 직업도 체구도 포즈도 비슷한 슈퍼모델 이소라의 비디오가 등장했고 조혜련에서 현영, 원정혜에서 옥주현까지 다이어트 비디오는 하나의 상식이 됐다. 내용은 비디오 출시 당시 살을 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인물과 아이템들로 채워졌다. 2000년대 초반 삶의 질을 내건 웰빙 열풍이 불었을 때는 단연코 요가 비디오가 앞다퉈 출시됐고 어린이 요가, 임산부 요가, 힐링 요가 등으로 장르가 세분화됐음은 물론 필라테스와 코어 열풍에 이어 즐겁게 살 빼자는 신조를 덧입힌 댄스풍의 운동들도 다채롭게 등장했다.
다이어트 실제 성공자들의 설득력 먹혀
199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디 크로퍼드의 에어로빅, 몸매 가꾸기 비디오를 수입·출시한 곳은 비엠 코리아였다. 비엠 코리아의 홍현기 부장은 “신디 비디오는 20만장 가까이 팔린 기적과 같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시 일정을 신디 크로퍼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 시점에 맞췄다. 생소했던 다이어트 비디오 장르를 어필하는 전략이었다”고 했다. 유명인의 다이어트 비디오라는 개념도 낯선데다 세계적 스타라지만 국내 인지도도 없는데 ‘운동하다가 꼭 물을 마시세요’라는 이성적인 명령에 동조할 구매자는 적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신디 비디오의 한국적 변용이라 할 이소라의 첫 비디오는 ‘슈퍼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화면 구성이나 의상, 매트 등 유사점이 많았지만 차이도 분명했다. 제목에서도 눈에 띄듯 ‘다이어트’가 중심에 섰다. 에어로빅과 스트레칭이 합쳐진 적극적인 동작이었다. 신디가 원래 예쁜 몸매를 더 가꾸는 방향이었던 것과는 달랐다.
다이어트 비디오의 인기는 전문 요가 지도자인 원정혜가 낸 요가 비디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70만~80만장이 나간 후 본격적인 시장 붐의 원동력이 됐다. 명상으로 이끄는 안정된 진행능력과 함께 ‘박사’ 전문가의 체계적인 설명, 집에서 하기 힘든 큰 동작이 적을 뿐 아니라 특별한 운동기구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요가는 가정용 비디오 시스템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요가를 하는 화면 뒤로 나무와 분수가 보이는 자연 풍경도 어필했다. 옥주현의 요가 선생님으로 알려진 제시카(본명 최현정)도 요가 비디오를 출시하면서 발리 현지에서 ‘밸런스 요가’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이국적인 풍경인 발리의 자연이 그럴싸한 배경이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트레이너의 몸이 비디오의 질을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요가 비디오는 내 몸이 그대로 화면에 노출된다. 디브이디를 낸 이후 계속 요가를 했기 때문에 몸 셰이프(shape)가 또 달라졌다. 최근엔 행위예술 수업을 접하고 있는데 다음 비디오 제작 때는 퍼포먼스를 겸한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싶다.” 언뜻 보면 말투나 운동 동작까지 천편일률적으로 보이지만 다이어트 비디오는 기존 제품과의 ‘차별’이 성패를 가른다. 12월 출시될 제시카 고메즈의 다이어트 비디오도 ‘바디아트’라는 명칭을 달았다. 하지만 여성들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다이어트 비디오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촬영은 3일이나 일주일 만에도 정신없이 끝난다. 좋은 풍경에 가서 후다닥 찍는 건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콘셉트”라는 한 제작자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선을 잡아끄는 스타의 이름만으로도 역부족이다. 시청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섹시를 표방하며 노출을 강조하거나 놀라운 춤동작과 유연한 몸을 뽐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라테스 강사 문지숙의 <납작 배, 잘록 허리>는 구체적인 신체부위의 효과를 강조하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중견 여배우 박원숙도 <메디컬 휘트니스>를 내며 ‘65킬로에서 58킬로’라는 다소 소박한 슬로건과 함께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내세웠지만 반응이 서늘했다. <황신혜의 스타일 바이 시네>나 <현영의 337 다이어트>는 특정 시기 반짝 인기를 끈 정도이고, 노현희, 한은정, 송선미 등 수십명의 연예인이 내놓은 비디오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성공한 다이어트 비디오들은 진행자가 실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동일시는 다이어트 비디오 흥행의 또다른 관건인 셈이다. 몸매가 예쁜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원정혜나 옥주현, 정다연같이 실제 20㎏ 가까이 획기적으로 살을 빼고 ‘여러분도 힘내라. 나도 했다’는 식의 운동효과를 몸과 말로 보여주는 데에서 공감을 얻는다. 기획력과 함께 인물의 설득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로는 조혜련의 다이어트 댄스가 꼽힌다. 전문 헬스트레이너들은 다이어트 비디오의 활용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마음가짐’과 ‘집중’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김삼숙 헬스트레이너는 “무조건 하기보다 비디오 운동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뭐가 맞을지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최근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짐볼 운동이 각광받는다. 여러 동작을 한꺼번에 다 하려 하기보다 매일 서너 가지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근 짐볼 운동 인기
결국 다이어트 디브이디를 찍고 성공하는 건 몇몇 스타 겸 트레이너들이지만 운동법을 내 몸에 맞게 연출하는 건 제 몫이라는 것, 그러니까 좀 냉혹한 이야기다. 하지만 몸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다이어트 비디오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할 새 없는 영상이자 계속 봐도 또 볼 수 있는 운동장의 호루라기 같은 자극제다. 출산으로, 과도한 업무와 불규칙한 식사로 온몸에 체류하게 된 군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겨레> 세 여기자가 한달 동안 다이어트 건강 비디오에 도전했다. 결과는 다음 장에서 확인하시라.
글 현시원 객원기자 sonvadak25@hanmail.net·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모델 김삼숙·장소 협찬 <디스퀘어>
여기자, 비디오에 다이어트 비결을 묻다
다이어트 비디오의 인기는 전문 요가 지도자인 원정혜가 낸 요가 비디오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70만~80만장이 나간 후 본격적인 시장 붐의 원동력이 됐다. 명상으로 이끄는 안정된 진행능력과 함께 ‘박사’ 전문가의 체계적인 설명, 집에서 하기 힘든 큰 동작이 적을 뿐 아니라 특별한 운동기구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요가는 가정용 비디오 시스템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요가를 하는 화면 뒤로 나무와 분수가 보이는 자연 풍경도 어필했다. 옥주현의 요가 선생님으로 알려진 제시카(본명 최현정)도 요가 비디오를 출시하면서 발리 현지에서 ‘밸런스 요가’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이국적인 풍경인 발리의 자연이 그럴싸한 배경이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트레이너의 몸이 비디오의 질을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요가 비디오는 내 몸이 그대로 화면에 노출된다. 디브이디를 낸 이후 계속 요가를 했기 때문에 몸 셰이프(shape)가 또 달라졌다. 최근엔 행위예술 수업을 접하고 있는데 다음 비디오 제작 때는 퍼포먼스를 겸한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싶다.” 언뜻 보면 말투나 운동 동작까지 천편일률적으로 보이지만 다이어트 비디오는 기존 제품과의 ‘차별’이 성패를 가른다. 12월 출시될 제시카 고메즈의 다이어트 비디오도 ‘바디아트’라는 명칭을 달았다. 하지만 여성들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다이어트 비디오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촬영은 3일이나 일주일 만에도 정신없이 끝난다. 좋은 풍경에 가서 후다닥 찍는 건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콘셉트”라는 한 제작자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선을 잡아끄는 스타의 이름만으로도 역부족이다. 시청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섹시를 표방하며 노출을 강조하거나 놀라운 춤동작과 유연한 몸을 뽐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라테스 강사 문지숙의 <납작 배, 잘록 허리>는 구체적인 신체부위의 효과를 강조하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중견 여배우 박원숙도 <메디컬 휘트니스>를 내며 ‘65킬로에서 58킬로’라는 다소 소박한 슬로건과 함께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내세웠지만 반응이 서늘했다. <황신혜의 스타일 바이 시네>나 <현영의 337 다이어트>는 특정 시기 반짝 인기를 끈 정도이고, 노현희, 한은정, 송선미 등 수십명의 연예인이 내놓은 비디오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성공한 다이어트 비디오들은 진행자가 실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동일시는 다이어트 비디오 흥행의 또다른 관건인 셈이다. 몸매가 예쁜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원정혜나 옥주현, 정다연같이 실제 20㎏ 가까이 획기적으로 살을 빼고 ‘여러분도 힘내라. 나도 했다’는 식의 운동효과를 몸과 말로 보여주는 데에서 공감을 얻는다. 기획력과 함께 인물의 설득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로는 조혜련의 다이어트 댄스가 꼽힌다. 전문 헬스트레이너들은 다이어트 비디오의 활용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마음가짐’과 ‘집중’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김삼숙 헬스트레이너는 “무조건 하기보다 비디오 운동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뭐가 맞을지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최근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짐볼 운동이 각광받는다. 여러 동작을 한꺼번에 다 하려 하기보다 매일 서너 가지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왼쪽부터) 조혜련의 <태보다이어트Ⅱ>, 이소라의 <슈퍼다이어트체조>, 원정혜의 <행복한 다이어트 요가>, 옥주현의 <다이어트 요가>, <뉴요커식 발레스트레칭&다이어트>, 박지영의 <다이어트 벨리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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