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럭 파티는 최근 외국 생활을 경험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다. 편한 사람들과 눈치 보지 않고 놀 수 있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 호스트의 부담을 던 것도 장점이다.
[매거진 esc]
참석자들 각자가 술과 안주를 가져오는 포틀럭…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추천 메뉴 7
참석자들 각자가 술과 안주를 가져오는 포틀럭…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추천 메뉴 7
안녕하세요? 행복전도사 고 기자입니다.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각설이처럼, 송년회의 계절이 또 왔습니다. 아무리 없이 사는 집이라도 술 한잔하면서 송년 파티는 하잖아요. 아무래도 술자리도 많아지고 자리도 커지니 평소에 안 마시던 싸구려 술 좀 마셔야겠지만, 술이 중요한가요? 같이 마시는 사람이 중요하지요. 마음 맞는 사람만 있으면 싸구려 동 페리뇽이나 샤토 마고도 맛있을 겁니다. 아니, 왜 그렇게들 쳐다보세요? 다들 지하실에 와인 셀러 하나쯤은 갖고 계시잖아요. 그랑 크뤼(프랑스 와인 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을 가리키는 용어) 정도는 라면에 반주로 드시잖아요? 아니, 왜 그렇게들 쳐다보세요? 주류백화점에서 큰맘 먹고 17년산 위스키 사다 친구들하고 집에서 드시는 사람들처럼? 청담동에 조그만 레스토랑 하나 안 가지고 있는 분들은 쪼끔 불행한 겁니다. 아~ 행복하다~
“포틀럭 파티 한번 안 해보면 쪼끔 불행한 겁니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행복전도사’라면 혹시 위와 같이 홈파티를 소재로 개그를 짰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늘고 있는 포틀럭(Potluck) 파티의 열렬한 지지자라면 외려 “포틀럭 파티 한 번 안 해본 분들 쪼끔 불행한 겁니다”라고 놀렸을지 모른다. 포틀럭 파티는 파티 참석자들이 각자 술과 안주를 조금씩 준비해 함께 나누는 홈파티다. 미국·유럽 체류 경험이 있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다. 굳이 미국·유럽에서 기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술값을 아끼면서 마음껏 놀기 위해 기꺼이 옥탑방을 망가뜨렸던 자취생들이 한국식 포틀럭 파티의 원류다. 그걸 누군가 포틀럭 파티라고 불러주기를 기다렸을 뿐.
포틀럭 파티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호스트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 게 아니므로 부담도 덜하다. 실용적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음악, 조명 등 파티 분위기를 마음대로 꾸밀 수도 있다. 조심할 것은 딱 두 가지. 아무 데나 실례하지 말 것. 둘째 고성방가로 이웃이 신고했을 경우, 찾아온 경찰관에게 반드시 눙치는 웃음을 지으며 술 한잔 권할 것. 연말연시 포틀럭 파티를 위한 초간단 칵테일 제조법, 안주 조리법을 소개한다. 두 명의 ‘잘 노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 대중문화평론가 임범이 사랑하는 ‘임범식’ 보드카 레몬
그는 포틀럭 파티 예찬자다. 문장과 활자로 뒤범벅된 두뇌의 온도를 포틀럭 파티로 가라앉힌다. 사실 두뇌의 온도가 높든 낮든 그는 파티를 즐긴다.
재료 및 제조법(4~5명 분량) : 보드카 750㎖ 1병, 레몬 10개, 사이다 1.5ℓ, 얼음. 레몬을 껍질째 잘라 즙을 낸다. 대충 짜는 게 아니라 손톱이 들어가 박힐 때까지 껍질을 꼭꼭 짜내면 뽀얀 즙이 나온다. 이렇게 만든 레몬즙과 위에 준비한 재료를 적당히 섞으면 된다. 4~5명이 얼큰히 취할 정도의 양이다. 사이다의 단맛이 싫다면 ‘사이다 0.75ℓ + 무설탕 탄산수 0.75ℓ’를 섞어도 무방하다.
구입처 및 가격 : 기주(베이스)인 보드카는 스웨덴산 앱솔루트가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러시아산 스톨리치나야, 스미르노프도 주류백화점 등에 수입된다. 그러나 판매망이 넓지 않아 판매하는 소매점을 알아봐야 한다. 앱솔루트는 소매점에서 2만원대 후반~3만원대 초에 살 수 있다. 풍미가 추가된 제품이 더 비싸다. 스톨리치나야, 스미르노프도 2만원대 후반에 살 수 있다.
⊙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가 사랑하는 테킬라 선라이즈
음악에 취하는 것만큼 술에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필름이 끊기는’ 일은 없지만. 애장 음반이 즐비해 파티하기에 더 좋다.
테킬라 선라이즈
재료 및 제조법 : 테킬라 2온스(약 60㎖), 오렌지주스 4온스, 그레나딘 시럽(석류즙을 원료로 한 시럽) 0.5온스. 테킬라의 강렬한 맛과 부드러운 과일향이 어우러진 칵테일이다. 테킬라와 오렌지주스 비율은 각자 입맛에 따라 바꾸면 된다.
구입처 및 가격: 대중적인 제품인 호세쿠엘보 값이 소매점에서 2만원대 후반이다. 그레나딘도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700㎖ 한 병을 1만원 안팎에 살 수 있다.
⊙ 그외 간단 필살 칵테일 제조법 두 가지
맥켈란(싱글몰트 위스키), 바카디(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 맥켈란 페스티벌
재료 : 맥켈란, 블루 큐라소(파란색 리큐어), 트리플 섹(오렌지향 리큐어)
제조법 : 더블 글라스에 블루 큐라소, 트리플 섹, 맥켈란을 1:1:1의 비율로 순서대로 따라 자연스럽게 층을 만든다.
구입처 및 가격: 맥켈란은 소매점에서 가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가운데 하나다. 12년산이 8만원대이다. 블루 큐라소와 트리플 섹 각각 1병 2만원대.
● 바카디 모히토
재료 : 바카디 슈페리어 30㎖, 토닉워터 또는 클럽소다 60㎖, 민트 잎 6~8장, 라임 1개 (8등분), 설탕 조금
제조법 : 잔에 라임, 민트 잎, 설탕을 넣고 머들러로 찧은 다음, 얼음으로 잔을 채운다. 그 위에 바카디 슈페리어를 넣고, 소다수로 잔을 채운 다음 잘 젓는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좋아했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구입처 및 가격: 바카디 슈페리어는 소매점에서 한 병에 2만원대 초반이다.
⊙ 귀차니스트도 만들 수 있는 간단 술안주
포틀럭 파티의 매력은 각자 안주를 준비한다는 데 있다. 간단하고 맛있는 안주가 제격이다. 조리법 출처 <라자냐의 간식타임>(리스컴).
● 베이컨말이 꼬치
재료(2인분) : 방울토마토 8개, 베이컨 8장, 대파 흰 부분 2뿌리, 설탕 ⅛컵, 간장 1¼큰술, 맛술 ½큰술
조리법 : ① 소스 만들기 : 설탕, 간장, 맛술을 끓인 다음 한 김 식힌다. → ② 재료 손질하기 :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떼어내 씻고 베이컨은 반 자르고 대파는 흰 부분만 베이컨 폭과 비슷한 길이로 썬다. → ③ 파꼬치 만들어 데치기 : 베이컨 위에 대파를 1개씩 올려 돌돌 말고 꼬치에 끼운 다음 끓는 물에 데친다. → ④ 파꼬치 양념하기 : ③ 의 데친 파꼬치에 소스를 발라 1시간 정도 재운다. → ⑤ 토마토꼬치 만들기 : 방울토마토를 베이컨으로 돌돌 만 다음 꼬치에 끼워 고정하고 소스를 살짝 바른다. → ⑥ 꼬치 굽기 : 예열된 그릴에 파꼬치와 토마토 꼬치를 올려 베이컨이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 어니언링
재료(2인분) : 양파 2개, 덧밀가루 조금, 박력분 1⅔컵(200g), 베이킹파우더 4작은술, 소금 ½작은술, 달걀 1개, 맥주 1캔, 식용유 적당량
조리법 : ① 양파 썰기 : 양파는 링 모양을 살려 도톰하게 썬 다음 하나하나 분리한다. → ② 튀김옷 반죽하기 : 밀가루에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섞다가 달걀과 맥주를 넣고 조금 더 섞는다. → ③ 밀가루 묻혀 튀김옷 입히기 : 링 모양으로 썬 양파에 덧밀가루를 고루 묻힌 다음 ② 의 튀김옷을 입힌다. → ④ 양파 튀기기 : ③ 의 양파를 예열한 기름에 튀긴 뒤 소금을 뿌려 마무리한다.
● 게맛살 카나페
재료 : 크래커 20개, 오이 ½개, 게맛살 4개, 마요네즈 2½큰술, 설탕 ¼작은술, 소금 조금
조리법 : ① 게맛살은 잘게 썰어 준비한다. → ② 잘게 썬 게맛살에 마요네즈, 설탕, 소금을 약간 넣고 버무려 게맛살 토핑을 만든다. → ③ 오이는 깨끗이 씻어 동그란 단면을 살려 얇게 썰어 놓는다. → ④ 크래커 위에 오이를 얹고 그 위에 게맛살 토핑을 얹어 낸다.
이렇게 준비했다면 끝. 음반 1장만 더 있으면 금상첨화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격의 없는 포틀럭 파티에 어울리는 음반으로 일렉트로니카 컴필레이션(모음집)인 ‘키츠네 메종’(Kitsune Maison)을 추천했다. 최근 7집이 나왔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달팽이관이 달팽이처럼 대뇌피질을 기어다니며 간질이는 듯, 기분 좋고 몽환적인 곡이 쏟아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 몽환적이겠지만.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대중문화평론가 임범이 사랑하는 ‘임범식’ 보드카 레몬
보드카 레몬. 페르노리카 제공
베이컨말이 꼬치. 강선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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