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의 프로슈토 에 루콜라 피자(왼쪽). 비아 디 나폴리의 투토 풍기 피자.
[매거진 esc]
이탈리아 정통 피자 표방한 비아 디 나폴리·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대표 피자 맛 평가
이탈리아 정통 피자 표방한 비아 디 나폴리·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대표 피자 맛 평가
외국 요리책에 불고기 조리법에 대해 쇠고기, 간장 외에 바질과 모차렐라치즈가 들어간다고 설명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격렬한 반론이 줄 잇지 않을까? 이를 고려한다면 몇 년 전 이탈리아 농무부가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자의 크기, 화덕의 종류 등 8개항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피자만 ‘나폴리 피자’라고 이를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한 것을 두고 호들갑을 떤다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음식은 교류하면서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정통’의 도그마를 갖다댈 필요는 없지만, ‘미국식 피자와 다른 피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필요도 있다.
얇은 피자는 포크 나이프로 먹는 게 합리적
최근 정통 피자를 표방하는 ‘비아 디 나폴리’와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다. 둘 다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다. 이탈리아 음식에 정통한 3명과 함께 찾아 맛과 분위기를 평가했다. 슬로푸드 협회에서 만든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에서 공부한 남양주시 슬로푸드팀 노민영(29)씨와 블로그 ‘달고나, 식생활 기행 프로젝트’(http://dalgona.tv)를 운영하는 강수연(40), 김정훈(38)씨가 ‘악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이탈리아 전역의 레스토랑과 요리사를 취재했다. 남양주시는 지자체 최초로 슬로푸드팀을 만들어 유기농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 운동에 반대해 안전한 먹을거리와 공정한 무역을 내세우며 1986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이들의 ‘피자 수다’를 기록했다.
고나무 기자(이하 고) : 달고나를 운영하는 두 분은 이탈리아에서 주로 어디 계셨나요?
강수연(이하 강·왼쪽) : 베로나와 볼로냐 등 중북부에 주로 있었지만, 전국을 돌아다녔죠. 처음 이탈리아 가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카르보나라 파스타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이었어요.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찍은 카르보나라 파스타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놀라더군요. ‘왜 이렇게 국물이 많으냐’ ‘왜 달걀이 없느냐’ 등등….
김정훈(이하 김·오른쪽) : 나폴리안 마르게리타가 기본이니 우선 이걸 시키고, 버섯이 들어간 투토 풍기를 시켜보죠. 화덕이 눈에 띄는군요. 아마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게 아닐까 합니다. 지난해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주방용품 가운데 화덕도 있더군요. 값을 물어봤더니 우리 돈 약 2000만원이라고 답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강 : 이탈리아에서 길거리 피자부터 레스토랑까지 거의 날마다 피자를 먹었는데,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피자 레스토랑이 캐주얼하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고급스런 분위기는 아니었죠. 베로나에 있을 때 인상적이었던 건 주방에 들어갔더니 피자 만드는 사람(피자이올로)들이 죄다 파키스탄이나 북아프리카, 동남아에서 온 친구들이었다는 거예요. 피자 만드는 사람은 요리사로 인정받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이탈리아인들은 피자를 자주, 많이 먹어요. 포장해서 싸가는 경우가 많고요. 한 사람에 한 판씩 먹는 게 일반적이죠. 날씬한 아가씨가 피자 한 판 해치우는 걸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노민영(이하 노·왼쪽) : 제가 올해 초 한국 친구들에게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줬어요. 반응이 덤덤하더라고요. ‘왜 크림이 없느냐’는 거죠. 이탈리아식으로 달걀 노른자와 올리브 오일 등으로 만들었거든요. 며칠 뒤 생크림을 넣었더니 좋아하더군요. 카르보나라에 생크림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둘 다 맛있을 수 있어요.
고 : 비아 디 나폴리 피자에 대해 좋다, 나쁘다, 그저 그렇다 중에 고르신다면요?
노 : 괜찮네요.
강 , 김 : 값이 좀 높지만 전체적으로 괜찮네요.
김 : 피자의 토마토소스를 실제로 토마토를 으깨 숙성시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군요. 이탈리아에서는 산 마르자노라는 품종의 토마토가 유명해요. 파프리카만큼 물기가 적어서 그걸로 만든 토마토 소스는 아주 맛있죠.
노 :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제 주위 이탈리아인들은 피자를 우리처럼 손으로 먹지 않고 나이프와 포크로 먹더군요.
강 : 생각해보면 빵(도)이 얇으면 치즈 등 토핑이 흐르잖아요. 나이프로 먹는 게 합리적인 거 같네요.
김 : 투토 풍기도 괜찮긴 한데, 버섯이 좀 적군요. 이탈리아에서 송로버섯(트러플)은 귀중한 음식재료로 알려져 있죠. 이곳 투토 풍기에는 송로버섯 냄새가 좀 나네요. 송로버섯 가루를 썼나?
화덕은 이탈리아제이며 최대 섭씨 500도까지 올릴 수 있다고 비아 디 나폴리는 밝혔다. 투토(tutto)는 ‘모든’이라는 뜻이고 풍기(fungi)는 버섯이다. 문법상 복수형 어미를 사용한 ‘투티(tutti) 풍기’가 맞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토 풍기’에는 송로버섯이 함유된 기름을 쓴다고 비아 디 나폴리는 밝혔다. 김씨가 송로버섯 가루로 추측한 건 후추였다.
1차 취재를 마치고 최근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만든다는 압구정동의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로 향했다. 이탈리아인 요리사 살바토레 쿠오모는 일본에서 먼저 나폴리식 피자로 유명세를 탔다. 이 때문에 일본식 접대법의 영향을 받은 듯, 레스토랑에 들어가 다섯 사람 자리를 달라고 요청하자, 프런트의 남자 직원이 “칭퀘 페르소네!”(Cinque persone)라고 외쳤다. ‘다섯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른 직원들도 간단한 이탈리아말을 크게 외치며 말을 주고받았다. 추천을 부탁해, 가장 유명하다는 디.오.치(D.O.C)피자와 프로슈토 에 루콜라 피자를 주문했다. 프로슈토는 햄의 한 종류이며 루콜라(영어로 아루굴라)는 샐러드에 쓰이는 지중해 식물로 쌉쌀한 맛을 낸다.
“칭퀘 페르소네!” 손발이 오그라들어!
고 : 여기도 소음은 비슷하네요. 인테리어는 현대적인데 음악 선곡이나 소리로 보면 레스토랑보다는 라운지바에 가깝네요.
노 : 빵과 함께 찍어 먹을 것으로 발사믹(포도주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이 아니라 올리브오일만 주는군요. 이탈리아에 머물 때 주변 이탈리아인들은 빵을 올리브오일에만 찍어 먹더군요. 한국처럼 빵을 발사믹에 찍어 먹는 건 미국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샐러드도 올리브오일에 소금, 후추만으로 만들더라고요. 디오치 피자는 소문대로 맛있네요. 그냥 모차렐라치즈가 아니라 물소젖으로 만든 치즈를 썼군요. 빵도 더 촉촉하고요. 비아 디 나폴리 마르게리타보다 조금 더 낫군요. 다 좋은데 다만 기름이 조금 느끼합니다. 신선한 올리브기름은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거든요. 프로슈토 피자도 괜찮네요.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강수연씨
김정훈씨
노민영씨
비아 디 나폴리의 나폴리안 마르게리타 피자. 원조의 맛은 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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