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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매혹적인 피사체, 몸

등록 2009-08-26 20:18수정 2009-08-27 19:14

안드레 케르테스. ‘왜곡시킨 누드, No. 40’(<사진에 나타난 몸> 예경)
안드레 케르테스. ‘왜곡시킨 누드, No. 40’(<사진에 나타난 몸> 예경)
[매거진 esc] 논란과 함께 발전해온 누드사진의 역사…최근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관심도 높아져
당신 앞에 수만장의 사진이 있다. 모두 다르다. 꽃, 아이, 전쟁, 사랑, 슬픔, 죽음 그리고 벗은 몸이 섞여 있다. 그중에서 단박에 당신의 눈을 사로잡는 피사체는 무엇일까? 가제트의 팔처럼 쭉 뻗어 냉큼 다른 사람이 채어 가기 전에 품 안에 넣고 싶은 사진은 무엇일까? 사람의 몸을 찍은 누드사진이 아닐까!

미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벗은 몸만큼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 없다. 꿈틀대는 본능의 조각과 예술이 주는 황홀감이 그 안에 녹아 있다. 벗은 사람을 찍은 사진을 흔히 ‘누드사진’이라고 한다. 누드사진은 에로틱사진이나 포르노사진과 구별된다. 에로틱사진과 포르노사진이 신체를 통해 성적인 자극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누드사진은 예술적인 목적을 가진 사진가가 예술적인 공간에서 소비하는 사진이다. 포르노사진은 에로틱사진보다 더욱 노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루이스 캐럴의 소녀 누드 사진

사진가라면 한번쯤 자신의 앵글에 담아보고 싶은 피사체가 몸이다. 왜? 우리 몸만큼 우리 가까운 곳에서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피사체는 없기 때문이다. 누드사진의 역사는 그런 인간의 심상에 기대어 시작되었다.


에드워드 웨스턴. ‘누드’(<클라시커 50 사진가> 해냄)
에드워드 웨스턴. ‘누드’(<클라시커 50 사진가> 해냄)
1839년 ‘다게레오타이프’(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가 발명한 사진 촬영, 현상, 정착 프로세스)가 발표되면서 시작된 사진의 역사는 화가들을 위한 것이었다. 화가들은 자신이 그리고 싶은 인물이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 그림을 그렸다. 누드사진도 마찬가지였다. 화가들은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 모델들이 필요했지만 장시간 모델들을 벗겨둔 채 둘 수 없었다. 그래서 화가들은 모델의 벗은 몸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의 탁월한 묘사력과 사실적인 효과는 금세 음흉한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내 이외에는 벗은 여인의 몸을 볼 수 없었던 남자들은 누드사진에 열광했다. 19세기 떠오르는 부르주아계급의 남자들은 비싼 값에 누드사진을 사서 펄럭이는 망토 속에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채웠다. 이런 이유로 누드사진은 저급한 것으로 취급당하거나 사회적 비난마저 일었다.

사진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깨고자 누드사진을 화가의 그림처럼 찍었다. 누드모델들은 유명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사진 위에 색을 입히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이면서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던 루이스 캐럴은 어린 소녀의 벗은 몸을 찍어 종종 묘한 채색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의 사진은 사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성 누드 사진도 등장했다. 빌헬름 폰 글뢰덴의 사진 속 벗은 남성들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들처럼 보인다.



만 레이. ‘키키-앵그르 바이올린’(<클라시커 50 사진가> 해냄)
만 레이. ‘키키-앵그르 바이올린’(<클라시커 50 사진가> 해냄)
191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진가들은 사진 본래의 성격에 충실한 스트레이트 사진에 관심을 가진다. 누드사진도 회화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1917년부터 1933년까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연인 조지아 오키프(미국의 화가·조각가)의 몸을 찍었다. 그녀의 음모가 사진 안에 검은 숲처럼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굴곡진 몸만 있고 머리는 잘리고 팔은 어디로 갔는지 없다. 그는 “사진이 사진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에드워드 웨스턴은 <누드>라는 그의 작품에서 자신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사진가 티나 모도티의 몸을 찍었다. 강한 빛과 그림자 사이로 굴곡진 인간의 몸이 정확하고 날카롭게 묘사되었다.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누드사진도 등장한다. 안드레 케르테스는 사진 안에 마술사가 요술을 부린 것처럼 구부러지고 휘어진 몸을 담았다. <왜곡시킨 누드, No. 40>이 대표적이다. 19세기 누드사진이 던져준 관음증적인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 만 레이는 나체를 자신의 사진 실험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속 벗은 몸에는 바이올린 문양이 그려지고 도톰한 여성의 유방 위에는 흰 줄들이 얼룩무늬처럼 올라가 있다.


루이스 캐럴. ‘애블린 모드 해치’(<클라시커 50 사진가> 해냄)
루이스 캐럴. ‘애블린 모드 해치’(<클라시커 50 사진가> 해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피사체로서 벗은 몸에 대한 사진가들의 탐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디앤 아버스가 찍은 나체주의자, 아담과 이브처럼 남녀의 벗은 몸을 찍은 두에인 마이클스, 미국 동성애자들의 몸을 찍은 로버트 매플소프, 손발이 묶인 나체의 여인을 찍은 아라키 노부요시 등.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누드사진에 담긴 작가들의 의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평론가 박상우는 현대 사진에서 누드는 “작가마다 누드라는 형식은 같지만 그 내용과 예술적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로버트 매플소프는 예술적 의미로서 누드의 개념은 맞지만 그의 어떤 사진은 포르노사진보다 더 자극적”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사진가들도 피사체로서 벗은 몸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자신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진가 최광호의 누드사진, 2007년 누드사진전 <몸>을 열었던 패션사진가 김용호, 장시간 노출 기법으로 벗은 몸을 찍은 김아타 등.

정기적 촬영대회 여는 카페도 생겨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예술사진 영역을 벗어난 누드사진은 패션사진과 광고사진 등에 매우 요긴한(?) 재료로 쓰였다. 20세기 패션사진사의 거장, 헬무트 뉴턴은 모델의 알몸 위에 모피 코트 한 장만 어깨에 걸치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의 강렬한 패션 누드사진은 <보그>, <엘>, <퀸> 등 세계적인 패션잡지에 소개되었다.

한 장의 누드사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는 사진모델 시절 찍은 누드사진이 배우의 발판이 되었다. 1953년 휴 헤프너가 창간한 잡지 <플레이보이>는 누드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판매 부수를 올렸다.


임승억.(민누드닷컴 운영자)
임승억.(민누드닷컴 운영자)
21세기 누드사진은 더 복잡하고 집요하게 우리들의 다양한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09년, 사진이 취미인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예술사진가들 못지않게 누드사진에 관심이 많다. 사진전문 인터넷 사이트 ‘에스엘아르 클럽’이나 ‘레이소다’, ‘포토리그’ 등의 사진 갤러리에 가면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찍은 수많은 누드사진을 볼 수 있다. 이런 사진들은 한국사진작가협회(이하 사협)가 주최하거나 누드사진 카페가 연 누드사진 촬영대회에 참여해서 찍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협은 한 달에 한두 번 누드사진 촬영대회를 연다. 100여명의 회원이 모델 3~4명을 바위나 경치 좋은 곳에서 자세를 잡게 하고 사진을 찍는다.

최근에는 소규모 누드사진 촬영대회가 인기다. 원하는 시간만큼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누드사진 카페 민누드닷컴(minnude.com)을 운영하는 임승억(37) 실장은 회원 수가 2790명이라고 말한다. 2005년 오픈 초기에는 회원 수가 1만여명이었지만 2007년 성인인증제를 도입해서 현재는 순수하게 누드사진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만 남았다고 말한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촬영대회를 연다. 사협 주최 촬영대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50~60대 남성이 많은 반면 민누드닷컴의 회원들은 30~40대 직장인이 많다.

누드모델들은 20대 후반의 전문 누드모델에서부터 성인영화연기자까지 다양하다. 촬영 장소는 대부분 조명시설을 갖춘 스튜디오지만 수중촬영이나 색다른 분위기 연출을 위해서 고급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기도 한다. 밀가루를 머리카락에 묻혀서 고속으로 찍는 등 다양한 기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임 실장은 “모델을 잘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한 장의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한다. 자칫 작품보다는 누드모델의 몸에만 관심이 있는 이는 절대 사절이라고 그는 말한다.

민누드닷컴처럼 정기적으로 누드사진 촬영대회를 여는 유명 누드사진 카페나 스튜디오는 전국에 10군데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드러나지 않은 누드사진 카페 중에는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촬영대회를 열거나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곳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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