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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때 지난 느낌이 있습니다만, 〈esc〉에서 술 기사를 가장 많이 쓴 ‘죄인’으로 고백성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환청이 들립니다. “네 죄를 네가 알겠지요?”(이명박 대통령님의 허스키 목소리 버전) 몇 주 전 한 조세연구원 관리가 “죄악세”를 말하는 순간, ‘X 잡고’ 반성했습니다.(X는 손입니다) 한 손으론 ‘X’을/를 잡고 오른손으로 컴퓨터를 켠 뒤 찬반론을 살폈습니다. 술로 인한 폐해 처리 비용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지불하므로 주세를 올려야 한다는 게 조세연구원 논리였습니다. 야당은 이에 부자 감세로 부족한 재정을 서민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하더군요. 술 때문에 머리가 나빠진 죄인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담론이더군요.(논쟁이 경험, 사실 없이 담론 수준에서 이뤄질 때 진보 담론이든 보수 담론이든 막막해집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지난 6월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주 양조장을 방문했습니다. 양조장 사장에게 프랑스의 포도주 주세를 물었습니다. 1병에 15센트쯤 된다더군요. “맥주 주세는 비슷하거나 낮을 것”이랍니다. 15센트면 4일 환율로 263.7원입니다. 유럽, 일본, 미국은 우리와 달리 알코올 도수 높은 술에는 많은 세금을, 낮은 술에는 적은 세금을 양에 따라 부과합니다. 종량세입니다. 도수가 13~15도인 포도주 주세가 260원꼴이니 맥주는 더 싸겠죠.(세상에 이런 죄인들이 있나!) 일본의 한 맥주회사에 일본 맥주 주세를 물었습니다. 1㎘에 22만엔이랍니다. 4일 환율로 330㎖에 940원꼴입니다. 이 회사 맥주 330㎖ 1병이 한국과 똑같이 2750원이라고 가정해 주세율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약 52%더군요. 현지에서는 더 쌀 테니 실제 주세는 더 낮겠죠.(역시 일본은 야동과 죄인들의 나라!) 우리나라 맥주 주세는 72%입니다. 도수 높은 소주도 72%입니다. 소주 세율을 올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도수에 따른 합리적인 기준과 일관된 철학 없이, “국민의 건강이 걱정스럽다”는 정부 말을 믿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그토록 국민 건강이 염려스러우면, 차라리 국산 천일염 소비를 지원하고 권장하는 건 어떨까요? 무상급식이 좌절된 경기도의 농촌 아이들부터 말입니다. 전남 신안 태평염전은 과연 우리 식탁의 ‘빛과 소금’이더군요. 대통령님과 조세연구원 관리들이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행여 고속철도(KTX)에서 맥주 마시는 죄는 저지르지 마시고요!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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