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지에서의 하룻밤은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 지난 20일 밤 경기 가평 자라섬 오토캠핑장을 찾은 한 가족이 저녁식사 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현장에서 듣는 훈수가 최고의 캠핑 노하우
초보자는 기본시설 갖춰진 곳으로
현장에서 듣는 훈수가 최고의 캠핑 노하우
초보자는 기본시설 갖춰진 곳으로
이재구(37·웹 프로그래머)씨는 자칭 ‘캠핑 중독자’다. 2007년 여름부터 본격적인 가족캠핑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가 2년이란 짧은 기간에 꾼들 사이에서 ‘베테랑’으로 통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해 1년간 52주 중 무려 48주의 주말을 캠핑장에서 보냈다. 그 역시 어릴 적 야영의 추억을 잊지 못해, 썩 내켜하지 않던 아내(이은영·34)를 설득해 캠핑을 시작한 경우다. 덕분에 딸 예진(6)은 주말마다 2박3일을 엄마·아빠, 그리고 야영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뛰놀며 지낸다. 그는 네이버 최대 캠핑 카페 ‘캠핑 퍼스트’ 운영진의 한 사람(닉네임 엘케인)이다. 이씨의 도움말로 캠핑 초보들이 챙기고 살펴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매장 가기 전 캠핑장 견학부터 |
“캠핑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장비는 뭐죠?” “텐트는 어떤 걸로 사야 할까요?” 오토캠핑 입문을 결심한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캠핑 카페들의 게시판엔 늘 같은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대개의 댓글은 “현장에 가서 배우쇼” 따위의 시큰둥한 것들이다. 최근 들어 같은 질문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고수들의 대응이다. 하지만 얼마 뒤면 알게 된다. “현장에서 배우라”는 댓글만큼 정확한 답도 없다는 걸. 수도권에 오토캠핑장이 40여곳 있다.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친다. 텐트 종류도, 모양도, 늘어놓은 장비들도 제각각이다.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또는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장비를 발견하면 지체없이 주인에게 인사하고 물어보면 된다. 캠퍼들은 대개 자신이 갖춘 장비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묻지도 않은 것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들이 많다. 캠핑장을 둘러보면 야영의 세계가 보이고, 필요한 것들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캠핑용품 매장부터 들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화로는 캠핑의 꽃 인터넷 카페 중고장터 활용할 만 | 캠핑 초보 은철수씨의 경우를 보자. 은씨는 지난달 첫 캠핑을 앞두고 캠핑장 고수들의 조언을 들은 뒤 텐트 구입에 나섰다. 캠핑 카페 중고장터를 찾았다. 물건 주인이 카페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지, 가격대는 적당한지 확인한 끝에 콜맨의 중고 텐트를 37만원에 살 수 있었다. 몇 번 쓰지 않은 새 텐트를 시중보다 40%가량 싸게 산 셈이었다.
텐트·버너·조명기구 등 어느 정도 기본장비는 갖췄다는 은씨는 “처음엔 텐트만 있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챙기다 보니 소소한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100만원 예산을 잡았는데, 결국 15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말했다.
한번에 장만하기보단 경험해가며 하나씩 | 캠핑 초보들 중엔 한꺼번에 캠핑용품 세트를 장만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멋져 보이지만, 초보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한꺼번에 산 뒤 생각이 바뀌어 다른 장비를 중복구매하게 되거나, 쓰지 않는 물건이 생기기도 한다. 캠핑족들은 텐트만 해도 봄~가을용, 겨울용에 거실텐트에 침낭도 겨울·여름용을 따로 갖춘다. 테이블과 의자도 거실용·조리용이 있다. 랜턴 등 조명기구와 난방용품도 연료(가솔린·부탄가스·건전지·전기시설)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화로와 화로대, 버너, 바비큐 그릴, 압력솥, 전기요, 야전침대도 필요하다.
이재구씨는 “캠핑장비를 다 구입하려면 최소한 3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기본 장비를 갖춘 뒤 경험을 쌓아가며 필요한 것을 추가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쓰던 돗자리·담요·랜턴·밥솥·식기류를 활용해도 근사한 캠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여름철 캠핑에 필요한 기본 장비로 텐트·그늘막, 버너·코펠, 바닥재(매트와 습기방지용 그라운드시트), 고기를 구울 화로대, 아이스박스를 꼽았다. 이씨는 “특히 화로는 ‘캠핑의 꽃’이므로 마련하는 게 좋다”고 했다.
첫 캠핑은 기본시설 갖춰진 곳으로 | 기본장비를 갖췄다면 첫 캠핑의 근사한 추억을 쌓을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첫 캠핑은 되도록이면 호젓함을 찾기보다, 샤워장·수세식화장실·개수대 등 기본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고르는 게 자녀를 동반한 가족캠핑에 알맞다. 여러 팀이 모이는 캠핑장은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고, 이웃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최근엔 기존 캠핑시설 외에 널찍한 운동장과 놀이터·자전거대여소·낚시터 등 다양한 여가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캠핑 이웃 배려·양보는 기본 | 캠핑장도 공공의 장소이므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텐트 칠 때 팩은 발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끝까지 박아야 한다. 연결 끈엔 야광테이프를 붙여 밤에도 알아보기 쉽게 해야 한다. 이씨는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러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 장소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며 “이웃간의 인사, 조용한 대화 등은 기본 규칙”이라고 말했다. 술 마시고 떠들기, 노래 부르기, 텐트 옆 폭죽놀이 등은 모든 캠핑장의 금지사항이다. 새로 사귄 이웃의 직업·나이 묻지 않기는 캠퍼들 사이의 암묵적인 불문율이다.
캠핑 재미 절반은 먹는 재미 | 캠핑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다. 기본 반찬은 준비해 가지만, 주요리는 현장에서 만들어 먹어야 제맛이다. 고수들에게 육류와 생선 등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바비큐 그릴은 기본장비에 속한다. 이씨는 “다양한 바비큐를 즐기기 위해 입맛이 비슷한 이들끼리 동호회를 이뤄 함께 다니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캠핑도 자주 다니다 보면 각자 취향에 맞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강·바닷가·계곡 등 선호하는 곳이 생기고, 주변의 볼거리·체험거리들을 찾아나서게 된다. 온 가족이 함께 다음 캠핑 장소와 일정, 해먹을 음식 등을 계획하는 것도 캠핑족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기타 치고 노래 즐기는 낭만? 민폐!
이씨에게 캠핑의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대답이 길었다. 캠핑장에 막 도착해 차문을 열고 나설 때, 아이가 새 친구들과 뛰노는 소리를 들을 때, 가족이 함께 누워 밤하늘 별무리를 바라볼 때, 그늘막 밑에 앉아 아내와 빗소리를 들을 때, 겨울 아침 텐트 문을 열고 밤새 쌓인 눈벌판을 바라볼 때….
마지막으로 캠핑 초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씨는 두 문장으로 답했다. “캠핑과 연애하지 마세요. 가족을 위한 캠핑이란 걸 한시도 잊지 마세요.”
고급이라고? 펜션보다 알뜰해요
캠핑 차량 오토캐러밴 체험, 성수기도 10만원이면 즐겨
옛날 상거래를 위해 먼거리를 오가던 대상이 캐러밴(카라반)이다. 차에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한 캠핑카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차량 자체에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카를 오토캐러밴, 자체 동력이 없는 것은 캐러밴이라 부른다. 고급 레저용품으로 인식돼 온 캠핑용 캐러밴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2002년 국제캠핑캐라바닝대회가 동해 망상오토캠핑장에서 열리면서다. 지난해 여름엔 가평에서 대회가 다시 열렸다.
캐러밴을 체험하며 지낼 수 있는 캐러밴 체험장도 여러 곳 생겼다. 캐러밴을 오토캠핑장에 주차해 두고 일반인들이 차에서 묵으며 캠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4~6인용이 대부분이다. 차 안에 침실·거실·부엌·화장실 등을 갖춘데다 텔레비전까지 설치했다. 차 옆엔 파라솔이 딸린 나무탁자·의자가 마련돼 있다.
동해 망상 오토캠핑장·www.campingkorea.or.kr | 망상해수욕장 옆의 오토캠핑장에 10대의 캐러밴을 상시 배치하고 일반 체험객을 맞는다. 평일 1박에 4만4천원, 주말 6만6천원. 성수기(7~8월)엔 11만원. 주변에 또다른 숙박시설 훼밀리롯지·캐빈하우스 등도 갖췄다. (033)534-3110.
가평 자라섬 오토캠핑장·www.jarasum.gp.go.kr | 춘천과 이웃한 북한강변 오토캠핑장 안에 가평군이 운영하는 10대의 캐러밴을 갖추고 있다. 평일 5만원, 주말 8만원, 성수기(7~8월) 10만원. 사설 캐러밴도 15대 있다. 8인용이다. 평일 9만원, 금요일 12만원, 토요일 18만원(성수기·극성수기는 추가요금). 통나무집인 모빌홈과 오토캠핑장, 개인 캐러밴을 주차할 수 있는 캐러밴 사이트도 마련돼 있다. (031)580-2700.
가평 연인산 오토캠핑장 | 가평군에서 운영하는 10대의 캐러밴을 갖췄다. 이용료는 자라섬과 같다. 캐빈하우스도 있다. (031)582-5702.
연천 한탄강 오토캠핑장·www.hantan.co.kr | 22대의 캐러밴을 배치해 두고 있다. 용추계곡이 옆에 있다. 4인용 평일 4만원, 주말 6만원, 성수기 8만원. 6인승 평일 6만원, 주말 8만원, 성수기 10만원. (031)833-0030.
해남 땅끝 오토캠핑장 | 10대의 캐러밴이 있다. 비수기 평일 4만원, 금·토 5만원. 7~8월엔 평일 8만원, 금·토 10만원. (061)534-0830.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화로에 둘러앉아 음식을 구워먹으며 좋아하는 어린이들.
“캠핑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장비는 뭐죠?” “텐트는 어떤 걸로 사야 할까요?” 오토캠핑 입문을 결심한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캠핑 카페들의 게시판엔 늘 같은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대개의 댓글은 “현장에 가서 배우쇼” 따위의 시큰둥한 것들이다. 최근 들어 같은 질문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고수들의 대응이다. 하지만 얼마 뒤면 알게 된다. “현장에서 배우라”는 댓글만큼 정확한 답도 없다는 걸. 수도권에 오토캠핑장이 40여곳 있다.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친다. 텐트 종류도, 모양도, 늘어놓은 장비들도 제각각이다.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또는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장비를 발견하면 지체없이 주인에게 인사하고 물어보면 된다. 캠퍼들은 대개 자신이 갖춘 장비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묻지도 않은 것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들이 많다. 캠핑장을 둘러보면 야영의 세계가 보이고, 필요한 것들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캠핑용품 매장부터 들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화로는 캠핑의 꽃 인터넷 카페 중고장터 활용할 만 | 캠핑 초보 은철수씨의 경우를 보자. 은씨는 지난달 첫 캠핑을 앞두고 캠핑장 고수들의 조언을 들은 뒤 텐트 구입에 나섰다. 캠핑 카페 중고장터를 찾았다. 물건 주인이 카페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지, 가격대는 적당한지 확인한 끝에 콜맨의 중고 텐트를 37만원에 살 수 있었다. 몇 번 쓰지 않은 새 텐트를 시중보다 40%가량 싸게 산 셈이었다.
텐트·버너·조명기구 등 어느 정도 기본장비는 갖췄다는 은씨는 “처음엔 텐트만 있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챙기다 보니 소소한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100만원 예산을 잡았는데, 결국 15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늘막 밑은 편안히 쉴 수 있는 자연 속의 거실이자 주방이며 식당이다.
가평 자라섬 오토캠핑장을 가득 메운 텐트와 자동차.
캠핑장에서 야구를 즐기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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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에도 캐러밴을 체험할 수 있는 캠핑장이 여러 곳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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