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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체크에도 봄바람 살랑

등록 2009-05-20 18:53수정 2009-05-24 14:26

1.발랄한 느낌을 주는 깅엄체크 원피스.(‘XIX’ 왼쪽에서 두 번째) 2. 커다란 체크무늬는 지갑 등 액세서리에 자주 사용된다.(‘닥스’) 3. 반짝이는 재질에 심플한 체크를 넣은 ‘닥스’ 가방. 4.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헤지스’의 체크 넥타이. 5.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인 ‘네넷’(Ne-net)의 체크무늬 운동화. 6. 체크무늬 스카프도 스테디셀러다.(‘닥스’) 7. 그림물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의 ‘빈폴’ 체크무늬 가방. 8. 시원한 느낌의 민소매 원피스. 이 스타일은 창문 모양을 닮아 윈도우체크로도 불린다.(‘EnC’)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 esc] 전통과 품위에서 빈티지·펑키로, 정장에서 티셔츠·민소매 원피스까지 무한 변신
전통과 품위를 상징하던 체크 디자인은 어떻게 발랄함을 입었나? 체크무늬 옷은 건널목의 흰 줄무늬만큼이나 쉽게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콧대 높은 도도함과 독창성이 각광받는 패션 디자인에서 체크무늬의 대중성과 평범함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체크무늬는 가을·겨울에 입는 셔츠나 재킷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엔 ‘체크처럼 보이지 않는’ 체크무늬가 유행이라 할 만큼 남다른 체크무늬가 사랑받고 있다.

색 조합 따라 같은 무늬도 느낌은 천차만별

엘지패션 ‘닥스’의 이지은 디자이너 실장은 “체크 하나를 갖고도 무궁무진한 변화가 가능하다”며 “최근엔 눈에 확 띄는 도드라진 체크에서 벗어나 한층 미니멀(단순)해진 체크나, 물결무늬·곡선 등과 결합하는 식의 재해석된 체크가 뜬다”고 설명했다.

고상한 체크에도 봄바람 살랑. 빈폴 제공·닥스 제공(왼쪽부터)
고상한 체크에도 봄바람 살랑. 빈폴 제공·닥스 제공(왼쪽부터)

체크 디자인의 변화는 영국 정통 브랜드를 표방하는 몇몇을 포함해 국내 영캐주얼 브랜드가 체크무늬를 선호하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캐주얼 브랜드 ‘에이든’의 여름 원피스는 체크무늬를 초미니 민소매 원피스에 적용했다. 단정한 인상을 주던 체크무늬가 하늘거리는 재질과 만나 시원함과 경쾌함을 가미했다. 허리 부분의 주름도 체크의 단조로움에 활력을 준다. 파스텔톤 재킷이나 탤런트 김민정, 구혜선이 근래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흰색·붉은색을 직각으로 교차한 남방도 기존 체크무늬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새롭다. ‘에이든’의 이지섭 디자이너는 이 차이를 어디서 찾을까? 그는 “중요하다고 알려진 체크무늬의 종류나 크기보다 색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5~8가지 색을 넣어 디자인했다. 색상의 조합에 따라 계절감뿐 아니라 클래식·캐주얼 등의 뉘앙스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회색과 검은색 등의 비슷한 색채를 반복할 경우 건조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반면 에메랄드에서 청록색 등의 연두색 계열에 두세 가지 노란색 톤을 섞으면 한층 발랄한 인상을 준다.

의상디자인 영역과 이른바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선 ‘그냥 체크’는 없다. 대신 가을·겨울 시즌에는 따뜻하고 풍성한 느낌을 주는 타탄체크(스코틀랜드 민속의상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체크무늬로, 여러 색의 줄무늬가 직각으로 교차하는 형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깅엄체크(한두 가지 색과 흰색만을 사용해 정사각형 패턴을 강조하는 형태), 영국 전통 신사의 상의를 대표하는 아가일체크(잦은 반복 없이 마름모꼴의 형태를 강조) 등 이름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 ‘○○체크’가 있다.

고상한 체크에도 봄바람 살랑. 빈폴 제공
고상한 체크에도 봄바람 살랑. 빈폴 제공


이렇듯 정교한 차이를 가진 체크무늬는 디자인 방식에 따라서 180도 달라진다. 원단의 종류나 질감에 따라 어울리는 체크무늬도 다르다. 그뿐 아니라 의상, 신발, 가방 등 무엇을 만드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보통 남성복 슈트에는 글렌체크(아주 작은 무늬의 체크무늬를 반복해 큰 체크를 이루는 형태)가, 니트나 양말에는 아가일체크가 어울린다고 얘기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변화’를 좋아한다. ‘닥스’는 스포츠웨어인 골프 티셔츠에 격자무늬의 아가일체크를 과장되게 큰 크기로 변형, 적용했다. ‘빈폴’도 고유 체크무늬를 지갑 등의 액세서리 라인에 여러 변화를 주며 적용한다. 이번 시즌엔 분홍과 초록색 등의 가죽 가방에 손으로 그린 듯한 체크 패턴을 내놓았다.

최근 유행하는 체크 디자인은 패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까지는 영국 신사풍의 글렌체크와 세련된 블랙앤화이트의 깅엄체크가 유행했다면 최근엔 단색조에서 탈피한 붉은색, 파란색 등 상큼한 색채를 띤 깅엄체크가 각광받는다. 이지섭 디자이너는 “경직된 중후함이 사라지고 경쾌하고 젊은 분위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 때문”이라며 “정사각형의 깅엄체크에 한층 자유롭고 경쾌한, 빈티지한 감성이 덧붙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빈폴’의 권미화 수석 디자이너도 체크의 새로운 변화를 설명했다. “최신 유행은 수채화나 유화 등의 핸드 드로잉 기법을 활용한 예술적인 감각의 체크와 단순하면서 기하학적인 체크가 부각된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벼운 소재에 프린트를 하거나, 티셔츠 일부분에 장식적으로 사용한다.”

왼쪽부터 아가일체크·깅엄체크·타탄체크·글렌체크·버버리체크
왼쪽부터 아가일체크·깅엄체크·타탄체크·글렌체크·버버리체크

체크의 디자인적 가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고유 체크를 만드는 데서도 보인다. 영국 정통 패션 브랜드를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들은 자신의 고유 체크 문양을 만들어 작명까지 해가며 체크에 공을 들인다. 이른바 ‘버버리’의 노바체크는 ‘버버리’ 하면 바로 떠오르는 무늬로 고유의 캐릭터를 전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최초의 버버리 체크였던 헤이마켓 체크에서 말 탄 기사 로고를 뺀 후 레드, 블랙, 화이트 위에 가는 붉은색 선을 넣어 버버리의 얼굴이 됐다. ‘닥스’ 역시 캐멀색과 블랙을 사용한 하우스체크 패턴으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역사를 선언했다. 닥스체크는 전 아이템에 걸쳐 활용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10여개의 체크 패턴을 개발했다. ‘헤지스’ 또한 2006년 고유 체크인 헤지스클럽 체크를 출시해 ‘헤지스’ 고유 컬러인 푸른색과 회색에 베이지 색상을 적용한 체크를 내놓았다. 젊은 감각을 내세운 헤지스 체크는 옷 안감뿐 아니라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에도 적용해 검증된 ‘자기만의 이미지’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독자적 체크 개발로 브랜드 차별화

여전히 체크는 불멸의 키워드다. 150여년 전 포목상 버버리는 헤이마켓 체크라는 클래식한 문양을 만들어 지금까지 굳건히 지켜오고 있고, 1970년대 디자이너 비비안웨스트우드는 히피 유행에 반하는 펑크 정신을 물씬 넣은 체크무늬를 자신의 의상에 야심차게 넣었다. 지난해 이효리가 입어 히트한 빨간색 체크무늬 셔츠의 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클래식, 복고풍, 펑키한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체크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이지섭 디자이너의 말처럼, 체크는 사실 지루할 틈 없이 변신하며 수많은 소비자들과 디자이너들의 눈을 홀렸다. 스코틀랜드 용사들이 자신의 가문을 표시하려고 특정한 무늬를 반복해 짜넣은 모포를 걸쳤던 데서 유래한 체크는 지금도 앞서 나가는 진취적인 아이콘이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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