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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찾은 색은?

등록 2009-04-29 21:43수정 2009-05-03 09:57

<b>1등 박호광 <여름이야기></b> 조리개 f8.0, 셔터속도 1/500초, 초점거리 70㎜, ISO 100, 카메라 캐논 EOS 5D
1등 박호광 <여름이야기> 조리개 f8.0, 셔터속도 1/500초, 초점거리 70㎜, ISO 100, 카메라 캐논 EOS 5D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누구나 자기만의 ‘색’이 있다. 무심하게 던진 눈길이 오래된 벽돌집의 붉은색에 꽂히면 그 옛날 청춘을 바쳤던 첫사랑이 생각나고, 하늘을 나는 풍선의 노란색을 보면서 아가의 웃음을 떠올린다. 한여름 눈에 들어온 푸른 물빛은 친구들과 떠난 배낭여행의 며칠로 시간을 돌린다. 인생의 흔적들이 울긋불긋한 온 세상의 색 안에 담겨 있다. 세월을 따라 옅어지기도 하고 사이다처럼 더 진하게 쏘기도 한다. esc가 개최한 2009 색사진 공모전의 당선작들을 소개한다.

1등 박호광씨

“노란 튜브 들어올 때까지 숨 참았죠”

물놀이 공원의 한때를 포착해 1등 수상한 박호광씨

풀장의 물결이 찰랑찰랑 예쁘게 칠 때까지 기다렸다. 파란 물 안으로 노란 튜브가 들어올 때까지 숨을 참았다. 찰칵찰칵~ 그렇게 찍은 박호광(42)씨의 사진 ‘여름 이야기’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1등에 당선되었다. 그는 10년 넘게 사진을 찍은 이다. 몇 해 전부터는 두 아이의 얼굴을 찍으면서 사람의 얼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는 인상사진을 공부하고 있단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카쉬전도 보고 왔다.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박씨의 ‘여름 이야기’는 가족들과 덕산스파캐슬로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이다. 그는 가족여행을 좋아해서 자주 다니고 반드시 훌륭한 결과물(사진)을 안고 돌아온다. “아이들을 재워두고 빛이 아름다운 때”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그의 열정 덕분이다. 사진은 “빛이 좋아서 찍기도 하고, 선이 아름다워서 찍기도 하지만” 이 사진은 색 자체가 좋아서 셔터를 눌렀다고 말한다. 자신이 묵은 방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그는 “사진은 내가 주인공이 돼서 컨트롤할 수 있고, 내 의지가 반영되는” 분야라서 매력 있다고 말한다. 필름카메라 니콘 에프엠2로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박씨는 사진이 가장 보편적인 언어라고 말한다.



2등
이원광씨
고수경씨

스테인드글라스에 녹은 풍경

<b>2등 이원광 <담쟁이덩굴이 있는 도서관 창밖 풍경></b> 조리개 F/2.0, 셔터속도 1/160초, ISO 64, 초점거리 7.10㎜, 카메라 소니 DSC-F828
2등 이원광 <담쟁이덩굴이 있는 도서관 창밖 풍경> 조리개 F/2.0, 셔터속도 1/160초, ISO 64, 초점거리 7.10㎜, 카메라 소니 DSC-F828

신학대학원생인 이원광(33)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그는 토론토대학교의 여러 신학대학 중 한 곳인 녹스 칼리지의 교환학생으로 머물고 있다. 그가 찍은 사진은 녹스 칼리지의 케이븐 도서관의 북쪽 창을 가까이서 찍은 것이다. 유리창에 비친 맞은편 건물과 잎사귀들이 모두 스테인드글라스의 노란색과 합쳐져서 묘한 느낌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2003년 디지털카메라를 사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학부 전공이 신문방송학인 그는 신학과 소통, 영상을 접목시킬 방법을 찾을 생각이라고 한다.

<b>2등 고수경 <노란 봄></b> 조리개 f10, 셔터속도 1/1000초, ISO 500, 초점거리 200㎜, 카메라 니콘 D3
2등 고수경 <노란 봄> 조리개 f10, 셔터속도 1/1000초, ISO 500, 초점거리 200㎜, 카메라 니콘 D3

푸른 하늘색을 가장 좋아한다는 고수경(46)씨는 8년간 사진관을 운영했던 프로다.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운동을 하러 나갈 때조차 카메라를 들고 나간다. 당선된 사진은 울산 시민들이 사계절 자주 찾는 십리대밭의 유채꽃을 찍은 것이다. 고씨는 지난 4월 초 집에서 조금 먼 거리인 십리대밭을 운동을 하기 위해 찾았다. 늘 그렇듯이 카메라가 한 손에 있었다. 4월의 반짝이는 빛을 받은 유채꽃이 한눈에 들어왔다.



3등
오도연씨
오인숙씨
정철재씨

“사진 찍다가 올가을 결혼약속”

<b>3등 오도연 <그리운 생각></b>  조리개 f16, 셔터속도 1/250초, 초점거리 17㎜, IOS 100, 카메라 후지필름 FinePix S3Pro
3등 오도연 <그리운 생각> 조리개 f16, 셔터속도 1/250초, 초점거리 17㎜, IOS 100, 카메라 후지필름 FinePix S3Pro

오도연(52)씨는 카메라를 잡은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30대부터 자연 풍경 찍기를 즐겼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이 한 장의 사진을 잡았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공구상가 안에 있는 공원에서 찬란한 푸른빛과 붉은색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가방에는 노련한 사진 애호가답지 않게 고가의 카메라가 없다. 그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파인픽스 에스3프로(FinePix S3Pro)다. “카메라보다는 사진 찍고 싶은 대상을 잘 찾아내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군대에 간 아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과 자주 촬영 여행을 떠나곤 했다. 지금은 조금 쓸쓸한(?) 촬영 여행을 떠나지만 여전히 사진 찍는 일은 즐겁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서 행정 업무를 하는 그는 휴일이면 틈틈이 자연의 색을 찾아 나선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색은 4월 말에서 5월 사이 올라오는 나무 새순의 색이란다.

<b>3등 오인숙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b> 조리개 f6.3, 셔터속도 1/80초, 초점거리 61㎜, IOS 100, 카메라 캐논 EOS 350D
3등 오인숙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조리개 f6.3, 셔터속도 1/80초, 초점거리 61㎜, IOS 100, 카메라 캐논 EOS 350D

오인숙(41)씨는 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중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이다. 항상 바쁜 일상 속에서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사진 속 두 아이는 쌍둥이 자매 민경이와 민희다. 사이좋게 지내라는 생각으로 같은 색의 가방을 두 아이에게 안겨주었단다. 엄마보다 먼저 등교하게 된 아주 운 좋은 날, 오씨는 셔터를 눌렀다. 2003년 유럽 여행을 하면서 카메라의 매력에 빠졌고 각종 문화센터 등에서 사진을 3년 넘게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그는 자신의 카메라에서 놓쳐버리기 쉬운 일상을 꾸준히 담을 생각이란다.



<b>3등 정철재 <도시인></b>  조리개 f5.6, 셔터속도 4/1000초, 초점거리 11㎜, IOS 100, 카메라 니콘 D2Xs
3등 정철재 <도시인> 조리개 f5.6, 셔터속도 4/1000초, 초점거리 11㎜, IOS 100, 카메라 니콘 D2Xs

정철재(34)씨는 미대를 졸업하고 가구디자인회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4년 전부터 디자인과는 관련없는 무역회사에서 마케팅전략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의 세계에 홀딱 빠진 계기는 2005년부터 사진동호회 ‘70패밀리’(니콘 D70 사용자 모임)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그곳에서 가을에 웨딩마치를 올릴 평생의 반려자도 만났다. 예비 신부도 미술을 전공해서 관심사가 비슷했고, 무엇보다 각자가 찍은 사진에 대해 솔직한 비평과 칭찬을 해주면서 사랑을 키웠다. 당선 사진은 대구 지하철 1호선 한 역 앞의 공사 현장을 막은 칸막이다. 그곳에서 30분 이상 역동적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기다려서 찍은 사진이다. ‘도시 프로젝트’라는 그의 개인 작업의 하나로 찍었단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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