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5. 최순섭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등수에 오르지 못한 본선 진출작들… 어디서 본 느낌, 단순한 색의 나열에서 감점
등수에 오르지 못한 본선 진출작들… 어디서 본 느낌, 단순한 색의 나열에서 감점
딱 한 방울이 문제다. 맛을 낼 때도 간장 한 숟가락이 맛을 좌우한다. 공모전에 출품된 수많은 사진들 중에 이 딱 한 숟가락이 모자라 안타까운 고배를 마신 사진들이 있다. 공모전 공고에 기재된 내용과 일치하지 않아 예선을 통과하고도 쓴잔을 마신 사진들도 있다. 사진 공모전은 주최 쪽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사진을 제출하는 게 첫째 조건이다. 구성과 드라마적 요소가 아무리 뛰어나도 색이 묻혀 있으면 이번 공모전에서는 아쉽게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최순섭씨의 ‘스님들의 나들이’(사진 5)는 그런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사진이다. 만일 이번 공모전이 ‘색’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사진이다. 3명의 스님들이 각자 독특한 표정으로 길을 걷는 모습은 정겹다. 스님들 뒤로 빛나는 녹색과 파란색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주제는 역시 스님들이다. 스님들을 둘러싸고 있는 색이 강렬하지 않다. 김영주씨(사진 3)와 박민수씨(사진 8) 사진은 유사한 문양이 반복되면서 율동감이 있는 동시에 색의 강렬한 느낌도 전해준다. 다만 김영주씨 사진은 무엇을 나타내고 싶었는지,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소통 부재다. 박민수씨 사진 역시 색의 반복만 있을 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신운섭씨(사진 6) 사진은 화려한 색과 그 안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색과 사람의 이야기가 잘 녹아 있다. 하지만 프레임이 엉성하다. 사진 구도가 좀더 짜임새 있었으면 당선권에 들었을 것이다. 이 사진은 트리밍이 필요하다. 이근우씨(사진 4) 사진은 떨어지는 해의 색상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도시풍경 사진은 흔하다. 임지연씨(사진 2) 작품 역시 어디선가 본 느낌이다. 색의 종류가 많고 그중에서 중심이 되는 색을 찾을 수가 없다. 북채가 사람의 얼굴을 자른 것도 눈에 거슬린다. 신선한 느낌이 없다. 정우진씨(사진 1) 작품은 보색을 적절히 사용하고 사진 기술을 살려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신기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사진 속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최상식씨(사진 7) 사진은 도시의 밤을 색으로 담으려고 한 노력은 훌륭하지만 비슷한 색들이 겹칠 뿐 주인공이 되는 색이 없다.
그럼에도 모두 아름다운 사진들이다. 사진에 응모해주신 분들의 삶의 흔적이 녹아 있다. 아쉬움은 다음을 위해 마음 한구석에 남겨둔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3. 김영주
사진 8. 박민수
사진 6. 신운섭
사진 4. 이근우
사진 2. 임지연
사진 1. 정우진
사진 7. 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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