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봤어?
유희열이 ‘아, 지금 저 너무 떨려요’라고 티브이에서 말하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주 첫방송한 음악프로 <유희열의 스케치북>(한국방송)에서 그는 농익은 입담과 뮤지션으로서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줬다. <음악여행 라라라>(문화방송)의 새 엠시 김창완 또한 뮤지션들의 작업실에 앉아 익숙한 듯 새로운 얼굴로 대화를 이끌었다. ‘보는 음악’의 매력을 만들어 가는 이 두 프로. <10 아시아>(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음악여행 라라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련한 노장의 귀환이 기대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여행 라라라>의 게스트여 전설 앞에 기죽지 말길 백은하(이하 백) 작년엔 새로운 티브이 음악프로그램들이 여럿 등장했다.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이나 인디음악처럼 다양한 장르가 수면 위로 많이 올라왔다. 새로운 뮤지션들의 활동이 새 음악프로를 만드는 촉매 구실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풋풋한 이하나의 매력만으로는 까탈스러운 음악팬들을 잡기엔 역부족이었고 그 시간대의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유희열이라는 노련한 ‘노장’의 귀환은 반갑다. 최지은(이하 최) <스케치북> 첫방 후 ‘유희열의 스케치북, 시청률 저조’라는 식의 기사를 봤다. 첫방 나간 후 기다렸다는 듯 시청률 운운하는 건 아니지~ 싶었다.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한국방송 제공
<스케치북>에 카라가 나와도 놀라지 않아 백 유희열이 방송에서 얼굴을 적극 들이밀며 등장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팬들이 많은 건 공백이 있었지만 쉼없이 라디오 디제이를 했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라디오 디제이로서 지금의 문화 소비층이 된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음악동네에서 보자면 뮤지션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윤하 같은 어린 가수들과도 계속적으로 작업을 함께 하니까. 유연한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첫회 게스트 섭외도 이승환, 이소라, 언니네이발관처럼 화려한 출연진으로 잡힌 것 같다. 최 애정을 갖고 음악프로를 보는 시청자들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같은 심야 라디오 애청자들과 겹친다. 심야 음악프로를 보는 이들에게 유희열은 생각보다 ‘대중적으로’ 어필한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인데 재밌기까지 하니까. ‘아이돌의 임금님’이라 불릴 정도로 아이돌에 대해서도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 백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음악을 말하는 것과 음악팬이 음악을 말하는 건 상당히 다르다. 유희열은 홀로 고독한 뮤지션 스타일도 아니라서, 시청자들과 뮤지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도 적절하다. 그룹 카라의 ‘락유’를 얼마나 좋아하는가에 대해서 라디오에서 신나게 떠들던 유희열, 난 카라가 나온다 해도 놀라지 않겠어. 최 카라가 나와도 재밌게 소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웃음) 유희열은 제작진이 자기 섭외한 게 <꽃보다 남자>의 미남 마케팅의 연장이라고 말하더라. 즐겨 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는데, 이승환이 “라이브계의 버라이어티”라고 말한 게 딱 와닿았다. <스케치북>이 그런 역할을 하는 프로라는 걸 유희열도 아는 것 같다. 심야 음악프로가 시청률도 낮고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 쉽지 않나. 음악프로라는 틀 안에서 재밌는 방식들을 고민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삐쩍 마른 군대 사진도 보여줬고, 자타 공인 유희열의 엄청난 팬인 박지선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수질검사 하러 왔어요’란 코너도 진행했고. 백 <스케치북>에서 유희열을 선택한 건 90년대 뮤지션들과 그때 노래가 21세기와 어떻게 만나나를 보여주려는 측면도 있다. 90년대 가요와 2000년대를 넘어온 노래 사이의 가교 구실도 하는 거다. 그 세대 추억이 없는 이들도 <내조의 여왕> 보면서 ‘너에게 원한 건’이란 음악을 흥얼거린다. 그때 그 가수를 몰랐던 세대도 정서적으로 소통한다. 최 음악프로에서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뮤지션과 얼마나 소통을 잘하느냐다. 누가 나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 유희열이 라디오를 오래 하면서 쌓은 거다. 특히 인디 뮤지션들은 방송에서 수줍어하는 이들이 많다. <스케치북>에 언니네이발관이 출연했는데 리더 이석원이 말하길 “유희열이 그동안 라디오 하면서 다른 어떤 프로보다 밴드 음악을 많이 소개해줬기 때문에 나왔다”고 하더라. 같이 음악 하는 사람들으로서 고마움이나 존중을 보여줬기 때문에 좋은 라인업이 만들어진 거다. 백 최근 <음악여행 라라라> 엠시도 김창완으로 교체됐다. <라디오 스타> 진행자들과 모델 장윤주가 결합하고 다시 윤건, 장윤주가 진행했다가 결국은 김창완이라는 뮤지션으로 바뀌었다. <스케치북>이 토크쇼나 뮤직버라이어티 느낌이라면 <라라라>는 전통적인 음악 듣기, ‘듣는 쇼’에 가깝다. 한 뮤지션이 서너 곡 이상의 자기 레퍼토리를 부르면서 자기 음악에 대해 대화한다. 김창완은 70년대에도 가장 ‘핫’한 뮤지션이었고 2009년에도 가장 ‘핫’한 뮤지션이다. 단순히 젊게 산다는 느낌이 아니라, 한 번도 늙어본 적이 없는 뮤지션으로 유연하게 소통하고 격려를 건네는 진귀한 풍경을 연출한다.
뮤지션 김창완이 새 엠시를 맡아 개편된 <음악여행 라라라>. 문화방송 제공
|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