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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영웅, 예선 도전만 6번째

등록 2009-04-15 18:14수정 2009-04-16 18:37

오는 21일 100회 특집을 맞는 <1 대 100>(한국방송).
오는 21일 100회 특집을 맞는 <1 대 100>(한국방송).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현 기자의 <퀴즈 대한민국> 예심 도전기… 엘리트 장원에서 서민 퀴즈영웅까지 참가자 변천사
퀴즈쇼 <1 대 100>(한국방송)의 100회 특집 녹화가 있던 12일 저녁 6시. 불이 켜진 100개의 전광판 앞에 선 출연자들 사이에 유독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꽃보다 남자>의 배우 김준과 개그맨 박지선이 ‘1인’으로 참여했고 역대 우승자들이 ‘100인 군단’으로 나섰다. 경험이 있다 해도 경직될 수밖에 없는 출연자들을 향해 조연출자가 “김준씨 멋지다고 일부러 틀리시면 안 되고요. 살아 있는 표정 지어주셔야 편집 안 당합니다. 문제 풀 때는 심각한 표정, 아시죠?”라고 소리쳤다.

긴장한 출연자 녹화를 중지시키기도

<알뜰살림장만 퀴즈>의 왕중왕에 선발된 주부. 에스비에스 제공
<알뜰살림장만 퀴즈>의 왕중왕에 선발된 주부. 에스비에스 제공
퀴즈쇼 무대에 오르며 긴장하기는 티브이 속에서 날고뛰는 개그맨 박지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8월 최후의 1인이 되어 769만원을 가져갔던 박지선은 “1등 한 후 개그맨 선배들도 날 대하는 게 달라지더라”고 회고하면서도 “어젯밤 첫 단계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다”며 긴장감을 표했다. 그는 이날도 최종 우승해 5천만원의 상금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정답만 골라내던 ‘안방의 영웅’들도 본선 녹화 현장에서는 무너지기 일쑤. <퀴즈 대한민국>(한국방송) 녹화에서는 중년 여성 참가자가 너무 긴장해, 2시간 동안 녹화를 중단했던 적도 있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퀴즈 실력을 자신한다 해도 질문과 답, 상금과 탈락이 오가는 현장 분위기는 실력과 기 싸움이 진행되는 숨막힘의 연속이다. “작은 상황에도 긴박한 표정을 짓는 게 출연자들의 집중과 프로그램 재미에 도움이 된다. 퀴즈쇼는 공정성 못지않게 밀고 당기기가 중요한 요소”라는 손범수 아나운서(<1 대 100> 사회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 게임인 본선에 출연하자면 예선 통과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넘어야 한다. 호기심이나 경험 차원에서 찾아온 이도 많지만 ‘내 인생에서 이건 한번 도전한다’는 각오로 비장하게 임하는 이들도 많다.

<퀴즈 아카데미>(문화방송)는 대학생들의 낭만과 열정을 볼 수 있는 8,90년대 인기 퀴즈쇼였다. 문화방송 제공
<퀴즈 아카데미>(문화방송)는 대학생들의 낭만과 열정을 볼 수 있는 8,90년대 인기 퀴즈쇼였다. 문화방송 제공

기자가 지난 2월 초 <퀴즈 대한민국> 예선에 참여했을 때도, 일요일 오후 2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려 ‘퀴즈 영웅’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좌우 옆자리엔 예선만 6번째 도전이라는 50대 남성, 엄마 따라온 산만한 아들, 고등학교 때 쌓은 실력을 입학 전 발휘하겠다는 대학 신입생이 앉아 있었다. “잘 들으세요, 두 번 불러 드리겠습니다. 고주몽의 아버지 이름은 무엇입니까?” 학창 시절을 연상시키는 희뿌연 갱지에 피디가 불러주는 20문제의 답을 하나씩 성글게 적어 내려갈 때도 ‘이건 본선이 아니야, 예선일 뿐이야’ 마음을 다잡았지만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여러 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할 때,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경쟁심과 약간의 위축감인 듯했다. 예선 답안지에는 주관식 답변 외에도 출연 동기, 상금 탈 경우의 계획, 나의 별명 등 자신에 대해 설명할 공간도 있다. 필기에 붙은 40여 명의 이름이 종이에 적혀 벽에 붙은 뒤에는 제작진과 면접이 즉석에서 진행된다. 질문은 취미가 무엇인지, 어떤 퀴즈 영웅이 되고 싶은지, 왜 그런지 등 방송에서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사연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모아진다.


90년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알뜰살림장만 퀴즈>(에스비에스)의 예심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90년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알뜰살림장만 퀴즈>(에스비에스)의 예심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다채로운 퀴즈 프로가 생겨나면서, 각 프로가 배출한 퀴즈 영웅과 출연진 또한 각양각색의 차이를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성격을 구축했다. 1973년 첫 방송을 한 <장학 퀴즈>(교육방송)가 엘리트 학생의 대표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퀴즈 아카데미>(문화방송)는 캠퍼스 낭만을 즐기는 80년대의 건전 대학생들을, 90년대를 풍미했던 주부 퀴즈들은 알뜰 살림 마련에 여념이 없는 열혈 주부상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퀴즈 대한민국>은 주부, 회사원, 중년 자영업자 등 ‘평범한 서민’을 강조하며 ‘장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퀴즈 영웅 되다’ ‘책만 읽은 신동 퀴즈 영웅’ 식의 인간적인 감동 스토리를 출연진들한테서 찾아낸다.

최근 극심해진 경제 불황으로 퀴즈쇼에서 지친 삶에 위안을 받는 시청자들도 늘어나면서 ‘불황에는 퀴즈쇼’라는 통설도 입증되고 있다. 10% 아래를 오갔던 <1 대 100> 시청률은 최근 12~13%로 늘었고 출연 신청도 급증했다. 2주에 한 번 열리는 <퀴즈 대한민국> 예선 참가도 부쩍 늘었고 상품권으로 상금을 대신하는 <대한민국 퀴즈고시>의 인터넷 참여도 뜨겁다.

최근 <장학 퀴즈>(교육방송)는 시청자가 낸 문제, 역순 문제 등 웹 2.0 시대에 맞는 퀴즈 출제에 주력한다. 교육방송 제공
최근 <장학 퀴즈>(교육방송)는 시청자가 낸 문제, 역순 문제 등 웹 2.0 시대에 맞는 퀴즈 출제에 주력한다. 교육방송 제공

스릴이 핵심, 헷갈리는 게 묘미

하지만 퀴즈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영웅을 꿈꾸고 상품에 목매는 건 아니다. 최후의 1인을 여럿 배출한 유명 인터넷 다음카페 ‘1 당 100’(cafe.daum.net/1dang100) 회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1대 100> 녹화장에 온 배진석(41)씨는 직접 퀴즈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 카페에는 전국의 퀴즈 고수를 비롯해 멘사 회원, 퇴직한 노인, 주부 등 다양한 퀴즈 애호가들이 활동한다. 지난달에는 30여 명이 모여 새벽 3시까지 1박2일 퀴즈쇼 행사를 열었다. 이미 <1 대 100>, <퀴즈 대한민국> 등 많은 퀴즈 프로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그는 쇼에 나가는 회원들이 스튜디오 계단을 오르기 바로 직전까지 예상 문제 뽑아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동진이 우리나라 위도상 도봉산 동쪽에 있는 거 알죠? 그거 <장학 퀴즈>에 얼마 전에 나왔던 문제예요. 내가 뽑아준 예상문제 100개 다 봤죠?” 그는 “퀴즈는 스릴이 핵심이고 헷갈리는 게 묘미”라면서 기자에게도 “청계천 준설공사를 한 조선시대 임금은 누구일까요?”라고 계속 즉석에서, 너무 재밌다는 표정으로 퀴즈 문제를 던졌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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