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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뒤 한우 점심, 얼굴 피었네

등록 2009-04-01 20:06

중앙선 전철 양수역에서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두물머리 느티나무. 400살 거목이다.
중앙선 전철 양수역에서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두물머리 느티나무. 400살 거목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쾌속전철 장항선 당일치기 여행, 예산권·당진권·아산권 버스 연계 관광
⊙ 최근 복선 전철이 개통된 1호선 연장 장항선(천안역~신창역)과 중앙선(용산역~국수역)을 각각 따라가 봤다. 장항선 전철의 경우 대표적인 볼거리들을 만나려면 여행상품을 이용하거나, 천안역·온양온천역 등에서 연계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중앙선 전철 구간엔 양수역·운길산역 등 역 주변에 걷거나 10여분 차를 이용해 둘러볼 만한 곳들이 많다.

지난달 28일 ‘놀토’ 아침 8시 용산역 3번 홈. 배낭을 멘 중년 부부, 자녀를 동반한 가족 등 120여명이 충남 아산 신창역(순천향대역)행 전철을 타려고 모여들었다. 코레일이 이날부터 매주 운행을 시작한 ‘쾌속전철 테마열차’를 타고 아산·예산·당진권 당일 나들이를 즐기기 위해서다. 일반 전철을 이용하면 용산에서 온양온천역까지 2시간8분이 걸리지만, 이 전동차는 중간 정차역을 영등포·안양·수원역으로 줄여 1시간20분이면 도착한다. 평균 시속 80㎞.

2시간 넘는 거리를 1시간20분에

수원을 지나면서 창밖으로 탁 트인 봄 들판이 펼쳐졌다. 책 읽던 중년 부부도, 각자 휴대폰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들도 따스한 햇살 드는 차창에 달라붙어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보며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 차량에선 초청된 가수들의 흥겨운 노래 공연이 벌어졌다.

10시 무렵 전동차가 온양온천역에 닿자, 함께 탔던 코레일 광역전철사업본부 이범주 부장이 말했다. “온양온천이 요즘 들끓고 있어요. 곧 옛 명성을 되찾을 것 같습니다.”

60년대까지 대표적인 국내 신혼여행지로 꼽히던 온양온천. 지난해 말 수도권 전철이 연장된 이후 평일 하루 이용객이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용객은 주로 온양온천에 향수를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온천욕과 소일거리를 겸한 당일 나들이 코스로 이만한 곳도 드물다. 경로우대증만 있으면 요금 걱정 없이, 1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온천욕과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장항선 ‘쾌속전철 테마열차’를 이용하면 연계버스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장항선 ‘쾌속전철 테마열차’를 이용하면 연계버스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아산의 테마식물원 피나클랜드를 찾은 어린이들. 추억을 폰카에 담고 있다.
아산의 테마식물원 피나클랜드를 찾은 어린이들. 추억을 폰카에 담고 있다.

아산·당진권 버스 여행을 선택한 손님들은 온양온천역에서 내리고, 전철 종점 신창역으로 갔다. 테마전철의 연계버스 여행지는 아산권·당진권·예산권 세 코스로 나뉜다. 아산권을 택하면 외암리 민속마을과 피나클랜드 꽃식물원, 온양 재래시장·현충사 등을 둘러보고, 당진권 버스는 왜목마을과 함상공원·삽교호, 심훈의 생가 필경사, 당진 화력발전소 등을 찾아간다.

신창역 안 한쪽 벽면엔 서점처럼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순천향대에서 기증한 3천여권의 책들로, 누구나 거저 가져가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설명을 듣고 있던 아주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받은 표정으로 책을 한 권씩 골라 집어들었다.

역 앞에 대기한 45인승 버스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추사 고택. 조선 후기 대표적인 서예가이자 실학자·금석학자인 김정희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이다. 묵향이 스며나올 듯한 안채와 사랑채·문간채로 이뤄진 집 담을 따라 피어난 매화·목련·진달래들이 화사하다. 사랑채 화단 앞엔 추사가 해시계를 세우기 위해 만들었다는 돌기둥이 있다. 추사의 아들 김상우가 추사체로 쓴 ‘석년’(石年)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추사의 작품 40여점을 전시한 추사기념관, 추사의 묘도 옆에 있다. 추사가 중국서 가져와 심었다는 백송은 그의 고조부 묘 앞에 있다. 입담 좋은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한다.

예당저수지는 예산의 상징물이 되다시피 한 전국 최대 규모 저수지다. 강태공들이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예당지 서쪽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대흥면 소재지에 조선시대 대흥현청으로 쓰였던 동헌과 이성만 형제 효제비를 만난다. 백제 부흥기의 마지막 항전지인 봉수산 임존성 부근이다. 세종 때 사람인 이성만·이순 형제는 효성과 우애가 남달라, 연산군 때(1497년) 이를 기리는 비를 세웠다. 옛 초등 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다.

대흥동헌을 나오면 저수지 물가에 최근 새로 조성한 예당호 중앙생태공원이 나타난다. 물 위에 설치한 나무다리를 따라 돌며 저수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물속에 잠긴 나무들과 낚시좌대들이 어울려 그림 같은 경치를 보여준다.

 예산 예당저수지는 전국 최대규모의 저수지다. 주말이면 낚시꾼들이 장사진을 친다.
예산 예당저수지는 전국 최대규모의 저수지다. 주말이면 낚시꾼들이 장사진을 친다.

신창역에서 책 가져가세요

점심은 정육점이 30여개나 밀집한 광시면 한우촌에서 먹고(자유식) 수덕사로 갔다. 백제 때 처음 창건된 고찰 수덕사는 유명세를 탄 탓에 들머리부터 번화한 상가가 형성돼 있고 경내 분위기도 고즈넉함과는 거리가 멀다. 각 언론에 소개된 스님들 기사를 확대한 종이들이 곳곳에 볼썽사납게 나붙어 있다. 국보인 대웅전과 3층석탑,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볼거리다. 절 앞엔 고암 이응노 화백이 머물던 집(옛 수덕여관)이 남아 있다.

버스로 다시 신창역으로 돌아온 시각은 5시. 5시15분 출발한 전동차로 하루 여정을 되새기며 용산역에 도착하니 6시 반이다. 이범주 부장은 “시작 단계라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열차 내 공연도 앞으로 어린이 장기자랑, 통기타 등 악기 연주와 남미음악 공연 등으로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쾌속전철 테마열차여행 요금은 예산권이 1만7900원, 당진권 1만7000원, 아산권 2만6000원. 문의 홍익여행사. (02)717-1002.

수도권 전철 요렇게 달라져요

⊙ 오는 6월 말 경의선(서울역~문산) 성산~문산 구간에 복선 전철이 개통된다. 올 연말엔 중앙선 전철이 더 연장되면서, 국수역~용문역 구간 전철도 개통돼 양평 일대가 거의 당일 여행 권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또 내년 말이면 경춘선 전철도 개통돼 춘천까지 1시간 안쪽에 도착(현재 1시간50분)할 수 있게 된다. 경춘선 전철엔 국내 처음으로 2층 전동차가 투입된다. 2층 전동차는 바닥은 낮추고 천장은 높여 만든 차량으로, 좌석 배열은 앞쪽을 향한 기존 열차 방식이다. 이 밖에 2012년엔 4호선 전철의 오이도역과 1호선 인천역 구간, 4호선 한대앞역~1호선 수원역을 잇는 구간(이상 옛 협궤열차 구간)이 차례로 전철화될 예정이다.

예산=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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