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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된 건 동물일까 나일까

등록 2009-03-25 21:11수정 2009-03-29 15:05

박제된 건 동물일까 나일까
박제된 건 동물일까 나일까
[매거진 esc] 전시장 줌인
문턱을 넘자마자 딱 마주친다. 유리구슬처럼 탱글탱글한 눈이 노려본다. 마주 서기가 두려울 만큼 매섭다. 심장은 북극의 얼음덩어리처럼 차갑게 굳는다. 사진가 이일우가 죽음에서 건져 부활시킨 매를 만나는 순간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를 만난 듯 공포를 느낀다. 액자 속 매는 우리를 향해 ‘너희들이 박제로 만든 나, 소름이 돋지!’라고 외친다. 단단히 매복해 있었던 우리의 잔인함이 드러난다.(사진)

지난 3월12일부터 서울 서초동 세오갤러리의 전시, 사진가 이일우의 ‘박제의 초상’은 시간이 정지된 동물들의 성토장이다. 그동안 ‘해변의 초상’ 등 낯선 인물사진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에 대해 고민했던 그가 이번에는 박제된 동물들의 초상사진을 들고 와서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친구 아버님이 박제된 동물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했다. 인간에 의해 죽은 동물의 초상은 슬펐다”고 그는 말한다.

이 사진들은 반드시 전시공간에서 만나야만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가 닭살이 돋을 만큼 자세히 묘사한 작은 솜털과 깃털 하나하나가 서서히 부활하는 신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손톱만 한 빛도 들지 않은 암굴 같은 작업장에서 ‘라이트 페인팅’ 기법(어두운 공간에서 사진기의 셔터를 B 상태로 열고 적은 빛으로 사진을 찍는 기법)을 써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동물의 몸이 그토록 선명하고 세심하게 드러난 것이다.

매의 눈초리에 압도당해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커다란 사진 한쪽에 그 매를 바라보는 내 모습도 비친다. 인간의 욕심을 그대로 드러낸 흑백의 사진이지만 오히려 그 속의 동물이 나처럼 느껴져서 묘한 슬픔에 빠진다.

세오갤러리는 한때 카페 세오라는 이름을 달고 커피로 이름을 날리던 공간이었다. 서자현 관장은 커피와 전시공간을 함께 마련했으나 이곳을 찾은 이들이 커피만 찾아서 작년 4월 과감히 카페를 없애버렸다. 4월2일까지. (02)583-5612.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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