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책도 베스트셀러가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길에 대한 감각과 여행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지도 구입 요령과 활용법
길에 대한 감각과 여행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지도 구입 요령과 활용법
내비게이션은 방향감각을 퇴화시킨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면 지리적 상상력은 네모난 화면 안에 갇힌다. 내비게이션으로는 길을 찾지만, 지도로는 여행을 상상할 수 있다. 여행을 계획할 때 필요한 건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지도다. 지도에는 여행의 상상 세계가 펼쳐져 있다.
서점의 지도 코너에는 다양한 지도가 있다. 나에게 맞는 지도는 무엇일까. 여러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알아봤다. 올해는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여행의 상상력을 길러보길.
Q. 자동차에 두고 쓸 지도가 필요해요.
A. 도로교통지도가 드라이브의 길벗이다. 영어로 아틀라스(atlas)라고 하는 수백 쪽으로 이뤄진 지도책이다. 도로교통지도는 일반적으로 축척 1:50,000과 1:75,000, 1:120,000 등이 나온다. 뒤의 숫자가 작을수록 자세한 지도다. 1:50,000은 600여개, 1:75,000은 400여개의 지도가 실린다. 고속도로나 4차선 국도를 이용해 대도시와 대도시를 주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1:120,000 지도로 충분하지만, 지방도와 국도를 드나들며 구석구석을 뒤지는 탐험가형에게는 1:50,000이나 1:75,000을 추천한다. 갈림길 묘사가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개정판 자주 나오는 지도일수록 믿을만
Q. 대형서점 지도 코너에는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지도가 많아요. 뭐가 나은지 모르겠어요.
A. 지도의 으뜸 조건은 정확성이다. 같아 보이지만 정확도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지도를 들고 고향 근처를 펼쳐라. 최근에 신설된 도로나 각종 범례 등이 업데이트됐는지 확인한다. 자신이 잘 아는 곳을 정확하게 재현했다면 좋은 지도다. 개정판이 자주 나오는 지도를 고른다. 지도전문업체는 수시로 전국을 답사해 기존 지도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추가 사항을 기재한다. 신강금 영진문화사 전무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국가기본도를 바탕으로 도로의 곡선이나 폭 등 달라진 부분을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이 이용된다. 지도 전문 출판사는 한해 한두 차례 개정판을 내니, 가장 최근의 것을 고를 것. 2·4·6차선 등 도로 차선을 구분했는지, 지도 밖의 도달명(지 대전·공주 등)이 친절한지, 지도와 지도 사이의 인접면에 생략된 부분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Q. 등산지도는 어떤 게 좋은가요? A. 정확성 외에도 내구성이 뛰어난 것을 고른다. 지도가 땀에 젖거나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사용한 등산지도도 인기다. 휴대성도 고려해야 한다. 수십 곳의 산을 묶은 등산지도책은 무거워서 휴대성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그때마다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산의 능선만 표시한 개념도는 인터넷에서 많이 나돌지만, 높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등산지도 전문업체 ‘고산자의 후예들’의 이재곤 대표는 “많은 등산객들이 습관처럼 길을 물어본다”며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으로 산에 가기보다는 지도를 통해 시간 계획을 세우고 체력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Q. 나만의 지도를 만들고 싶어요. A. 지도 고수들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1:25,000 지형도를 구입한다. 한국 지도의 기본이 되는 국가기본도(업체는 여기에 각종 정보를 추가해 지도책을 펴낸다)로, 등고선과 도로, 학교 등 최소한의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 지형도를 가지고 등산하면서 등산로와 갈림길 등 각종 표시를 하면서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초기 등산지도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국가기본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지정한 판매대행업체에서 구할 수 있다.
등산할 때는 휴대의 편리함까지 가늠해보길
Q. 지도에도 베스트셀러가 있나요?
A. <영진 5만지도 1:50,000 전국편>이 지난해 교보문고에서 가장 잘 팔린 국내 지도책이었다. 2004년 나온 이 책은 전국도로교통지도 가운데 가장 세밀해 마니아층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개정판도 나왔다. 등산지도로는 산악문화가 2005년 펴낸 <한국 100명산 등산지도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순위에 들지 않았지만, 바이커들에겐 <전국자전거코스지도집>(자전거생활 펴냄)을,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게는 <백두대간24>(고산자의 후예들 펴냄)를 추천한다.
홀수는 남북, 짝수는 동서 어릴 때 배운 기억 더듬어 복습하는 지도 읽는 법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복습한다고 생각하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시길. 축척 1:50,000과 1:100,000 중 어떤 지도가 더 자세할까? 답은 1:50,000이다. 대축척지도가 소축척지도보다 자세하다. 쉽게 말해서, ‘5만분의 1’이 ‘10만분의 1’보다 크기 때문이다.
1:100,000 지도에서 1㎝는 실제 거리 1㎞다. 그럼 1:50,000에서 1㎝의 실제 거리는 얼마일까? 답은 500m. 같은 원리로 1:25,000 지도에서 1㎝는 250m다. 이런 식으로 실제 거리를 가늠한다. 별다른 표시가 없는 한 지도의 상단이 북쪽을 나타내고, 하단은 남쪽을 가리킨다.
외국 도시에서 당신은 아마도 대축척지도를 쥐게 될 것이다. 당신의 위치를 모를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랜드마크를 지도에서 찾아 기준점을 삼는다. 당신이 처음 서울 도심에 섰다면, 멀리 보이는 남대문(기준점)을 지도에 찍는다. 그리고 남대문을 중심으로 지도와 실제를 비교하면서 현재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다. 기준점은 강이나 타워 등 사방에서 잘 보이는 물체가 좋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 번호로 방향을 알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도로 번호가 홀수이면 남북으로 연결된 도로이고, 짝수이면 동서로 연결된 도로다. 이를테면 1번 국도(목포~신의주)는 남북축이고, 50번 고속도로(인천~강릉)는 동서축이다.
등고선을 보면 당신이 가는 길이 오르막이 될지 내리막이 될지 알 수 있다. 등고선의 간격이 좁으면 급경사이고 등고선의 간격이 넓으면 완경사다. 등고선이 산봉우리 쪽으로 들어가면 계곡이고, 반대 방향으로 나오면 능선이다. 등고선을 염두에 두고 등산하면 힘 배분에 좋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A. 지도의 으뜸 조건은 정확성이다. 같아 보이지만 정확도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지도를 들고 고향 근처를 펼쳐라. 최근에 신설된 도로나 각종 범례 등이 업데이트됐는지 확인한다. 자신이 잘 아는 곳을 정확하게 재현했다면 좋은 지도다. 개정판이 자주 나오는 지도를 고른다. 지도전문업체는 수시로 전국을 답사해 기존 지도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추가 사항을 기재한다. 신강금 영진문화사 전무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국가기본도를 바탕으로 도로의 곡선이나 폭 등 달라진 부분을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이 이용된다. 지도 전문 출판사는 한해 한두 차례 개정판을 내니, 가장 최근의 것을 고를 것. 2·4·6차선 등 도로 차선을 구분했는지, 지도 밖의 도달명(지 대전·공주 등)이 친절한지, 지도와 지도 사이의 인접면에 생략된 부분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Q. 등산지도는 어떤 게 좋은가요? A. 정확성 외에도 내구성이 뛰어난 것을 고른다. 지도가 땀에 젖거나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사용한 등산지도도 인기다. 휴대성도 고려해야 한다. 수십 곳의 산을 묶은 등산지도책은 무거워서 휴대성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그때마다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산의 능선만 표시한 개념도는 인터넷에서 많이 나돌지만, 높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등산지도 전문업체 ‘고산자의 후예들’의 이재곤 대표는 “많은 등산객들이 습관처럼 길을 물어본다”며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으로 산에 가기보다는 지도를 통해 시간 계획을 세우고 체력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Q. 나만의 지도를 만들고 싶어요. A. 지도 고수들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1:25,000 지형도를 구입한다. 한국 지도의 기본이 되는 국가기본도(업체는 여기에 각종 정보를 추가해 지도책을 펴낸다)로, 등고선과 도로, 학교 등 최소한의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 지형도를 가지고 등산하면서 등산로와 갈림길 등 각종 표시를 하면서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초기 등산지도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국가기본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지정한 판매대행업체에서 구할 수 있다.
2008년 국내지도 베스트셀러
홀수는 남북, 짝수는 동서 어릴 때 배운 기억 더듬어 복습하는 지도 읽는 법
홀수는 남북, 짝수는 동서.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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