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봉숭아학당’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esc〉가 송년호를 준비하며 2008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습니다. 수상자는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입니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 입상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선정 기준이 궁금하시죠? esc 팀 전원이 머리를 맞대고 esc가 추구하는 바, 즉 ‘즐겁게 살기’라는 단 하나의 기준을 놓고 토론했습니다. 여행가부터 운동선수, 드라마의 캐릭터까지 후보 수십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봉숭아 학당 팀에 수상의 기쁨이 돌아갔습니다.
사실 일개 시청자에 불과한 저희들이 봉숭아 학당 구성원들 각자의 허심탄회한 속내를 알 수는 없습니다. 2~3면 인터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웃기기 위해 쥐어짜낸 아이디어가 퇴짜 맞을까, 열심히 보여준 개그가 편집될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그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티브이를 통해 보는 봉숭아 학당은 개그맨들의 웃기는 퍼포먼스 그 이상입니다. 요즘 상한가인 왕비호(윤형빈)나 안상태뿐 아니라 적극적인 여성학자 박지선과 최근 이역 저역 패러디를 전전하는 박성광의 러브라인에 소심하게 끼어드는 박휘순, 박휘순이 종이 오토바이를 탈 때면 말풍선을 들고 4차원으로 인도하는 노우진, 나일출(김재욱)의 신나는 댄스 음악에 한민관 대표가 지쳐 쓰러질 때 같이 뒤집어지는 핸섬남 허경환과 근엄한 박 교수(박영진), 그리고 최고참 선배의 ‘가오’가 무색하게 초저렴 캐릭터로 깜짝 등장하는 김병만과 듬직한 이수근 선생님까지 12명의 출연진은 2008년, 주연과 조연, 선배와 후배 구별 없이 최고로 흥겨운 앙상블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의 무대에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쳐흐릅니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시청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염됩니다. 웃기는 사람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사람을 보는 게 훨씬 더 행복해지니까요. 이상이 2008년의 인물로 봉숭아 학당을 선정한 이유입니다. 개그계의 클래식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은 이 매력덩어리 팀한테 박수를 보내며 다가오는 2009년을 향해 외쳐 보렵니다. 봉숭아 학당! 포에버~~~~~!
〈esc〉 송년호 특별기획의 큰 틀은 ‘말 걸기’입니다. 말 걸기는 다름 아닌 말 붙이기, 질문하기, 인터뷰입니다. ‘시칠리아 태양의 요리’의 주인공인 요리사 주세페를 박찬일 요리사가 인터뷰했고, 스타 작가로 수많은 인터뷰를 당해(?) 왔던 공지영씨는 셀프 인터뷰를 했습니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에게는 20년 친구인 작가 조진국씨가 말을 걸었습니다. 베일에 싸인 여기자 k가 궁금하지는 않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커버스토리 ‘올해의 인물’ 인터뷰에는 일일 객원기자를 영입했습니다. 바로 ‘봉숭아 학당’의 홍일점이자 막내인 박지선씨가 기자로 변신해, 기자들은 모르는 동창생들의 비밀을 날카롭게 파헤쳤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한번 보시겠습니까? 박지선 기자! 박지선 기자~!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우린 봉숭아학당이에요!
〈esc〉 일일기자 박지선의 개성만점, 요절복통 동창회 인터뷰
박지선 기자와 11명의 ‘봉숭아학당’ 멤버의 인터뷰는 찬란했다. 벽 보고 연습 중인 박휘순을 끌어오고, 대사를 암기해야 하는 안상태를 은밀한 방으로 몰아세우며, 털수염을 지우고 매끈한 맨얼굴의 노우진을 구석으로 불러내 질문을 내던졌다. 눈빛이 초롱초롱했던 이 개그맨들은 박지선에게는 둘도 없는 동료이자, 스스로 웃음이 있는 삶을 누리는 매력남녀들이었다. 마치 또 한편의 ‘봉숭아학당’을 보듯 재치가 넘치는 이들의 인터뷰 현장을 공개한다.
나안~ 러브라인 못해봤고, 성광이 부러울 뿐이고
■ 안상태/ 안상태 기자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 기자. ‘나안~’ 하며 살짝 떨리는 듯 운을 띄울 때처럼 안상태의 평소의 모습도 수줍고 부드러웠다. 착한 기자 안 기자는 이제 ‘봉숭아학당’의 고참답게 본인을 자랑하기보다 따뜻한 말투로 후배들을 띄워줬다.
안상태 근데 왜 지선이가 기자야?
박지선 팀원들을 하나하나 다 인터뷰하기로 했어요.
안 너어∼ 이용당하는구나! 나쁜 사람들!(특유의 원망!)
박 오빠가 요새 제일 웃긴다고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그래서 이 질문이 중요해요, 오빠 눈에는 누가 제일 웃긴지?
안 근데 내 개그적인 마인드로 보기엔 일출이가 분위기를 확 띄우잖아. 무대 밝아지고 방방 뜨잖아. 사람들과 한마음이 되는 순간?
박 요새 솔직한 시대잖아요. 본인이라고 말해도 되거든요.
안 에이 그러면 내 발전이 없지. 난 항상 다른 사람이 웃긴다고 생각해. 일출이나 민관이, 난 분위기를 훌쩍 띄우는 건 아니잖아.
박 그럼 오빠, 내가 저거 한번 해보면 좋겠다, 내가 잘한다 싶은 역할 있었어요?
안 아 성광이가 했던 야한 거 밝히는 러브러브 마 교수? 어떨까?
박 야한 거 때문에? 왜요? 나랑 러브라인을 하고 싶은 거구나!
안 (끄덕) 나 그런 거 많이 못해봤잖아.
박 그럼 올해 제일 재밌던 순간은?
안 내가 너무 웃겼던 게 은행에서 할머니와 번호 다툼 하다가 내가 강도에게 당하는 장면이 있었어. 엔지가 4번인가 나니까 더 못 보겠더라고. 난 안상태 기자 할 때 휴우, 까먹어, 자꾸, 그럼 머리가 순간 완전히 하얘져!
박 요새는 안 틀리잖아요. 오늘은 안 틀릴 거예요. 음, 그렇고 말고.(끄덕끄덕)
안 또 외워도 앞에 서면 혼자 또 긴장해. 휴우, 오늘 잘할 수 있을까?
전 적극적인 여성이므로 눈빛 하나로 팬들을 사로잡겠어요
■ 박지선/여성학자
박지선에게 안상태는, 안상태에게 박지선은 선망하는 선배, 그 속마음이 궁금한 후배였나 보다. 조그조근한 말투로 짧고 간명한 대답을 내놓던 안상태는 오히려 박 기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질문을 통해 모처럼 할말 했다는 박지선에게 안상태가 물었다.
안상태 지선아, 나 이거 궁금했던 건데, 너의 외모가 개그 소재가 되잖아. 그러면서 서운한 건 없었나?
박지선 음 근데 봉선 선배나 비주얼적으로 느낌이 쎈 분들이 말씀해 주시길, 그분에 비하면 전 많이 놀림 받는 게 아니래요.(또박또박)
안 무지 웃긴 지선에게 ‘못생긴’ 애라고 말하면 애가 상처받는 게 아닌가 궁금했어.
박 받지는 않아요.(단호하게) 내가 내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평범하게 생겼다. 표정을 아우 막 이렇게 하니까 그런 거지, 내 스스로 못났다 생각한다면 스스로 침체될 수밖에 없어요.
안 어머 얘! 대답이 길어지는 거 보니까 상처 있다. 상처 있어.
박 앗! 예리하다, 역시 안상태 기자야. 흠 기자는 역시 이래야 해.
안 그럼 그럼 나 예리해. 원래 정곡을 찌르면 말이 길어지기 마련이야. 이번 건 너랑 친하면서도 처음 물어보는 건데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개그는?
박 저는 선배의 스타일을 좋아해요. 표정 하나로 웃길 수 있는 개그거든요. 눈빛 하나로. 카메라가 아니라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그런 선배 눈빛이 너무 힘세거든요. 전달이 확 되는 거예요.
안 아하, 그러니?
박 1번 2번 카메라 사이를 보는 듯한 오묘함. 안상태 기자가 “난~” 하면서 두 손을 가슴에 얹을 때, 사람들은 거기서부터 웃음이 터지기 시작하거든요.
안 네가 꿈꾸는 롤모델이 있을까? 개그우먼 중에서 말이야.
박 음, 사실 정말 생각 안 해 봤어요. 여기저기에서 말한 적 있는데, 전 현재에 충실하자는 주의거든요.
안 엇! 나랑 비슷하네. 나도 그럴 뿐이고. 지금을 살 뿐이고.
박 롤모델 없는 데서 오는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고 여유가 생기기도 하는 거 같고요. 나도 유재석처럼 되어야지! 그런 마음이 없다는 건 체계도, 촘촘한 계획도 없다는 거잖아요.
안 아, 고거 고거 괜찮네. 나도 정말 유별난 롤모델이 없는데 계속 사람들이 묻더라고. 아, 욕심난다. 나도 이제 지선이처럼 말해야겠다. 난 계속 뭐라 대답할지 어려웠었거든.
박 조바심이 없어야 많이 웃을 수도, 웃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안 근데 네가 중년엔 분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그게 나는 정말 어떤 말인지 궁금했거든.
박 시골의 작은 분교나 대안학교에서 비뚤어지거나 소외된 애들이랑 같이 공부하고 싶어요. 그럼 터프한 애들이 저한테 달려와서 다리 꼬고 ‘선생님!! 선생님이 대체 뭘 알아요? 인생을 알아요?’ 그럴 거예요. 그럼 난 이렇게 말할 거예요. ‘야, 인생? 개그야. 니들이 개그를 알아?’ 흐흐흐.
안 아, 얘도 참 특이해. 나 빼고 ‘봉숭아학당’ 애들 다 제정신이 아니야.(고개를 흔들며 일어서는)
여러분, 오늘의 주제는 인터뷰예요,
■ 이수근/선생님
가장 작은 키로 ‘봉숭아학당’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선생님 이수근. 현장에선 후배들의 눈빛 하나를 꿰뚫어보는 선배 이수근을 향해 박 기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선배님은 몹시 바쁘시므로.
박지선 올해 최고로 재밌던 순간은 언제였죠?
이수근 우리 학당에선 학생들이 재밌어야 하잖아. 안상태 기자가 이슈인데 상태가 웃길 수 있게 다리 역할 할 때 재밌어.
박 제가 궁금했던 건데 대본 10장을 어떻게 탁 보고 외워요?
이 달달 외워서 하는 것과 전체 흐름을 잡아 보는 거랑은 달라.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적응됨!
박 이 캐릭터 내가 그냥 확 살려낸다 싶은 거 있어요?
이 잘한다는 건 거짓말, 내 개성을 살려서 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상태 역을 능청스럽게? 후훗, 욕심은 난다.
박 혹시 퇴학이나 전학시키고 싶은 학생은 없나요?
이 한 명이 아니라 전체 손을 좀 봐야지.(찡긋) 하하하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해 미안한 부분이 커. 내가 갖고 있는 걸 뽑아내서 보여줘야 하는데.
박 노노~도움이 됩니다! 선배님의 이 말은 거짓말입니다.
〈esc〉 현장에서 팀을 이끄는 역할도 하는 듯 보이는데?
이 디테일한 지적들을 하죠. 동선 하나, 들고 있는 소품의 쓰임새 하나가 헷갈리게 되면 전체가 흐트러지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편하게 같이 장난칠 수 있는 선생님이 되려고 합니다.(흐뭇)
뾰로롱 뽕, 나 일출이에요!
■ 김재욱/나일출
“뾰로롱 뽕 제니퍼예요!”의 그는 부리부리한 눈매에 과장된 춤과 기차 삶아먹은 듯한 우렁찬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하곤 했다. 지금은 떠오르는 스타 ‘나일출이’ 역으로 열연 중. 김재욱을 향해 박지선은 “이목구비가 훌륭한 장동건 엇비슷한 얼굴”이라고 소개했다.
박지선 나일출 가발은 장동건이 써도 우스꽝스러워질 거예요, 그쵸?
김재욱 질문이 어색한데? 이래서야 내 인터뷰는 안 잘리겠니?
박 그럼 질문! 동료들이 연기할 때는 뭐 하고 있어요?
김 우!! 하면서 환호하기도 하고 편집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해. 난 주로 땀을 줄줄 흘리고 있어. 짧은 순간에도 오만 감정이 다 들어.
박 선배 연기 중에서 가장 빛났던 게 있다면?
김 ‘뮤지컬’ 코너를 할 때 어머니 죽음에 우는 장면이 있었어. 그때 우리 엄마 생각하면서 몰입했었지.
박 아,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진 연기였어요. 나도 정말 열심히 배워야겠어요.
김 넌 기자답게 인터뷰하려면 말부터 배워야 해.(단호하게)
박 음, 전 선배가 일출이 노래 준비하려고 혼자 노래방에 앉아 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김 일출이가 가사 바꿔 노래하려면 녹음반주를 따야 하니까. 난 그려도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니께 괜찮여.
박 개그맨 김재욱, 웃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이거 제목이다!(웃음) 누구랑 콤비예요?
김 한민관이랑 같이 하니까 가깝고 성광이, 지선이랑도. 내가 후배를 좋아하잖아.
〈esc〉 ‘제니퍼예요!’ 라는 유행어가 상당히 오래 남아 있는데, 제니퍼는 어떤 기억이죠?
김 전 장남 장손에 실은 남자다운 성격이거든요. ‘제니퍼예요!’ 이 말을 들으면 약간 놀림 받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요새는 떠오르는 태양, 일출이를 통해서 팡 터지는 웃음을 만들려고 합니다.
난, 노출이에요!
■ 박성광/현재는 패러디 중
<개콘>이 9시로 방영시간대를 바꾸면서 자체 검열로 사라진 마 교수 역을 그만두고 왕비호부터 일출이까지 봉숭아학당 다른 캐릭터들을 전전하며(?) 패러디하고 있는 박성광. 세지 않으면서도 어쩐지 설득당할 것 같은 연기력의 소유자.
박지선 제가 약간 엘리트적인 이미지잖아요. 〈esc〉가 절 기자로 간택하셨네요. 이제 시작~, 네 반갑습니다!
박성광 전 당신 본 적 없습니다.
박 올해 최고 재밌던 순간이 있어요?
성 당연 있지. 지선이랑 뽀뽀한 거! 난 약간 힘이 없으면서도 로맨틱한 면을 가진 그런 연기에 자신이 있어.
박 아, 진짜요? (황홀)
성 내 인생의 기억, 좋은 기억이든 아니든,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한 거였죠. 밖에서는 워낙 많이 하지만.
박 흐흐흐. ‘봉숭아학당’에서 이런 거 내가 더 잘 살리겠다! 싶은 거 있습니까?
성 경환이의 ‘그러고 있는데’도 그렇고, 뒷날개로 후광을 보여주는 세르게이 역도 그렇지.
박 다 잘생긴 이들 건데?
성 그래서 내가 하겠다는 거지. 흐흐흐.
박 멤버 중에서 당신의 콤비라면?
성 허경환이랑 잘 통하고 윤형빈 선배랑 친하지.
박 안상태 선배랑은 안 친합니까?
성 흐흐흐흐.
박 오빠에게 웃음의 의미란? 진지하게 말해 주세요!(여성학자 말투로)
성 내 삶의 수단이에요.
박 그런데 그 삶의 수단이었던 마 교수가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잘렸는데?
성 마음이 아프고 서운했지. 요새는 동료들 캐릭터 따라하고 있는데 지난번엔 왕비호, 오늘은 일출이 따라한 나 노출이예요!!!
이래도 유서 깊은 추리닝이라구
■ 노우진/4차원 말풍선맨
박지선은 노우진을 화장실 앞 복도로 불러 세웠다. 실물이 멋있다는 말은 이제 지겨울 터, 파란 추리닝에 삐딱하게 두리번두리번 이방인을 연기하는 노우진은 지금 이 순간 정확하게 개그맨으로서의 비전을 말했다.
노우진 아, 지선이 같은 애가 기자면 진솔한 얘기 듣기 참 힘들 텐데.
박지선 선배님 캐릭터는 말없이 웃기잖아요. 그래도 이때만큼은 최고로 웃겼고 또 재밌었다 싶었던 거 있어요?
노 말풍선 들 때야. 대사 쓰는 애들은 말로써 설득하잖아. 말풍선으로는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감정을 표정으로만 보여주는 거잖아. 적재적소로 이 상황에 딱 끼어들 때가 너무 재밌어.
박 이런 분장 처음엔 어색하지 않았어요?
노 처음 뮤지컬에서 멋진 역을 오래 했잖아. 이런 분장 초반에는 잘 적응이 안 되긴 하더라. 분장이 넘 쎈가? 조금 엉뚱하고 4차원적인 성격을 표현하기엔 적절한 것 같았는데. 요새는 편해졌어. 추리닝도 의도했던 건 아닌데, 이게 왔더라고.(파란 추리닝을 보며)
박 개그맨들이 방송국에서 추리닝을 신청하면 꼭 남녀 가리지 않고 이게 오더라고요.
노 예전에 고해성씨도 입었었어. 이젠 사람들이 내 걸로 알고 있잖아.(웃음)
박 흐흐. 그럼 오빠는 잘생겼단 말 외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런 거 있어?
노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뒤에서 내 리액션을 보고 있다는 시청자도 계셔. 그런 말이 기쁘지.
박 나도 시청자일 때는 주연보다 뒤의 학생들 리액션 하는 거 보고 너무 좋았어. 순간 스치는 장면의 묘미랄까!
노 야야, 내 인터뷰인데 너 말이 너무 많아! 7 대 3 정도로 내 말을 들어야지! 지선이 말 너무 많이 하려고 하지 마.
박 선배 삶에서 개그란? 짧고 간단하게, 눈물이 팡 터지게 한마디 해줘요.
노음… (생각을 오래 하다 눈을 반짝이며) 단어로 표현 안 하고 이러면 어떨까? 다시 태어나도 난 정말 개그맨 할 거야. 장동건 얼굴이나 몸보다도, 지금 이 상태로. 태어나고 싶어.
박 어허, 대체 당신은 왜 왜 그런가요?
노 내 생각 지금의 나 그대로 태어나고 싶어. 재밌게 사는 게 난 정말이지 좋거든.
누구? 유재석? 기다려 준비하고 있다
■ 윤형빈/왕비호
화장 없이 평상복을 입은 윤형빈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박 기자의 질문에 정확하게 응했다. 그러면서도 사방으로 촉수를 뻗은 듯, 재치로운 답변으로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런 예의바르고 정숙한 왕비호라니!
박지선 제가 진짜 제일 좋아하는, 그의 개그보다 그의 성품을 좋아하는 선배입니다.
윤형빈 웃음은 왜?
박 별로 내 스타일 아니에요. 올해 최고로 재밌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윤 동방신기 좋아하세요? 난 별루! 그거지. 그 일이 있은 후 후폭풍이 아주 거셌다구.
박 그 뒤로 바깥출입을 자제했다고… 선물이나 택배도 안 받고, 문은 결코 안 열어줬다는.
윤 다른 사람에게 택배도 개봉하게 했지.
박오빠 때문에 <개콘>이 확 뒤집어졌는데요. 솔직히 개콘 게시판 다 읽어보면 어떤 기분 드십니까?
윤 아주 좋은 기분, 일단 왕비호 이후 아주 물이 달라졌지.
박 그게 기분이 좋습니까?
윤 폭파하겠다, 왕비호 안티다 하지만 난 다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
박 지금은 왕비호 좋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선배가 예상했던 건가요, 아니면 뜻밖의 놀랄 만한 사건인가요?
윤 100% 예상(자신감 있게) 어, 이건 되겠다!!! 분명히 생각했었어. 왜냐면 이건 사실 다른 예능 프로에선 이미 다 하고 있었던 거거든. 이혼 얘기, 싸운 얘기 등등. 한번은 티파니 앞에 두고 ‘띨파니’라고 하는데 티파니는 막 웃고 있더라고. <재용이의 순결한 19> 같은 케이블 티브이 프로도 그랬고. 그걸 보면서 왕비호 이거는 되겠다 확신했어. 어, 동료 연예인들도 때론 반가워해서 다소 의외다 하긴 했지만 말이야.
박 치명적인 질문, 봉숭아학당에서 저 혼자 여자인데요. 저에 대한 감정은?
윤 봉숭아학당엔 여자가 없지. 박지선과 남학생들! 진짜로 가장 눈여겨서 보게 되는 후배가 박지선이에요. 하루하루 볼 때마다 아기 같은 순수함과 노련미가 동시에 같이 느껴져요.
박 난 나쁜 여자야! 팜므파탈! 난 다 울리고 휙 떠날 거야.(고개를 절레절레)
윤 지금도 너 보면 애기들이 울어요.
박 전 라디오에서도 윤 선배 좋다고 말해요. 사람들이 박휘순 어때 이러면 엉뚱하게 왕비호 괜찮다고 말하는 식.
윤 박휘순은 자꾸 보면 짜증나요.(웃음)
박 그럼 마지막 질문, 잘나가는 오빠도 아이디어 회의 때 까였던 아이템 있어요?
윤 유재석 선배. 몇 번 하려고 했는데. 아, 처음에 한번 한 적 있는데 성공적이지가 않았어. 3~4번 더 해봤지만 계속 까였다구.
거짓말이야~ 뇌 부은 건 진짜야~
■ 박휘순/삼각관계 돌아이
“이 선글라스 원래 쓰고 다니세요?” 소외된 낭인, 골방의 80년대 지식인 같은 이 남자. 하지만 실제로 본 박휘순은 무대용 육봉달의 선글라스를 몰라봤을 만큼이나, 은근한 멋이 있었다. 휴일이면 집에 있거나 마트에 간다는 박휘순의 평범한 말 하나에도 박지선은 목소리를 칭송하느라 바빴다.
박지선 실제로 굉장히 재밌는 선배님, 지역개그로 곳곳을 웃겨주는 분이에요. ‘봉숭아학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있어요?
박휘순 형빈이의 왕비호 캐릭터는 아마 내가 했으면 그렇게 잘 못 살렸을 거야. 처음에는 지선이-성광이 러브라인이 탐났다. 외모적으로 내가 더 웃긴 얼굴이니 어필하지 않을까? 거기에 내가 있더라면∼ 하고 상상을 했다.
박 “내 여자에게 손 떼!” 성광이 오빠가 그러면서 “너 눈 깔아” 하면 오빤 “네” 그러면서 정말 눈 깔잖아요. 강한 척하다가 확 약해지는 게 내 마음까지 확 사로잡는다니까요.
휘 난 진심이었다. 너희들 사랑 이야기에 끼어드는 거.
박 자기 캐릭터가 불안정해서 넌지시 끼어든 거 아니고요?
휘 그런 셈이기도 하지.
박 오빠 목소리를 들으면 마치 눈 감고 한 편의 시 낭송을 듣는 것처럼 달콤해요. 슁슁송송 이 목소리 너무 좋아요.
휘 성우를 할 걸 그랬어요. 매력이 넘치잖아요.
박 오빠가 <개콘>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누구죠?
휘 박성광, 박지선?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람들.
박 흐흐. 멋있는 말 할 차례, 자신의 삶에서 웃음이란?
휘 내 삶에서 웃음은 숙명인 거 같아요. 내가 그렇게 멋있는 말 하는 편은 못 되고요. 저도 솔직히 한때는 코미디의 시청자였습니다. <개콘> 보고 웃으면서 참 좋아했지요. 웃음은 나에게 자아실현이라는 말이기도 해요.
박 오빠는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니에요. 귀가 녹아드는 목소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휘 텔레마케터를 했어야 했는데. 아…(짧고 분명한 탄식)
박 올해 최고 재밌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휘 ‘봉숭아학당’ 엔지 냈을 때. 내가 좀 엔지를 내는 편인데 창피하고 미안한데, 의아하게 또 참 재밌기도 해.
박 한번은 엔지 내면 벌금을 3만원씩 내기로 했잖아. 리허설 도중에 3만원, 6만원, 70만원까지 올라갔던 적도 있잖아.
휘 딴 생각 하다가.(웃음) 무당 옷을 입고 노가리 노가리 원츄, 노래를 불러야 했어. 창피하면서도 재밌었어.
박 이번 캐릭터는 화려해진 느낌이야. 가죽옷을 입고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노래하면서 오토바이, 휭~.
휘 응. 느낌이 괜찮아.
박 오빠 캐릭터 한마디로 하면 뭐죠?
휘 미친놈이지. 왠지 인기를 얻을 것만 같아.
박 오빠는 진지하고 철학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오빠가 올해 교통사고가 나서 버스에 머리를 박은 적이 있어요. 웃을 일은 아닌데 뇌만 살짝 부었다고.
휘 뇌가 실제로 부었습니다. 뇌의 주름이 펴졌다고. 언어적인 문제가 조금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몸은 다행히 건강합니다.
리액션이 궁금하냐? 연락해!
■ 한민관/연예기획사 한 대표
나일출을 스타로 키우기 위해 번쩍번쩍 뛰는 삐쩍 마른 한 대표. 박 기자는 가장 마른 이 연기자 앞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고백하는 역특종을 당했다. 163㎝에 58㎏, “허벅지 때문”이라는 한민관의 추측.
박지선 올해 최고의 순간은? 이때만큼은 열광의 도가니다 싶었던 거.
한민관 나의 일출이가 노래할 때! 마이클 잭슨 따라서 “삐릿삐릿!!” 했을 때 최고였어.
박 나일출 나왔을 때가 최고라는 건 아, 감동인데요. 아 이건 뭐 환상의 팀워크잖아. 만날 일출아 너 왜 그러고 있냐고 무대에선 그러더니 말야. 그럼 오빠의 콤비는?
한 당연히 나일출이지. 노우진, 허경환은 잘 모르겠고.
박 아까 일출이는 오빠 말고 여러 명 얘기하던데.(큭큭) 무대에서 다른 이들이 연기할 땐 어떤 생각 해?
한 딴 사람들 연기에 리액션 해야지. 내 순서가 아닐 때 딴 생각 하면 금방 티가 나.
박 아, 이건 감독님이 좋아하는 대답, 모범생 대답이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딴 사람들 할 때도 자기 생각 한다고 말했어.(웃음) 오빠는 칭찬받아요, 이제.
한 선배들이 어떤 리액션을 해주느냐에 따라서 연기가 달라져. (진지하게) 정말 리액션은 중요해.
박 그럼 오빠, 올해 나 이런 거 해서 까였다! 싶은 아이템은?
한 거짓말이 아니라 난 지금까지 감독님에게 특별히 까였던 아이템이 없어. 처음에 인민군 캐릭터에서 ‘사랑이 팍팍’ 그리고 4주 후에 지금의 한 대표를 한 거잖아. 앗! 맞다, 원래 녹화는 했는데 잘린 게 있는데, 건달 캐릭터였어. 그런데 그 캐릭터에서 역할만 조금 바뀐 게 지금의 한 대표야.
박 아!! 역시, 그만큼 오빠는 독보적인 캐릭터야.(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여자도 이만큼 마를 수 없다.
한 여기서 공개합니다, 전 174㎝에 52㎏이에요.
유행어 밀고 있는데, 신동엽 선배가 말리고 있는데
■ 허경환/ “○○하고 있는데~”
실물로 보면 아이돌 스타에 가까운 무결점 얼굴을 자랑하는 허경환. “있는데~”라는 유행어를 밀고 있는 허경환에게 박지선은 “가슴 근육을 몰래 그린다는 소문이 있는데”라는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박지선 꽃미남 오빠 차례. 올해 자신의 연기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순간은?
허경환 항상 아쉬운데 이 오빠가 ‘봉숭아학당’ 초반인데 내 순서 끝나고 들어오면 계속 신경이 쓰여. 잘할걸, 좀더 오버할걸, 그런 마음이 들지.
박 어떤 생각을 하고 의자에 앉아 있어?
허 처음엔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웃으며 만족하기도 하고. 요새는 편집당하지 않을까? 이 걱정 하고 있고 있∼는∼데.
박 동기니까 많이 붙어 다녀서 아는데, 올해 많이 까였지? 흐으으.
허 3주 정도 하다가 은근슬쩍 내리고 그런 아이템이 난 수두룩하다.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인데 말야, 간첩 캐릭터도 했었잖어.
박 그래도 “있∼는데∼ 있∼는데∼” 유행어를 만들지 않았어?
허 “장난 똥때리고 있다” 이런 유행어도 밀었었는데 이건(고개를 설레설레) 나에겐 독이었다! 내 인생의 치명타! 생전 연락 안 하시던 소속사 신동엽 대표가 전화해서 “그건 하지 말아다오” 당부까지 했다구.
박 아뿔싸 하셨던 거지. 오빠 유행어 98가지쯤 보유하고 있잖아. 다듬어서 팡 터뜨릴 유행어도 있는 거지?
허 홈쇼핑 유행어인데, 하나 생각하는 게 있어. 감독님은 나보고 개그 안 짜고 유행어만 짜고 있다고 하시지만 코너로 쭉 밀어도 괜찮은 유행어가 있다니까.(웃음)
호통이라구? 그건 니 생각이구~
■ 박영진/ 박 교수
오늘의 주제에 대해 가장 냉혹한 답변을 늘어놓는 박영진은 머리 좋고 얄궂은 개그맨으로서의 장난기를 뒤춤에 숨겼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그가 술 먹을 때면 옷도 훌쩍 벗는다고 박 기자는 보고할 태세였지만 인터뷰에서는 잘렸다.
박지선 오빠, 내가 오늘은 일일기자야. 올해 ‘이거 빵 터졌다. 환호의 아수라장이었다’ 싶었던 순간 있었어?
박영진 ‘박대박’에서 국회의원 역을 하면서 없어지려 했던 코너가 아마 그걸 계기로 살아났어.
박 대단하네. 그럼 ‘봉숭아학당’에서 내가 이거 하면, 기필코 살려낸다 싶은 건?
영 선배나 동기들이 너무 잘하니까, 난 내 거 하고 있는데 뭘.
박 에이, 아까 녹화할 때 보니까 경환 오빠의 ‘-있는데, 있는데’ 잘 살리던데?
영 (차가운 표정) 안상태 선배 개그 스타일도 참 좋아해.
박 스무 살에서 스물여덟 살까지 개그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계기는 뭐야?
영 개그맨이란 단어를 몰랐을 때부터, 6~7살 때부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참 좋더라고. 7살 때 이러면 팡 터질 거야 싶은 마음에 초등학교 입학을 1년 기다린 일이 있어.
박 뭐, 뭔데?
영 학교 선생님이 1에서 10까지 세어 보라고 해서, 1, 2, 5, 11 하면 요, 맹랑한 놈, 아이고 재밌는 녀석! 할 줄 알았는데, 기초학력 부족으로 입학이 미뤄졌지. 내겐 충격이었어.
박 그때도 그랬구나~ 오빠는 나서서 웃기는 것보다 뒤에서 슬슬 웃기잖아.
영 응 난 웃기는 건 좋은데, 유독 웃음거리가 되는 건 싫어했던 거 같아.
박 아, 본인의 의지가 아니면 싫다! 그런 웃음 고집이로군요!
나는야 가장 화려한 게스트
■ 김병만/달인 겸 게스트
달인 김병만은 <개그콘서트> 8년에 접어드는 고참. “왜 지선이가 질문해? 음. 역시 똑똑하니까 기자 하는구나. 지선인 엘리트야. 너답게 잘해 녀석아”라는 김병만은 진지하고 세심하게 후배의 질문에 자신의 개그 철학을 전했다.
박지선 선배는 ‘달인’을 상당히 오래 하셨잖아요. 올해 가장 재밌던 순간은?
김병만 미각의 달인 할 때 그때 참 재밌었어. 와우!
박 오빤 애드리브 진짜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게 더 웃음이 터지거든요. 소시지 먹는데 입술로 밀어넣고 그랬던 게 다 애드리브였죠.
김 지선아, 네가 리드를 해서 질문을 해야지! 네 스타일대로 다시 잘 질문해 봐.
박 음, 네.(웃음) ‘봉숭아학당’ 팀에서 저 캐릭터 선배가 해보고 싶다 하는 거 있어요?
김 민관이의 마른 캐릭터를 내가 이길 순 없지. 그런데 어떤 한 부분을 내가 잘 살릴 순 있을 거 같아. “한민관입니다! 죽겄어요” 이게 사실 내 아이디어였거든, “죽겄어요” 이걸 좀더 끈끈하게, 쫄깃하게 할 수 있지.
박 무대 위에 올라가시면 어떤 생각 하세요? 신인인 저는 상대방이 잘 안 보이고 아직 많이 떨리거든요.
김 나도 너하고 같은 입장이지만, 당당하려고 해. 이제 면역이 된 거지. 상대방 얼굴 보면 대사를 다 까먹어서, 두 얼굴의 사이를 보거나 귀만 쳐다본 적도 있지. 지금은 안 웃긴 거 해도 웃긴다고 주장할 정도가 됐지. 애드리브도 준비해놓는 거야, 웃길 때 안 웃길 때 상황에 따라서.
박 앗. 그래요? 사람들이 안 웃길 때 액션도 준비하시는 거예요. 와, 역시.
〈esc〉 근데 이제 후배 시키셔도 될 일을 굳이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요상한 탈 쓰고 나오고, 거대한 자루 들고 나왔다 몇 초 만에 들어가는 식인데요.
김 그건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기 때문이에요. 탈을 쓰고 바나나를 틱 갖다주고 오는 일은 간단하지만 그 작은 거 하나에도 웃길 수 있는 게 많아요.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웃길 수 있는 거죠.
박 선배는 아마 가장 화려한 게스트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 8년 동안 해온 큰오빠, 맏형으로서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책임감도 있을 거야. 그게 난 또 좋고. 선배들이 무대에 대거 들어간 이유도 크게 웃기는 역보다 애드리브에 대처하고 후배들이 자리잡을 때까지 함께 가는 일을 하려는 의도일 거야.
“가끔은 기가 막혀서 웃기도 해요” 한국방송 <개그 콘서트> 김석현 피디 인터뷰
〈esc〉 리허설 현장의 열기가 뜨겁더라. 진행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계속 웃던데 또 봐도 웃긴 건가?
김석현 하하. 왜 어이없을 때도 웃는 거 있지 않나. 쟤 왜 저래, 약 먹었나? 싶은 거. 친한 친구가 장기자랑 나가서 너무 잘하거나 버벅댈 때 웃음 나오는 거랑 비슷한 거다. 리허설이나 녹화현장에서 안타까워하거나 기가 막혀서 웃음이 피식 날 때도 있다.
〈esc〉 10명 넘는 인원이 총출동하는 ‘봉숭아학당’에선 어떤가?
김 <개콘>에서도 ‘봉숭아학당’은 애정의 코너다. 2000년부터 조연출 생활을 했으니, 선배가 <개콘>을 만든 출발 지점을 안다. ‘봉숭아학당’은 <개콘>의 얼굴이자 정신이다.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하면서도 재밌다.
〈esc〉 남을 웃기는 프로지만 일주일에 하나를 만든다는 게 무척 쉽지 않을 텐데.
김 삼천포로 가고 지옥에도 가지만 그래도 일은 즐겁게 해야지. 어려운 부분을 그동안의 노하우나 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피디는 야구감독이나 요리사와 비슷하다. 선수보다 야구를 잘하진 못하지만, 누가 뭘 잘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아니까. 똑같은 걸 어떤 형식으로 누구와 맞춰 가느냐 하는 미묘한 차이가 100% 다른 걸 만든다.
〈esc〉 ‘봉숭아학당’ 멤버들의 팀워크나 그들 사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김 티브이에선 안 중요하지만, 이수근이나 김병만처럼 ‘플레이코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들과의 오랜 인연으로 나도 많은 걸 배운다. 한민관처럼 눈에 띄게 좋아지는 개그맨들은 어느 순간 눈과 입에서 자신감 있는 표정이 보인다. 한창 미친 듯이 잘해내는 연기자들 눈에서 그런 게 잡힐 때가 있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올해의 인물 ‘봉숭아학당’
우린 봉숭아학당이에요!
나안~ 러브라인 못해봤고, 성광이 부러울 뿐이고
전 적극적인 여성이므로 눈빛 하나로 팬들을 사로잡겠어요
여러분, 오늘의 주제는 인터뷰예요,
뾰로롱 뽕, 나 일출이에요!
난, 노출이에요!
이래도 유서 깊은 추리닝이라구
누구? 유재석? 기다려 준비하고 있다
거짓말이야~ 뇌 부은 건 진짜야~
리액션이 궁금하냐? 연락해!
유행어 밀고 있는데, 신동엽 선배가 말리고 있는데
호통이라구? 그건 니 생각이구~
나는야 가장 화려한 게스트
“가끔은 기가 막혀서 웃기도 해요” 한국방송 <개그 콘서트> 김석현 피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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