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10월은 옥토버페스트로 들썩인다.
그러나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은 입맛만 다신다. 국산 맥주 회사를 보호하는 주세법 덕분에 ‘갓 빚은’ 맥주는 언감생심이다. 올 7월 주세법 시행령이 새로 적용돼 하우스 맥주 판매가 허용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한국의 맥주 애호가들은 두 국산 맥주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수입 맥주를 마시고 싶어도 가격 거품 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기 일쑤였다. 이른바 ‘세계 맥주 전문점’에서는 생맥주도 아닌 수입 병맥주가 병당 6000~1만원을 호가한다.
보통의 세계 맥주 전문점에서는 지나치게 비싸거나 맛보기 힘든 맥주를 비교적 싼값에 즐길 수 있는 수입 맥주 전문점 10곳을 추천한다. 맥주 애호가인 테마파크 기획자 김혁씨의 추천을 받아, 김씨와 함께 발품을 팔았다. 기네스 수입사인 디아지오 코리아와 칭다오 맥주 수입사인 비어케이에서 추가로 추천받았다. <아이위트니스 컴패니언스 - 비어>(마이클 잭슨·돌링 킨더슬리)를 참고했다.
맥주가 ‘액체 빵’인 이유를 알려주마
⊙ 기네스
ㅁ베이비 기네스 : 흑맥주 기네스는 세계에서 하루에 1000만 잔이 소비된다. 기네스 양조장은 아일랜드 사람 아서 기네스가 1759년 처음 만들었다. 맥주 원료인 맥아는 보리에 싹을 틔운 것이지만, 그는 싹 틔우지 않고 구운 보리를 원료로 썼다. 이는 양조기술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게 아니라 맥아에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려는 ‘꼼수’였다. 호프 비율도 다른 맥주에 비해 확 높여 쌉쌀한 맛이 더 나게 했다.
베이비 기네스는 기네스를 수입하는 디아지오 코리아 직원들이 “업소 규모는 작으나 이태원 최고 품질의 기네스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업소”라고 상찬하는 곳이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과 진한 맛을 경험하면, 고대 사람들이 왜 맥주를 ‘액체 빵’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된다.
|
가격 : 기네스 500㎖ 8000원, 330㎖ 5500원, 호가든 330㎖ 5000원, 산미겔 500㎖ 4500원, 에딩거 바이젠 500㎖ 7500원. 위치·연락처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9-17 2층, (02)759-7866. |
|
|
ㅁ 울프하운드 : 비교적 저렴하게 기네스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울프하운드도 이태원에 있다.
|
가격 : 580㎖ 8000원, 390㎖ 6500원. 위치·연락처 : 용산구 이태원동 128-6 2·3층, (02)749-7971. |
|
|
⊙ 발티카
ㅁ 우즈베키스탄 : 발티카는 러시아와 동유럽을 통틀어 가장 큰 맥주회사다. 90년에 세워졌고 6년 만에 러시아 최고의 맥주회사로 성장했다. 러시아 상인들이 집단 왕래하는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 부근 러시아식당 골목을 헤집고 들어가면 우즈베키스탄이 나온다. 이곳에서 발티카 No.3, No.6, No.7, No.9를 맛볼 수 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아, No.9의 경우 도수가 8도다. No.6은 흑맥주다.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 마이클 잭슨은 발티카 No.6에 대해서 “부드러움과 강함이 조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희귀한 러시아 맥주는 물론, 맛있는 우즈베키스탄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어 좋다. 쇠고기 꼬치나 양 꼬치와 함께 발티카 맥주 한 모금을 넘기면, 그 맛은 혀에 오래 각인된다.
|
가격 : 발티카 No.3~No.9(각 병 500㎖) 4000~5000원. 양 꼬치 3000원, 토마토 꼬치 2000원. 위치·연락처 : 서울시 중구 광희동1가 121, (02)2277-4267, 4261 (samarikant.com) |
|
|
칭다오, 한국 맥주값과 차이 없네
⊙ 산미겔
ㅁ 벨로주 : 산미겔은 1890년 처음 만들어진 역사 깊은 필리핀 맥주다. 필리핀 현지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카페 바 ‘벨로주’에서는 신선한 산미겔 생맥주를 비교적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생맥주의 부드러운 거품을 맛보자마자 ‘산미겔이 이렇게 맛있었나’ 자문하게 된다. 에딩거는 1886년에 처음 만들어진 밀맥주다. 바나나와 정향 향기가 가볍게 풍기며 쌉쌀한 맛이 별로 없다. 잘나가는 포털업체에서 근무하다 음악과 맥주에 빠져 홍대 근처로 ‘직장을 옮겨버린’ 박정용 사장으로부터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음악 시디 가운데서 산미겔에 맞는 곡을 추천받는 것도 괜찮다.
|
가격 : 산미겔 생맥주 500㎖ 5000원, 에딩거 생맥주 300㎖ 5000원, 기네스 생맥주 1파인트(580㎖) 9000원, 2/3파인트 7000원.(11월 중순까지 1파인트를 8000원에, 2/3파인트를 6000원에 판다.) 위치·연락처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206 마네빌딩 2층, (02)323-7798 (veloso.co.kr) |
|
|
⊙ 칭다오
ㅁ 신신꼬치 : 칭다오 맥주는 중국의 칭다오(청도) 지역을 조차했던 독일인들이 1903년 만들었다. 칭다오 지역의 깨끗한 물맛에 독일인들이 놀랐다고 한다. 칭다오 맥주는 주로 필스다. 필스(또는 필젠) 맥주는 체코의 필젠 지역에서 처음 생긴 맥주 스타일이다. 그전까지 맥주는 갈색이었는데 필젠 지역의 맥주는 밝은 금색에 맛이 부드러워 곧 유럽 전체를 석권한 맥주 스타일이 됐다. 신신꼬치에서는 칭다오 큰 병을 4000원에 판다. 칭다오에 어울리는 꼬치 요리를 즐기는 재미도 있다.
|
가격 : 칭다오 640㎖ 4000원, 양 꼬치(10개) 7000원, 건두부볶음 8000원. 위치·연락처 :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97-11, (02)419-9355. |
|
|
|
비어케이 추천 장소 : 와바 신천점(신천), 1병 4500원, (02)3431-3134. / 라나이(신촌), 1병 4000원, (02)334-8482. / 해리하우스(신림), 3병 1만원, (02)889-1230. / 이비자(종로), 4500원, (02)722-5940. |
|
|
500년 전 맥주 맛을 5000원에
⊙ 크롬바커
ㅁ 웨스트 : 크롬바커(독일어 발음은 크롬바허) 맥주는 독일 중부 지겐에서 태어났다. 크롬바커 필스 맥주는 독일에서 많이 소비되는 필스 맥주 가운데 한 종류다. 웨스트에서 신선한 크롬바커 필스 생맥주와 바이젠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 밀맥주를 독일어로 ‘바이젠비어’나 ‘바이스비어’라고 한다. ‘바이스’는 영어의 ‘화이트’이고 ‘바이젠’은 영어의 ‘휘트’(밀)에 해당한다. 색이 밝고 탁하며 상쾌한 맛이 난다. 500여년 전 독일에서 밀맥주는 매우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식량 부족을 걱정한 바바리아의 공작 빌헬름 4세가 1516년 ‘맥주는 물, 맥아, 호프, 이스트로만 빚어야 한다’는 ‘맥주 순수령’을 만들었다. 맥주 순수령이 19세기 초 없어진 뒤에야 밀맥주가 부활했다.
박선근 사장이 특별히 준비한 안주를 곁들이는 재미도 크다. 훈제 삼겹살은 기름이 쏙 빠져 전혀 느끼하지 않다. 싱글 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아사히 맥주 5병과 쥐포 안주 세트가 2만9000원이고 밀러 5병과 가벼운 안주가 함께 나오는 세트가 2만8000원이다.
|
가격 : 크롬바커 필스/바이젠 생맥주 500㎖ 5000원. 위치·연락처 : 서울 송파구 잠실동 178-3, (02)412-7942. |
|
|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