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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문근영, 형도 반했어

등록 2008-10-08 17:41수정 2008-10-09 14:06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바람의 화원>의 캐릭터들에 반했어요
<대학가요제> 동생 따라하는 언니 같아

많은 가수들은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기어이 노래하겠노라 말한다. 비바람이 치고 변화가 밀려와도 제 소신을 지키겠다는 항변이다. 정말 그럴까. 한때 섹시하고 뜨겁고 발칙했던 무대였던 2008년 <대학가요제>는 의대생인 ‘엄친아’ 최원유, 꽃미남 지존 빅뱅의 탑-SS501 김현중의 합동무대를 탄생시켰음에도 어딘지 쓸쓸하다. 그런가 하면 ‘국민 여동생’ 문근영은 붓으로 삼라만상을 사로잡는 화원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녹이는 중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대학가요제>(문화방송)와 <바람의 화원>(에스비에스)을 들여다봤다. 문근영은 갑자기 어른으로 변하지 말길! <대학가요제>는 이제 쫌 변신해 주길?

정석희 <바람의 화원>은 영리한 드라마다. 배경이 정조 시대인데 <한성별곡>부터 <이산>을 본 시청자들이 시대 배경을 잘 알고 있으니까 불필요한 설명 없이 빨리 진행된다. <이산>의 정순왕후가 야욕의 인물이었다면 <바람의 화원>에선 요부 느낌을 더해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만들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서 잘 활용하고 있는 거지.

신광호 개인적으로 비호감이었던 문근영의 변신에 놀랐다. 아역으로 출발해서 작품을 잘 타는 행운아 이미지가 강했다. 성인 연기자로선 가봐야 알겠구나 생각했지. <바람의 화원>을 보면서 똘망똘망한, 송아지 같은 눈을 껌벅껌벅하는데 참 예쁘더라. 아 연기자는 연기만 잘하면 비호감이 호감 되는구나 했다.(웃음)

눈부신 기녀 정향 입 열면 1분 뉴스



보이시한 문근영의 매력을 보여주는 <바람의 화원>. 에스비에스 제공.
보이시한 문근영의 매력을 보여주는 <바람의 화원>. 에스비에스 제공.
구성 자체가 문근영을 중심에 두고 돌아간다. 다 그녀를 떠받들어 주지 않나! <바람의 화원>은 친근한 여러 요소를 배경으로 깔고 그 위에 새로운 시도들을 펼쳐놓는다. 문근영은 <커피프린스>의 윤은혜 느낌도 있고 박신양에게선 <베토벤 바이러스>도 떠오른다. 음악과 미술에서 사제지간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준다는 느낌도 비슷하다. 전반적인 영상이나 음악은 영화

<스캔들>의 고급스런 이미지도 떠오르더라.

붓에서 나온 까만 점이 종이를 벗어나 입체적 붓질을 하는데, 그 자체로 신선하고 감동이더라.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었다. 이 드라마는 내겐 문근영의 재발견이다. 상대적으로 박신양은 양복 입으면 저쪽에서 김정은이 나올 것만 같다는.(웃음)

문근영이 대세다. 기생 정향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냥 평범한 기녀 정도면 괜찮은데, 엄청난 포스를 갖고 이야기 한 축을 끌어가는 인물로 나온다. 대단한 명물 기녀로 나오기 때문에 어색한 연기가 걸린다.

고개를 살짝 드는데 와 저 얼굴이 정말 조선시대 미인이겠구나 싶더라. 턱 라인 자체가 요새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그런데 대사를 시작하면 1분 뉴스를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라리 말 못하는 기생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연기가 미흡한 배우를 위해서도 벙어리 역이었다면 어땠을지. 윤복(문근영)과 절박한 눈빛을 나누면서 안쓰럽고 애절한 정을 나누는 거다. 침묵에서 기생의 한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사이 집에 가서 열심히 연기 연습하면 어떨까.(웃음)

농담 같지만 <모래시계>의 이정재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대사가 적었던 게 큰 요인이었다. 캐스팅은 좋은데 연기 내공이 문제인 거지.

문근영의 미소년 느낌은 정말 짱이다. 보이시한 느낌이 살아 있다. 혹자는 화면을 안 보고 목소리를 듣다가 ‘저게 문근영이냐?’ 했다더라. 목소리도 남자 톤으로 조절하는 거지.

여장했을 때도 여자와 남자 사이를 묘하게 왔다 갔다 한다. 100% 여자 느낌을 내는 게 아니라 곡예 부리듯 오간다.

그 사이를 잘 타는 거지. 기생 한복 훔쳐 입고 ‘호호호’ 여자 목소리 간드러지게 내는 거 넘 귀엽다. 형 영복이도 윤복이를 보는데 그 눈빛이 탁탁 붙고 끈적끈적하더라. <태극기 휘날리며>의 형제를 뛰어넘은 또다른 형제애인감?(웃음). 기생 마음까지 얻고 있으니 윤복이는 남녀막론, 형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동성애 코드는 이제 여기서 그만이다.

이러다가 정조도 윤복이 좋아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웃음) 어찌했든 사랑이 다각형인 걸 보여주는 드라마다.

음악도 절묘하다. 정순왕후 원샷이 나올 때 하프 소리 비슷한 가야금이 띠리리링 울리는데 참 좋았다. 미묘하고 고급스러운 느낌, 이렇게만 가다오! 했는데, 진부한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나오고 말더라. 윤복의 여장에선 코믹 요소를 십분 살릴 수 있었는데 잘 못 살린 부분도 아쉽다.

문근영이 성인 역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확신하기엔 이르다. 지금 <바람의 화원>에서도 찐한 연애가 오갈 것 같지는 않다.

문근영이 어느 날 갑자기 정사 신을 찍는 건 전혀 상상이 안 된다. 그걸 보면 왠지 내가 어쩔 줄 모를 것 같다. 갑자기 ‘난 여자야’ 하진 말았으면 싶다.

대학생 포스 중고생에게 밀리는구먼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엄친아’ 최원유. 문화방송 제공.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엄친아’ 최원유. 문화방송 제공.
자기 색을 잘 키워 나가면 좋겠다. 지난주 <대학가요제>를 봤는데 감회가 참 새로웠다. 내가 대학 들어가던 해에 시작된 거라 초창기 역사를 직접 경험했다. 그땐 양희은, 김세환으로 대변되는 통기타 가수들이 시들해지고 가요가 맥을 못 추던 때였다. 대학생은 팝송만 들었지. 그 찰나

<대학가요제>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사실 <대학가요제>가 대학생들이 볼 만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내가 본 <대학가요제>는 유열의 등장부터였는데 초딩 때 되레 좋아했다.

각 시대마다 스타일이 있다. <나 어떡해>가 엄청 떴을 땐 서울대생이 그룹을 한다는 게 굉장한 파격이었다. 이후 대학마다 우후죽순처럼 그룹들이 생긴 거다. 이어 <강변가요제>, <해변가요제>가 생겼고 왕영은, 주병진, 임백천이 발굴된 거지. 전람회 등장 이후 하락세를 겪었는데 명맥을 잇는 것 자체가 대견하다.

88년 무한궤도가 나올 때만 해도 신춘문예같이 권위 있는 무대였다. 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해서 가요계 판을 바꿔놓은 것도 쇠락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물이 달라진 거다.

그 이후 아이돌 그룹의 시대가 왔다. 예전엔 이걸 안 보면 대화에 못 낄 정도로 인기였다. 대학생이라는 트렌드가 언젠가부터 풀이 꺾였지만.

대학생의 풋풋함, 신선함은 어딘가로 붕 떴다. 대학생이 가수 한다고 하면 이젠 늦깎이다. 중고딩도 데뷔 전 고된 트레이닝을 받고 완벽한 프로가 되어서 데뷔하니까. 대학생들 포스? 중고딩에게 밀려도 너무 밀린다. 이번 <대학가요제>에선 복장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십대 가수들을 따라하고 있더라. 제 색깔을 가질 법한 언니 오빠들이 여동생, 남동생을 따라하고 있다.

심사위원이 ‘아마추어적이지 않다’고 말했는데 뼈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사실 시대가 바뀌었잖아? 어릴 때 피아노 안 배운 애들이 없고 기본은 다 갖췄다. 얘들은 프로페셔널할 수밖에 없는 거다. 역량이 있는 애보고 어설프게 하라는 건 말이 안 되지.(웃음)

프로를 따라하는 느낌이 있긴 했다. 멜로디가 서정적이라 누구 노래야? 했는데, 갑자기 간주 부분에 랩이 나오면서 산통을 깨더라.

가요제 전성기 땐 록, 통기타, 중창, 솔로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비슷해 보인다. 사실 최원유가 금상감으로 노래를 썩 잘하진 않았다. 하지만 몰입도로 보면 금상 주고도 남는 거지.

<대학가요제>에 채널 고정 자체가 안 된다는 게 아쉽다.

누구나 대학생이니 <대학가요제>를 하는 의미가 없어졌고 선배 가수와의 축제 분위기더라. 선배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우정 쇼를 펼치는데, 그게 더 볼거리였다. 이번엔 빅뱅 탑과 SS501 김현중의 만남이 멋있었지.

<대학가요제>는 이제 너무 진부하다. 억지로 끌어가기보단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을 모은 국제가요제 같은 건 어떨까.

그래도 <대학가요제>를 없애면 막상 아쉬울 것 같다. 단골집이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심사위원들도 좀더 진지했으면 좋겠던데.

아시아의 대학가요제는 어때?

노영심, 윤종신, 이하늘 등 심사위원들 인터뷰도 볼거리였다. 채점기준 등이 나오긴 했지만 진지함이 덜했다. 마치 대학교에서 동아리 선배가 후배 테스트하는 느낌이랄까.(웃음)

전문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가요제 출신 스타들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익스(Ex)라는 그룹이 나왔었는데 막 띄우다가 어느 날 조용해졌다. 대중에게 어필이 안 된 거지.

최원유는 정말 전형적인 ‘엄친아’더라. 댓글을 보고 웃겨 쓰러지는 줄 알았다. ‘잘생긴 외모? 생긴 거 그냥 뭐 그 정도인데… 한양대 의대에 덜덜덜 떨린다’고 썼더라.

<대학가요제>에 최원유 말고는 별 관심이 없다. 쇼 프로그램으로서도 매력이 떨어지고.

예전엔 노래 잘하는 노사연이면 인기 있었는데. 선배 가수들이 ‘총출동’했을 때만 가능한 프로그램이 됐다. 지금 방식으론 시청자들을 끌 수 없고 단호한 자기점검이 필요할 때다. 자기들만의 축제인 <대학가요제>를 보고 싶진 않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시선을 사로잡은 예술

<바람의 화원>의 그림들 | “천재가 그린 그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림이 실제 세계와 탁! 연결되는 순간 생동감이 기가 막히더라.”(정석희), “윤복과 홍도의 교감 사이사이 그림이 치고 들어오는 게 명품. 뮤직비디오처럼 작위적인 영상 말고 중간중간 소품처럼 들어간 느낌의 그림들! 짱이다.”(신광호)

■ 분발을 촉구하는 예술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지아 연주 | “아무리 대가라고 해도 연주하면서 지휘자 보고 씽긋 표정 짓는 거 그런 거 안 된다. 잘하려고 한 건 알지만 지아씨~ 전공자들이 보고 있답니다.”(신광호), “몰입을 방해하는 핸드싱크. 연주를 하라는 게 아니라 연기를 부탁하는 건데 악기를 다루는 자세 하나하나가 어설퍼 보이면 쫌…”(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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