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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여, 이 피사체가 불편한가

등록 2008-09-24 22:08수정 2008-09-28 13:24

2004년 명동에서 만난 기독교인
2004년 명동에서 만난 기독교인
[매거진 esc] 대한민국 관광책자에 안 실린 풍경만을 담는다는 미국인 사진가 마이클 허트
지난 8월24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앞. 매그넘 작가들이 찍은 한국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긴 줄을 섰다. 7월4일부터 50일간 열렸던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은 무려 13만여명이나 관람했다.

‘매그넘’이라는 명성도 한몫을 했지만 코쟁이 외국인들이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봤을까 하는 호기심도 큰 몫을 했다.

내 곁에 흔한 것이 우주인이 던져주는 신세계처럼 보인다면 얼마나 희한하고 재미있는 일인가! <매그넘 사진전>의 열기가 사그라든 지금 우리를 향한 또다른 이방인의 시선을 만났다. 한국의 거리에서 셔터를 누르는 미국인 마이클 허트(37).

2004년 화곡동 거리
2004년 화곡동 거리

화장실에도 카메라 메고 가는 사나이

그의 사진은 불편하다. 지친 걸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던 내 20대가 그의 사진에 있고, 이주노동자들을 우습게 여기거나 백인들을 우러러보던 우리들의 시선이 있다.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다. 그가 찍은 한국은 88올림픽과 월드컵 축구경기를 치른 나라가 아니다.

그는 말한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제시대, 세계대전, 6·25 전쟁, 독재시대, 광주 등 한국의 역사가 사진 안에 있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역사가 길 위에 있습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역사가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로 남아 흔적을 남긴다. 그는 그 흔적을 찾아 자신의 카메라를 든다.

“미국인은 인디언 학살, 노예제도, 마약 중독자 사진을 찍었 습니다.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말입니다.”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작은 나라 의식, 피해자 의식이 남아 역사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2003년 종로 2가 술마신 청년들
2003년 종로 2가 술마신 청년들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은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다. 당연한 일이다. 마이클 허트는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미국사를 전공했고, 버클리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현재 한국에서 한국의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성향 등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논문에는 1987년부터 97년까지의 한국 사회가 담길 예정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94년이다. 한미교육위원단의 풀브라이트 장학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 땅을 밟았다. 그가 한국에 처음 와서 한 일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일이다. 2002년 그가 다시 풀브라이트 장학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찾았을 때 그의 손에는 사진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좋아했다는 그는 버클리대학원 안에 개설된 포토저널리즘 강의를 들으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세계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오클랜드 코리아타운에 대한 포토스토리를 만들었다. 오클랜드에 사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한 것이다. 이 강의에서는 특히 매그넘 작가 수전 마이젤라스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는 화장실에 갈 때도 카메라를 든다. 일주일에 1천컷 이상 사진을 찍는다. 지금까지 작업한 사진만도 수천장이다.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매거진에 한국 사진을 실어 처음으로 큰돈을 벌었단다. “나도 이제 사진가가 되었구나” 실감케 해 준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그린 한국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한 유명 출판사는 출간 직전까지 갔던 그의 사진집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2005년 한 외국어 고등학교
2005년 한 외국어 고등학교
지하철 안에서 졸고 있는 아낙네, 길에서 술 마시는 아저씨, 가난한 동네의 꼬마들, 홍등가의 성매매 여성. 그것들 사이에 외국인 노동자와 공부에 지쳐 잠이 든 수험생이 있다. “성매매에 아무런 문제 없다고 말하는 한국 친구가 있었는데 돌아보면 온통 ‘비즈니스클럽’ ’룸살롱’ 간판이잖아요.”

우리에게 흔하고 흔한 이 풍경들이 그에게는 한국만이 가진 ‘문제’로 보였다. 우리 안에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가 있다. “어떻게 이런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복잡하고 문제 많은 도시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도시와 다릅니다. 타워팰리스 같은 것은 다른 나라 어디나 있습니다. 한국에만 있는 것, 그것을 오히려 외국인들은 매력으로 느낍니다.” 그는 관광책자나 한국을 소개하는 자료에 등장한 한국의 모습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고 이야기한다. “유럽이나 미국인들은 애국심을 선전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한국의 관광책자가 그런 느낌입니다.”

그는 한사코 자신을 찍는 것을 거부했다. 얼굴이 알려지면 사진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2005년 5호선 지하철 안
2005년 5호선 지하철 안

애국심 선전에 거부감… 요즘은 거리패션에 관심

마지막으로 사진가 마이클 허트가 이야기하는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 찍기 좋은 곳입니다. 발전된 나라의 모습과 발전 안 된 모습이 공존하고 그 차이도 큽니다. 화려한 명동 옆에는 남대문이 있지요.” 그는 한국인이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여전히 찍을 생각이란다. 애정의 결과물이다. 오늘도 그는 카메라를 메고 요즘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리패션을 찍으러 나선다. 내가 찍은 ‘우리’와 그가 찍은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 보는 재미를 즐겨보자.

마이클 허트 사이트 http://metropolitician.com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마이클 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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