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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만 빼고 지각할 거라는 편견은 버려

등록 2008-08-20 17:46수정 2008-08-23 17:18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33 사진왼쪽)씨와 스쿠터로 출근하는 김남희(26)씨.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33 사진왼쪽)씨와 스쿠터로 출근하는 김남희(26)씨.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자출하실래요, 스출하실래요
자전거 잡지 기자와 스쿠터 잡지 기자가 출퇴근 맞수 대결을 벌였습니다. 스쿠터 기자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 땀 뻘뻘 흘려서 일하기 힘들걸?”이라고 말하니, 자전거 기자는 “극세사 미세타월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맞받아칩니다. 자전거 기자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을 타고 다닌다”고 자부하자, 스쿠터 기자는 “휘발유 1리터로 50㎞를 가는 게 스쿠터”라며 스쿠터가 1인용 대안 교통수단이라고 반박합니다.

자전거와 스쿠터가 고유가 시대 출퇴근 수단의 샛별로 떠오릅니다. 자전거는 인도 차도 가리지 않는 기동성, 실용을 운동으로 전환한 영특함, 온실가스 제로의 윤리적 우위를 지키며 2000년대부터 사랑받았습니다. 자전거에 비하면 스쿠터 출퇴근 부대는 신진 세력입니다. 차 사이로 막 가는 민첩성, 비싼 기름값을 싼값으로 증폭시키는 에너지 효율성, 교통수단을 패션으로 도약시킨 세련됨이 스쿠터의 자랑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전거와 스쿠터는 세상에 열려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는 차벽과 분리된 세상을 2차원적으로 관찰하지만, 자전거와 스쿠터는 세상과 교접하며 나아갑니다. 그래서 자전거와 스쿠터 위에서는 서늘하게 찾아오는 한강 바람의 촉감이 느껴지고, 아스팔트 열기가 갓 식은 종로 거리의 축축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낮게 가라앉은 북한산의 하늘이 포옹처럼 다가옵니다. 자동차 안의 당신은 현대, 대우, 르노삼성 중 하나로 표현되지만, 자전거와 스쿠터 위에서 당신은 탈것과 달리는 당신의 모습을 통해 표현됩니다.

<자전거생활>의 정상현 기자(사진 왼쪽)와 <스쿠터 앤 스타일>의 김남희 기자(오른쪽)가 자전거·스쿠터 선택과 구입, 출퇴근 요령을 알려드립니다.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생생 정보들입니다. 자출(자전거 출퇴근)해 보실래요? 스출(스쿠터 출퇴근)해 보실래요?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씨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씨

땀만 빼고 지각할 거라는 편견은 버려


경차와의 시간 대결에서도 이겼다는 자전거 전문기자의 자전거 출근노트

살인적인 고유가로 사람들이 속을 끓인다. 하지만 나는 고유가에 대한 부담을 비 오는 날만 느낀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름 날씨의 특성상 폭우가 자주 내리는데, 그런 날들만 뺀고 웬만하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이다. 출퇴근길인 서울 대치동에서 공항동까지 경유차 왕복 기준으로 한 달에 최소 50만원 정도가 유류비로 소모된다. 버스비만 해도 하루 왕복 4천원 정도라서 만만치 않다. 이 정도면 주말을 제외하고 한 달 기준으로 약 8만원 이상을 소모하는 셈이다.

비 오는 날에만 고유가 부담 느낀다네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씨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씨
그래도 버스나 지하철은 자전거보다 훨씬 빠르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걷고, 버스를 기다리고, 다시 갈아탈 지하철을 기다리고….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밟느라 대략 1시간15분 이상 걸린다. 그럼 자전거는 얼마나 걸릴까? 시간에 쫓겨 속도를 내거나 테스트용 고급 로드바이크를 타면 50분 정도고, 그렇지 않으면 1시간10분이면 너끈하다.

지난 7월 자전거와 경차의 효율성을 비교하는 특집기사를 쓰느라 서울 뚝섬역부터 합정역까지 경차와 시간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다. 강변북로의 소통이 아주 원활했음에도 내 자전거가 10분 빨랐다. 이런 예만 보더라도 자전거는 환경에 일조하고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을 줄여주며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간 낭비도 줄여준다. 그래도 출퇴근 때 지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가 조금만 익숙해지면, 러시아워의 콩나물시루 속에서 시달리는 것보단 체력 부담이 덜하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씨
자전거로 출근하는 정상현씨
나의 출퇴근길은 서울 대치동에서 공항동까지 약 26㎞다. 폭염이 이글거리는 요즘 같은 여름에는 출근 시간만 돼도 후끈거린다. 강렬한 햇볕과 높은 습도, 그리고 자동차 열기가 더해진다. 그래서 난 여름엔 조금 일찍 집을 나서는 편이다. 출발 시간은 아침 7시30분.

대치역 네거리에서 양재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하기까지 횡단보도는 두 개다. 네거리에서는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으로 진입하는 차들이 꽤 많기 때문에 횡단보도에서만큼은 꼭 자전거를 끌고 건넌다.

차도가 없는 양재천에 진입한다고 해서 무작정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운동과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가 많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닥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류 지점인 종합운동장 근처까지는 속도보다는 보행자와의 안전사고를 최대한 주의하면서 방어운전을 할 만한 속도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을 앞지를 때는 안전 벨보다는 말로 인사를 건네는 게 좋다. ‘안녕하세요’ ‘조심하세요’ ‘먼저 가겠습니다’ 라는 인사는 서로 불쾌하지 않고 주의를 집중시킨다. 집에서 탄천 한강 합류지점까지 10분이다. 양재천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과 길가에 핀 꽃과 흙 냄새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진 냉기가 여름의 열기를 식혀준다. 하지만 달릴 때 입은 벌리지 않는 게 좋다. 날파리로 단백질 보충을 하게 될 테니까.

이제부터는 한강 남단 자전거도로다. 청담대교에서 한남대교까지 가는 길은 경치가 좋다. 특히 7호선이 지나가는 청담대교 옆 토끼굴은 경치가 빼어나다. 커피자판기와 쉼터가 있어 가끔은 감상에 젖어 커피를 한잔 마시며 숨을 돌린다. 이곳부터 압구정 갤러리아로 진입하는 토끼굴까지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전거가 많고, 도로 폭이 좁은데다 바닥에 커다란 철판을 대놓은 팟홀 구간이 잦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질 겸 쉬어간다.

자전거-스쿠터 출퇴근 비교
자전거-스쿠터 출퇴근 비교
동호대교를 지나기 전에는 교각 사이로 언덕과 내리막이 있는데 이 역시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잠원지구부터는 한참 공사 중이라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길 폭이 너무 좁고 바퀴에 구멍날 위험이 있으므로 길 상태를 잘 살피며 가야 한다. 더군다나 여름철이다. 잠원지구 실외 수영장은 선탠을 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고 자동차 주차가 잦은 지역이다. 한눈팔다가 맞은편 자전거 운전자와 정면충돌할 수 있으니 조심하길. 동호회의 아는 동생도 2년 전 수영장에 한눈팔다 배수로에 쳐박혀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동작역 옆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 흑석동 구간부터는 올림픽대로 밑과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여의도까지 계속된다. 여기서부터 한강철교까지 속도를 내기 정말 좋다. 나는 이 구간을 즐긴다. 올림픽대로에 정체된 차들에 박힌 운전자를 보면 흐뭇함을 느낀다. 자전거를 타는 내가 유해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부지불식간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더운 여름엔 오이와 주스가 필수품

정상현 기자 출퇴근길
정상현 기자 출퇴근길
노랗게 빛나는 63빌딩과 서강대교는 힘들어질 즈음 위안이 된다. 한강 수상택시와 유람선을 보면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여기까지 전체 거리의 3분의1쯤 지나왔다. 달리는 중간에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쯤에서 오이를 먹거나 주스를 마신다. 지난 8년 동안 국내의 산악자전거 랠리를 시간 내 완주 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오이 먹기다. 오이는 체내의 열을 효과적으로 내려주는 구실을 한다. 특히 더운 여름에 효과가 좋다. 주스를 마시는 이유는 단당류를 얻기 위해서다. 한번이라도 힘들 때 쉬지 않고 계속 페달질을 했다면 지방보다 근육이 분해될 확률이 큰데 이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안양천 합류지점을 지나면 토끼굴로 진입하지 않는 이상 매점이 없으므로, 여의도 구간에서 수분을 다 공급해야 한다. 안양천을 지나 첫 번째 토끼굴로 빠져나와 공항로를 타면 회사 도착이다.

글 정상현/ 월간 <자전거생활>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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