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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할인되면 본전은 뽑겠군

등록 2008-07-16 21:04수정 2008-07-20 13:41

빕스의 스테이크와 샐러드
빕스의 스테이크와 샐러드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빕스 마포역점 & 아웃백 강남점
돈 다 내고 먹기엔 아까운 패밀리 레스토랑, 마케팅과 위생 관리는 철저하다네

⊙ 피의자 : 빕스 마포역점과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강남점

⊙ 혐의 : 한국에서 고급 레스토랑으로 소비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품질 대비 가격은 정당한가를 고찰함.

⊙ 조사내용 :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 매출 1·2위는 아웃백과 빕스로 알려져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이 번창하는 것은 한국적 현상이다. 전세계 900여 아웃백 점포 가운데 한국 지점만 60개가 넘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그러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해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미식가들은 가격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미식가라면 미국 건강전문지 <맨즈 헬스>가 지난 5월 ‘미국 최악의 음식 20선’에 아웃백의 메뉴를 포함했다거나, 아웃백이 미국 공화당의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라는 사실을 언급할지 모른다. 그러나 ‘맛경찰’은 선입견을 떠나 맛을 엄정하게 음미하고자 한다. 이달 초 어느 날 점심 빕스를 찾았다. 샐러드 바를 이용할 수 있는 빕스 스테이크 런치 세트 1인분, 샐러드바 2인분을 주문했다. 가격은 스테이크 런치세트가 2만5800원이고 샐러드 바 2명 이용비용이 3만5600원이었다. 부가세를 합쳐 6만7540원.

획일화된 맛은 비추! 양은 추천!

고 : 나름 스테이크 전문점이니 기대되네요.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 가운데 대표주자니까요. 미디엄 레어를 주문했는데 좀더 익은 것 같은데요?

Z : 흠. 미디엄 레어는 아니고 미디엄 정도네요. 그런데 … 참 특이한 맛이군요. 어떻게 구운 걸까요? 그릴에 구웠으면 겉은 더 타고 속은 덜 익어야 하는데 마치 증기 오븐에 찐 듯한 맛이네요. 찜기같이 증기로 익히는 오븐이 있거든요. 그걸로 구우면 이런 맛이 날려나? 쇠고기 자체도 썩 좋은 건 아니군요. 아스파라거스에서도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 않네요. 향이 있어야 하는데.

고 : 종업원들이 친절한 건 높이 살 만하네요.

Z : 미국의 특급호텔에서 일했던 98년부터 2003년까지 종종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죠. 한국과 다른 점은 거의 셀프 서비스라는 점이죠. 미국에는 생각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많지 않아요. 패밀리 레스토랑은 미국에서 고속도로 주변 레스토랑이 체인화되면서 생겼다고 보시면 돼요. 고속도로에 먹을 게 뭐가 있겠어요. 센트럴 키친에서 음식을 반조리 해서 고속도로 주변 식당으로 보내면 거기서 트럭운전사들에게 파는 거죠. 티지아이 프라이데이도 미국 대학생 애들이 싸게 술 마시는 펍 정도예요.

고 :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고급 레스토랑처럼 인식되잖아요?

Z : 그렇죠. 갈 데가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거죠. 원래 가격을 다 내고 먹기엔 아깝군요.

고 : 요리사님은 패밀리 레스토랑 자주 가세요?

Z : 아뇨. 맛이 뻔하니까요. 맛이 획일화돼 있잖아요. 아무튼, 여기 빕스는 훈제 연어가 제일 낫네요. 품질 대비 가격은 비싼 듯하네요. 그러나 샐러드 바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으니 양을 생각한다면 비싼 건 아니네요. 가격 대비 맛은 비추! 가격 대비 양은 추천!


아웃백의 스테이크와 블루밍 어니언
아웃백의 스테이크와 블루밍 어니언
과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누가 요리를 하는 걸까? 빕스 홍보실에 “요리사가 직접 요리를 하는지” 등 몇 가지를 질문했다. 빕스 홍보실은 업장마다 조리 관련 학과 출신 주방 사원과 파트 타이머가 조리한다고 밝혔다. 본점에 근무하는 메뉴 개발 전문가(조리 경력 7~15년)가 메뉴를 개발한다. 이어 “본점 센트럴 키친에서 반조리된 음식을 각 업장에 보내느냐”고 물었다. 이에 빕스는 “센트럴 키친에서 반조리 가공 후 사용하는 품목은 소스·스프, 드레싱, 일부 야채 슬라이스 식재”라고 설명했다. 또 빕스는 전 매장에 공통된 조리 매뉴얼을 운영해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친김에 “스테이크도 반조리된 상태로 공급받느냐”고 물었다. 빕스는 이에 “조리된 스테이크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센트럴 키친에서 절단된 스테이크를 공급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빕스는 “부처(Butcher·고기 담당 부서)에서 스테이크를 부위에 따라 170~270g으로 메뉴 제공량에 맞게 절단하여 각 업장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쇠고기를 익히는 그릴이 뭔지를 묻는 질문에는 “브랜드 자체 노하우가 있는 설비라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아웃백에도 같은 질문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아웃백 강남점을 찾았다. 플레임그릴드 스테이크, 퀸즐랜드 치킨 앤 쉬림프, 블루밍 어니언을 주문했다. 부가세까지 5만584원. 샐러드가 조금 맵다고 이야기하자 “다시 조리해주겠다”는 종업원의 친절이 눈에 띈다.

통신사 카드로 15% 할인된 가격이

Z : 스테이크는 점심보다 낫네요. 파스타는 조금 짠 듯하고요. 블루밍 어니언도 썩 좋은 기름으로 튀긴 건 아닌 것 같네요.

고 : 사람 정말 많네요. 대부분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궁금하군요. 학생에게 만만한 가격은 아닌데.

Z : 그만큼 통신사나 은행 할인이 큰 것 같아요. 20% 할인되면 제법 가격이 낮아지죠. 오늘 취재 전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젊은 애들이 ‘패밀리 레스토랑 싸게 먹는 법’이라는 글을 올려 할인받는 방법, 무료쿠폰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더라고요. 패밀리 레스토랑도 그런 식의 마케팅을 하고요.

고 :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 비판하기는 쉽잖아요. 미국 <맨즈 헬스> 기사처럼, 로컬 레스토랑보다 건강에도 안 좋을 게 분명하고, 가격도 결코 싼 건 아니고.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이유가 뭐냔 말이죠.

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일까

Z : 일단 철저한 마케팅이겠죠. 그리고 한국인들이 유독 브랜드에 약하잖아요. 패밀리 레스토랑이 고전하는 일본의 현실에 비춰 봤을 때, 일본보다 갈 만한 레스토랑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 외에 중요한 게 있다고 봐요. 제 요리사 친구가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해 “(음식을) 발로도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그럼 “발로도 만들 음식”을 내놓는데 왜 이렇게 장사가 잘될까요?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패밀리 레스토랑은 손님들에 대한 배려가 매뉴얼화돼 있죠. 막말로 일반 식당에서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해봐요. “아~ 머리카락 나왔네요” 하고 끝일걸요. 그러나 패밀리 레스토랑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매뉴얼이 다 있어요. 위생도 훨씬 낫죠. 오늘 취재 전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 있는 요리사 후배에게 물어봤어요. “패밀리 레스토랑에 뭔가 (맛의 비법이) 있냐?”라고요. 그 후배가 그러더군요. “별거 없어요, 형. 그런데 위생 문제만큼은 정말 달라요”라더군요. 가격의 경우도 통신사나 은행 할인을 받을 땐 무려 20%가 할인되니까, 젊은이들이 친구끼리 와서 한 끼 먹을 가격은 되는 거죠.

⊙ 송치 의견 : 빕스와 아웃백 둘 다 할인받을 수 있는 수단을 노려라. 패밀리 레스토랑에 돌 던지기는 쉽지만, 한국의 로컬 레스토랑이여, 손님에 대한 배려에 분발해주시라.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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