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념무상 명박 오빠는 백지철학파란다.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Esc]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무념무상 오빠는 백지철학파란다
Q 미국산 쇠고기로 명박 오빠가 곤경에 처했어요, 오해를 풀어주세요
세상만사 절대로 모르는 것이 단 하나도 없으신 상담계의 전래동화 어준님, 우리 명박 오빠가 끝내 대선 승리 하셨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래서 전 하루 4시간 수면하며 매일 0교시부터 오륀지만 먹고 열심히 일제고사 봐서 민간 의료보험 가입한 후에 이중국적 취득해 대운하 뱃놀이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 글쎄 사람들이 갑자기 쇠고기 갖고 난리지 뭐예요. 오해가 있단 거 직감했죠. 어준님, 다시 한 번 그 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혜안으로 이 오해 풀어주세요. 네? 아 참 제 성은 미, 이름은 친소예요.
A 0. 그렇지. 핵심 간파했구만. 이 사태는 말이야 명박 오빠에 대한 오해, 그걸 풀어야 이해가 가요. 다른 거, 다 소용없어. 자, 무슨 오해냐.
1. 사람들은 흔히 오빠를 시장주의자라고 하지. 기업규제 철폐하고 민간 의료보험에 수도까지 민영화한다고 하니까. 또 쇠고기 전면개방 후 극소수 배후세력이 30개월 이상과 광우병 위험물질에 난리치니까 오빠, 이렇게 일갈하셨지. 적게 사 먹으면 된다, 두둥(효과음). 말인즉슨 소비자가 선택하면 된다는 거지. 결국 시장에서 해결된다 이거지. 해서 오빠를 시장주의자라고 하는데. 근데 이거, 오해예요. 오해도 무지 큰 오해지. 왜냐, 예를 들어줄게.
자, 8차선 고속도로를 생각해 봐. 거기 모든 차는 사고 없이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목표겠지. 근데 차선만 덜렁 있다고 해 봐. 덩치 크고 엔진 큰 차가 항상 이기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능력 차를 인정하라고, 그렇다고 일부러 늦게 갈 순 없지 않으냐고, 먼저 도착한 선도그룹이 나머지를 인도하는 거라고, 그러니 제한속도를 최대한 올리고 운전자 자율에 맡기자고, 그렇게 말하는 게 우파의 사고야.
반면에 아니 차가 작은 게 무슨 죄냐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 하는 건 모두의 바람이라고, 큰 차가 작은 차 위협하지 못하도록 감시카메라 설치하고 공정주행 가능하도록 속도제한 두고 아무 데서나 추월하지 못하게 규칙 정해 가능하면 다 함께 도착하도록 교통법규를 더 정밀하게 만들라는 게 좌파의 논리인 거고.
이런 거 가지고 만날 좌우니 진보 보수니 하며 싸워요. 인류 역사가 그래 왔어. 근데 명박 오빠께선 말이지, 그런 케케묵은 논쟁을 일거에 발라버리셨어. 소비자가 알아서 안 먹으면 된다 하신 건, 그렇게 공공의 안전이란 마지노선까지도 시장에 맡겨 버리신 건, 이렇게 말씀하신 거거든.
시끄럽다 얘들아, 차선을 지우거라~
꺄아악, 오빠! 멋져! 죽이지 않니. 남들이 속도제한을 100킬로로 하니 마니 이런 좀팽이 논쟁을 하고 있을 때 오빠는 그 마지노선인 차선을 확 날려주신 거라. 모든 것이 마음대로 교통토록 하라. 운전자는 각자 알아서 살아남도록 하라. 겁나면 차 끌고 나오지 않으면 되느니라. 사고 나면 그때 가서 차량통제 하겠노라. 너-어무 화끈하지 않니.
2. 기업규제 철폐하고 그들의 이익추구와 그 분배를 철저히 시장에 맡기겠다, 이거 시장주의지. 그 이익추구의 자유만 강조하느라 공정한 룰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란 점에서, 그런 사회는 결국 승자독식 약육강식 사회일 수밖에 없단 점에서, 시장근본주의라고 하는 게 더 적확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런 신자유주의 기조가 현재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부인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이익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까진, 그 정도를 놓고 좌우가 논쟁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이익이 아니라 아예 공공의 안전까지도 전능하신 시장에 맡겨 버리겠다는 발상, 이건 우파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실용도 아니고 시장주의도 아니고 심지어 시장근본주의도 아니고, 그냥 완전한 철학의 부재거든. 이런데 오빠가 어떻게 시장주의자니. 아니거든.
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이 순결한 철학적 백지상태. 국가의 검역주권마저 초개와 같이 던지는 이 아나키스트적 과단성.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시내 한복판에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집회를 막는 이 해맑은 공사판 십장적 무개념. 이 광야처럼 허허벌판인 멘탈리티는… 그렇다. 오빠는 백지철학파의 무념무상주의자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쿠궁.(또 효과음) 어때, 오해 풀렸지.
덧붙임. 자, 이제 우리 모두 오빨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꾸나. 우리 오빠에게 제발 더 많은 새벽잠을 허락하시어 더 오래 침소에 머물게 하시고 더 적게 업무에 임하도록 보살펴 주시옵기를 뼈와 내장과 동물사료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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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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