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쇠고기가 진열돼있다. 김봉규 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냉면업계에 들이닥칠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불길한 파장 미국산 쇠고기가 예정대로 수입된다면, 평양냉면 소비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평범한 고깃집·분식집의 평양냉면(물냉면)은 가격압박 때문에 한우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Esc〉가 평가한 냉면전문점 8곳은 냉면 육수를 만드는 데 한우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우래옥의 경우 아예 식당 들머리에 한우를 도축했음을 보여주는 증명서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 그릇에 7000원을 호가하는 이들 냉면전문점의 평양냉면이 아니라, 한 그릇에 4000원 안팎인 고깃집과 분식집의 물냉면이다. 냉면 육수는 안심·등심을 제외한 쇠고기 부육, 특히 양지로 우린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고깃집의 경우 팔고 남은 쇠고기로 냉면 육수를 직접 우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육수를 따로 사는 고깃집이 많다. 분식집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식당에만 냉면 육수를 공급하는 업체로부터 육수를 사 온다. 한 업소용 냉면 육수 납품업체 대표 ㅅ아무개씨는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냉면 육수는 대부분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우린 것”이라며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냉면육수는 진짜로 고기를 삶아서 우린 100% 육수가 아니라 쇠고기 사골농축액을 섞어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살코기뿐 아니라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인 등뼈도 냉면 육수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그는 손님들이 이미 ‘미국산 쇠고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제품은 냉면육수는 중국산이고 면만 미국산 대두인데, 소비자들은 면에 표시된 ‘미국산’이라는 말에 놀라 ‘이거 미국산인데 먹어도 돼냐?’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쇠고기 논란 뒤) 판매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이 정도인데,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됐다고 해서 냉면육수에 미국산을 쓸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평양냉면족’들도 이런 위험성을 느낀다. 포털 다음에는 ‘냉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냉사모) 카페가 개설돼 있다. 2000년 3월 개설된 회원 수 4681명의 이 카페는 평양냉면을 남북 화해의 상징 음식으로 삼아 해마다 ‘615 냉면데이’행사도 진행한다. 이 카페에서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러분의 의견은?”이라는 설문이 진행 중이다.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전면 수입이 허용된다면 냉면업계 역시 심한 파문에 휩싸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 (중략) … 전면 재협상으로 최대한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신지?”를 묻고 있다. 답변에 응한 회원은 아직 많지 않지만, ‘평양냉면족’들의 불안이 충분히 감지된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불길한 파장 미국산 쇠고기가 예정대로 수입된다면, 평양냉면 소비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평범한 고깃집·분식집의 평양냉면(물냉면)은 가격압박 때문에 한우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Esc〉가 평가한 냉면전문점 8곳은 냉면 육수를 만드는 데 한우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우래옥의 경우 아예 식당 들머리에 한우를 도축했음을 보여주는 증명서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 그릇에 7000원을 호가하는 이들 냉면전문점의 평양냉면이 아니라, 한 그릇에 4000원 안팎인 고깃집과 분식집의 물냉면이다. 냉면 육수는 안심·등심을 제외한 쇠고기 부육, 특히 양지로 우린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고깃집의 경우 팔고 남은 쇠고기로 냉면 육수를 직접 우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육수를 따로 사는 고깃집이 많다. 분식집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식당에만 냉면 육수를 공급하는 업체로부터 육수를 사 온다. 한 업소용 냉면 육수 납품업체 대표 ㅅ아무개씨는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냉면 육수는 대부분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우린 것”이라며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냉면육수는 진짜로 고기를 삶아서 우린 100% 육수가 아니라 쇠고기 사골농축액을 섞어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살코기뿐 아니라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인 등뼈도 냉면 육수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그는 손님들이 이미 ‘미국산 쇠고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제품은 냉면육수는 중국산이고 면만 미국산 대두인데, 소비자들은 면에 표시된 ‘미국산’이라는 말에 놀라 ‘이거 미국산인데 먹어도 돼냐?’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쇠고기 논란 뒤) 판매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이 정도인데,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됐다고 해서 냉면육수에 미국산을 쓸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평양냉면족’들도 이런 위험성을 느낀다. 포털 다음에는 ‘냉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냉사모) 카페가 개설돼 있다. 2000년 3월 개설된 회원 수 4681명의 이 카페는 평양냉면을 남북 화해의 상징 음식으로 삼아 해마다 ‘615 냉면데이’행사도 진행한다. 이 카페에서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러분의 의견은?”이라는 설문이 진행 중이다. “광우병 의심 쇠고기의 전면 수입이 허용된다면 냉면업계 역시 심한 파문에 휩싸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 (중략) … 전면 재협상으로 최대한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신지?”를 묻고 있다. 답변에 응한 회원은 아직 많지 않지만, ‘평양냉면족’들의 불안이 충분히 감지된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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