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이 ‘셀카’를 찍고 있다.
[매거진 Esc]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순천만
옛 시절엔 시인·묵객들이 천하를 주유하다 풍광 좋은 곳을 만나면 술 한 잔에 시 한 자락 읊거나 노래 한 대목 부르곤 했을 것이다. 분명 이곳 순천만도 그런 곳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얼핏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가 이제라도 꼴깍하고 넘어갈 것만 같아 한달음에 정상으로 향했다. 사진가 서넛이 크고 작은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겨냥하고 있었다.
“첨 오시나 봐요? 황금빛 노을은 겨울이 제격입니다. 어제 비가 왔길래 오늘은 노을이 좋을까 싶어 왔는데 약하군요.”
헉헉 거리면서 토박이 사진가들의 조언도 듣는 둥 마는 둥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파인더 속에선 갯벌이 펼쳐진 사이로 둥글둥글한 갈대밭의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컴퍼스도 없이 자연이 그린 원이 어찌 저리 둥글까? 저 멀리 오리 몇 마리가 물길 위를 스치며 날았다. 망원렌즈가 있다면 오리는 보이겠지만 전경은 광각렌즈의 대상이라 사진으로 옮길 궁리는 애초에 지워버린 채 잠시 맨눈으로 새들을 좇았다.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꿈결처럼 해가 넘어가고, 일몰을 기다리던 모터보트 한 척이 긴 부챗살 모양의 물살을 만들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릴 만도 한데 전망대와 물길의 거리가 꽤 멀어 무성영화처럼 숙연했다.
사진하는 사람들은 선을 좋아하는데, 이들은 여인들의 몸에서 S자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5천년 나이를 먹은 순천만에서도 S자를 발견해 냈다. 이날 내가 누른 것만 30컷, 그동안 이곳에서 사람들이 찍은 사진은 족히 1천 만 컷은 넘을 것이다. 굳이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분할 필요도 없이 순천만에선 누구든 카메라를 들면 사시사철 늘 한 장씩은 건져 갈 수 있다. 나는 온라인에서 떠도는 숱한 순천만 사진의 말석에 몇 장을 더 추가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자 하산길을 재촉했다. 2004년에 자연생태공원이 만들어져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시킨 상태로 갯벌과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나무데크로 만든 길이 생겼고 그 자체도 사진 거리다. 와온에선 작은 S자를 볼 수 있는데 꼭 S자가 아니더라도 볼만한 곳과 사진 찍을 지점이 순천만엔 많이 있으니 11월 초의 황금빛 노을만 노리고 이곳에 올 일은 아니다.
인터넷 순천만자연생태공원 (www.suncheonbay.go.kr)에 들어가면 순천만에 관한 친절한 정보가 집대성돼 있다. 아주 잠깐 검색했는데도 내가 찍은 사진보다 약간 더 멋진 순천만 사진이 계절별로 펼쳐진다. 보고 가면 자신만의 시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글·사진 kwak1027kwak1027@hani.co.kr
* 이번 호부터 곽윤섭 기자가 좋은 사진촬영지를 소개하는 ’나의 사진명소답사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그동안 매주 연재했던 ‘곽윤섭의 사진클리닉’은 온라인의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photovil.hani.co.kr)을 통해 계속 이어집니다.
* 이번 호부터 곽윤섭 기자가 좋은 사진촬영지를 소개하는 ’나의 사진명소답사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그동안 매주 연재했던 ‘곽윤섭의 사진클리닉’은 온라인의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photovil.hani.co.kr)을 통해 계속 이어집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