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범한 섹시 드라마의 가능성 보여줄 OCN 〈경성 기방 영화관〉의 김홍선 PD
[매거진 Esc]도대체 누구야?-PD열전
‘당당한 에로’ 두번째 도전 김홍선PD
<경성 기방 영화관> 방영 앞두고 벌써부터 인기
‘단순한 노출’ 지양…‘화면때깔’로 제작비 오해도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드라마가 늘어나는 요즘도 케이블 드라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어쩔 수 없이 ‘야하다’거나 ‘선정성’ 같은 말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도 있다. ‘케이블 심야 드라마=고독한 남성들의 동반자’라는 공식이 깨졌다. 지난해 말 오시엔(OCN)에서 <메디컬 기방 영화관>이 방영되면서부터다. ‘치색’이라는 야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에 코미디와 멜로, 미스터리 수사물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꿰고 영화처럼 감각적인 화면으로 완성한 이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까지 대거 끌어들이면서 케이블 드라마의 판도를 바꿨다. 5월17일 첫 방영을 앞둔 시즌2 <경성 기방 영화관>에 벌써부터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화면 때깔로 ‘제작비’ 오해 많이 받아
이른바 ‘에로’드라마를 술자리뿐 아니라 밝은 대낮의 사무실에서도 화젯거리가 되게 만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굴까? 케이블의 슈퍼스타 서영? 일부 정답이다. 배점을 다 받으려면 김홍선 피디(39)를 빼놓을 수 없다. 에스비에스 예능 피디 출신으로 <불꽃놀이>, <90일, 사랑할 시간> 등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공동연출했던 김 피디는 지난해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2 연출로 케이블에 입성했다. 학원 드라마에 만화적 기법을 동원하는 등 파격적 시도가 돋보였던 에스비에스 <달려라 고등어>의 조기종영 직후였다. 케이블의 선정성 논란이 활활 타던 때이기도 했다. “선정성 논란은 당연히 내 발목도 잡았죠. 처음 <도시괴담> 연출 제안을 포기했어요. 그런데 선정성 논란에 대한 인터넷 반응을 보니까 공중파에서 남자 상반신 보는 건 괜찮고 케이블에서 여자 상반신 보는 건 저질이냐, 등등의 반박이 많더군요. 그래서 수요가 있겠다.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바꾸게 됐죠.” 고민은 남았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시청자가 게임기처럼 리모컨 버튼을 누르다 걸리는 채널이 돼야 하는 경쟁에서 채널 고정을 시킬 방법은 뭘까? 단순한 노출? 그건 아니었다. “리모컨 운동을 정지시키려면 선정성을 떠나서 그림이나 미술이 눈에 확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세운 리모컨 버튼이 다시 움직이지 않으려면 그 다음은 이야기죠. 야하다는 것만으로 시청자를 잡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으니까요.” <메디컬 기방>의 색다른 이야기와 연출은 그렇게 태어났다. 영상 연출에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역시 ‘섹시 코드’였다. “어차피 가져가야 하는 건데 섹스나 베드신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생각했던 게 추하면 안 되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세부조명까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전신 촬영보다는 포인트를 강조하는 부분 촬영을 많이 했어요. 시즌2에 출연하는 김청씨가 연기하면서 ”이 나이에 웬 시에프 조명?”이라면서 농담을 하더라구요.” 화면의 때깔 때문에 제작비에 대한 오해도 많이 받았다. 돈을 제법 들였을 것 같지만 케이블 드라마 평균 제작비를 밑도는 수준에서 완성했다. “누군가 ‘영악하게 찍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정확한 거 같아요. 캐스팅의 한계와 재원 부족은 케이블 프로그램의 기본 전제 같은 거 거든요. 지상파 따라 하려고 하면 망할 수밖에 없어요. <메디컬 기방>에서 범인 쫓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말 한 마리 등장 안 해요. 돈 들어가는 장면은 애초부터 포기하고 다른 걸 궁리하는 거죠. 실은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렇게 만들면 다른 작품들은 어떡하냐고.”(웃음)
캐스팅도 그렇다. 한 업계 선배가 “배우들만 더 셌으면 좋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농담처럼 “권상우, 김태희 아니면 다 똑같아요”라고 받아쳤다. 어느 정도의 지명도보다는 작품에 맞는 이미지를 찾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케이블 채널 이야기를 꺼낸다. “에이치비오 같은 데서 드라마를 만들면 편당 30억∼40억원 정도 든대요. 우리 평균 제작비에 비하면 열 배가 넘지만 할리우드 영화 제작 규모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캐스팅을 봐도 <섹스 앤 더 시티>나 <프리즌 브레이크>, <24> 하나같이 스타급 배우 아닌 주인공들로 세계적인 히트를 쳤잖아요.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100, 케이블 90, 지상파 50’의 의미
현재 <경성 기방>을 50% 정도 촬영한 그의 원래 꿈은 “영상 하는 사람들 99%가 그렇듯 영화감독”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업환경이 좋다는 장점에서다. “얼마 전에 촬영장에서 채민서씨가 찍고 있는 영화 스케줄 표를 봤는데 하루 세 씬 찍더라구요. 우리가 보통 17개 씬에서 20개 씬 찍는데… 너무 부러운 거죠.(웃음) 아무래도 표현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표현의 자유라는 면에서 그는 케이블의 매력이 지상파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100이라고 봤을 때 케이블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게 90 정도라면 지상파는 50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하고 나니까 이 작업이 굉장히 재밌다는 걸 알았어요. 또 지상파보다 사전 제작 비중이 높다는 것도 연출자로서는 장점이죠.”
그는 자신이 찍는 기방 시리즈를 비롯해 현재 케이블이 “섹시 코드의 꿀맛에 취해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 상태로만은 얼마 못 갈 거라고 우려한다. “케이블이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의 코드가 아니라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경성 기방> 이후로 본격적인 수사물을 기획하는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 시도들이 늘어날 때 한국의 케이블에서도 에이치비오(HB0)나 폭스처럼 영향력 있는 채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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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방 영화관〉에 출연하는 서영(사진 오른쪽)과 채민서. 오시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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