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들을 ‘막 굴리며’ <무한도전>을 덜컥 뛰어넘은 ‘1박2일’의 나영석 PD
[매거진 Esc]도대체 누구야?-PD 열전
연예인들을 ‘막 굴리며’ <무한도전>을 덜컥 뛰어넘은 ‘1박2일’의 나영석 PD
지난 4월 초 한국방송의 〈해피 선데이〉 ‘1박2일’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베이징 올림픽 때 현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구상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팬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한 것이다. 확정된 계획도 아닌 아이디어 수준의 논의에 팬들이 발칵한 건 바꿔 말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승기 캐스팅했을 때가 가장 뿌듯
약간 요설을 떨자면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그것을 뛰어넘는 게 더 어렵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맞다. 지겹게도 비교되는 〈무한도전〉과 ‘1박2일’ 이야기다. 누가 뭐래도 〈무한도전〉은 오락 프로, 또는 버라이어티쇼의 한 획을 그은 걸작이다. 〈무한도전>이 올라간 고지는 가장 높아 보였고 다른 누군가 그 고지를 넘어버릴 거라는 상상은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명백한 후발주자인 ‘1박2일’이 덜컥 넘어버렸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시점이다. 하하가 빠져나간 〈무한도전〉의 공백을 치고 올라간 게 아니라 코너 시청률만 보면 이미 2월 달에 ‘1박2일’은 30% 고지에 바짝 다가갔다. 나영석(32) 피디의 말대로 “시청률이 높은 게 좋긴 하지만 이 정도면 역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수치로 두 달째 달려가고 있다.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자유선언 토요대작전〉),〈스타 골든벨〉, ‘준비됐어요’(〈해피선데이〉)에 이어 ‘1박2일’까지 이명한 피디와 계속 함께 만들어온 나영석(32) 피디에게서 ‘1박2일’의 성공요인을 들어봤다.
◎ 언제쯤 프로그램의 성공을 확신했나?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첫 회부터 되겠구나 싶었던 건 사실이다. 10%대 초반으로 첫 회치고 시청률도 꽤 나왔지만 그보다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고 느낌이 왔다. 출연자들이 진심으로 재밌어 하는 게 카메라 너머로 보이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나오기 때문이다. 첫 회 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들뜬 표정의 출연진들을 보면서 잘하면 중박은 하겠다 싶었다. ◎ 처음 구상은 어떻게 했나. 포맷의 공통점이 있는 〈무한도전〉을 의식했나? ‘준비됐어요’가 망가지면서 교체할 프로그램을 급하게 만들어야 했다. <무한도전>을 의식했다기보다는 리얼리티쇼가 트렌드인 건 사실이니 그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떠올린 게 어렸을 때 떠났던 여행이나 엠티였다.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충동적으로 동해안으로 떠나고, 기차 속에서는 엄청 설렜는데 가면 막상 할 일도 없고, 예상치 못한 엉뚱한 일들이 생기고, 그게 또 나중에는 굉장히 즐거웠던 여행으로 남는 추억이 누구나 있지 않나. 그래서 중요한 열쇳말을 여행으로 잡았다. 그런데 워낙 급하게 시작해서 사실 이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몹시 불안했다. ◎ 요즘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쇼이기도 한데 상근이까지 캐릭터를 잘 잡았다. 어떤 기준으로 캐스팅했나? 이 역시 워낙 급하게 준비한 거라(웃음), ‘준비됐어요’의 출연진을 그대로 옮겨왔다. 프로그램 망가지고 다시 같이 간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들이야말로 개국공신이라 할 만하다. 추가로 들어온 멤버가 이승기였는데 이명한 피디와 함께 지금까지 가장 뿌듯한 캐스팅으로 꼽는다. ‘여걸 식스’할 때 이승기를 눈여겨봤는데 그의 어중간한 이미지가 재밌었다. 소년과 어른의 중간이기도 하고 10대 팬들과 나이 든 팬들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 있기도 하다. 또 웃기려고 노력하는데 별로 안 웃기고, 늘 애는 쓰는데 그게 참 어설프고 허술하다. 허당승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 리얼리티쇼라고 해도 주문이나 포장은 있을 텐데, 어디까지인가? 2, 3장짜리 대본은 있다. 오프닝 멘트와 ‘밥을 먹는데 이런 게임을 해서 이긴 팀이 먹는다’ 정도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출연진들끼리 게임 규칙을 바꾸고 내용도 변형하면서 늘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얼마 전 촬영한 내용에 ‘집 짓고 밥해 먹기’가 있었다.(방영 예정) 그런데 다들 경쟁이 붙어서 진짜 목수의 눈빛으로 3시간 넘게 일만 하는 거다. 웃기는 일은 하나도 없고. 옛날 같으면 중지하고 제작진이 그 일을 대충 했을 텐데 그냥 둬봤다. 그랬더니 두 팀이 완전히 다른 집을 지어놓고 거기서 즉흥적으로 공 차기 시합을 하는데 그게 완전 대박이었다. 3시간 넘게 땀 흘린 건 할 수 없지 뭐, 5분으로 편집하는 수밖에.(웃음)
성공요인은 한마디로 ‘예측불가능함’
◎ 그래도 어디 가서 늘 대접받는 연예인인데 ‘막 굴리기’는 어려울 텐데.
첫 회 때 야외 취침을 앞두고 조마조마했다.(웃음) 내색은 안 했지만 밖에서 자라면 진짜 잘까,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머릿속은 핑핑 돌았다. 그러다가 침낭을 주면서 자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안 믿더라. 그래서 조심스럽게 우리도 밖에서 자겠다고 하니까 은지원이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5초 정도 생각하더니 “설마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버리는 건 아니겠지?” 말하고는 쓰러져 자더라. 그러니까 다들 따라 잤다. 피곤해 쓰러질 때까지 촬영을 해서 그랬는지.(웃음) 원칙은 있다. 출연진이 밖에서 자면 스태프들도 밖에서 잔다.
◎ ‘1박2일’의 성공요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예측 불가능함. ‘여행’이라는 기본 전제와도 맞닿는 이야기다. 여행길의 설렘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재미를 주고 추억하게 만든다. 요즘 주변에서 ‘너 고생하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의아하다. 누구나 어렸을 때는 텐트 메고 여행가지 않았나. 그때 떠올려보면 고생한 기억보다 즐거웠다는 생각이 남는다. ‘1박2일’은 그런 여행의 대리 체험이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첫 회부터 되겠구나 싶었던 건 사실이다. 10%대 초반으로 첫 회치고 시청률도 꽤 나왔지만 그보다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고 느낌이 왔다. 출연자들이 진심으로 재밌어 하는 게 카메라 너머로 보이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나오기 때문이다. 첫 회 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들뜬 표정의 출연진들을 보면서 잘하면 중박은 하겠다 싶었다. ◎ 처음 구상은 어떻게 했나. 포맷의 공통점이 있는 〈무한도전〉을 의식했나? ‘준비됐어요’가 망가지면서 교체할 프로그램을 급하게 만들어야 했다. <무한도전>을 의식했다기보다는 리얼리티쇼가 트렌드인 건 사실이니 그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떠올린 게 어렸을 때 떠났던 여행이나 엠티였다.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충동적으로 동해안으로 떠나고, 기차 속에서는 엄청 설렜는데 가면 막상 할 일도 없고, 예상치 못한 엉뚱한 일들이 생기고, 그게 또 나중에는 굉장히 즐거웠던 여행으로 남는 추억이 누구나 있지 않나. 그래서 중요한 열쇳말을 여행으로 잡았다. 그런데 워낙 급하게 시작해서 사실 이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몹시 불안했다. ◎ 요즘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쇼이기도 한데 상근이까지 캐릭터를 잘 잡았다. 어떤 기준으로 캐스팅했나? 이 역시 워낙 급하게 준비한 거라(웃음), ‘준비됐어요’의 출연진을 그대로 옮겨왔다. 프로그램 망가지고 다시 같이 간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들이야말로 개국공신이라 할 만하다. 추가로 들어온 멤버가 이승기였는데 이명한 피디와 함께 지금까지 가장 뿌듯한 캐스팅으로 꼽는다. ‘여걸 식스’할 때 이승기를 눈여겨봤는데 그의 어중간한 이미지가 재밌었다. 소년과 어른의 중간이기도 하고 10대 팬들과 나이 든 팬들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 있기도 하다. 또 웃기려고 노력하는데 별로 안 웃기고, 늘 애는 쓰는데 그게 참 어설프고 허술하다. 허당승기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 리얼리티쇼라고 해도 주문이나 포장은 있을 텐데, 어디까지인가? 2, 3장짜리 대본은 있다. 오프닝 멘트와 ‘밥을 먹는데 이런 게임을 해서 이긴 팀이 먹는다’ 정도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출연진들끼리 게임 규칙을 바꾸고 내용도 변형하면서 늘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얼마 전 촬영한 내용에 ‘집 짓고 밥해 먹기’가 있었다.(방영 예정) 그런데 다들 경쟁이 붙어서 진짜 목수의 눈빛으로 3시간 넘게 일만 하는 거다. 웃기는 일은 하나도 없고. 옛날 같으면 중지하고 제작진이 그 일을 대충 했을 텐데 그냥 둬봤다. 그랬더니 두 팀이 완전히 다른 집을 지어놓고 거기서 즉흥적으로 공 차기 시합을 하는데 그게 완전 대박이었다. 3시간 넘게 땀 흘린 건 할 수 없지 뭐, 5분으로 편집하는 수밖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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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선데이〉‘1박2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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