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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일본의 독립 잡지 배급·판매하는 ‘포스트 포에틱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유럽·미국·일본의 독립 잡지 배급·판매하는 ‘포스트 포에틱스’
유럽·미국·일본의 독립 잡지 배급·판매하는 ‘포스트 포에틱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은 잡지 문화가 넓고 깊다. 그쪽에서도 잡지 문화의 꽃은 독립잡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 꽃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홍대나 광화문 근처 카페 중에 외국 독립잡지를 구독해 보도록 한 곳도 간혹 있지만 구독 목록을 보면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외국 독립잡지를 제대로 만나는 곳이 지난해 1월 서울 상수역 인근에 문을 열었다. 잡지뿐 아니라 출판물 등 다양한 독립적 결과물을 배급하고 판매하는 ‘포스트 포에틱스’다.
상수역 뒤쪽으로 난 골목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붉은 벽돌건물 1층에 커다란 유리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면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벽 한쪽 책장에는 여러 나라의 독립잡지와 출판물이 가지런히 꽂혔고, 가운데 길다란 책상 위에도 잡지가 줄지어 있다. 다른 쪽 벽에는 콤팩트디스크(CD)와 티셔츠가 조용히 자리잡았다. 이곳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취급하는 독립잡지는 15종류다. 스위스·스웨덴·프랑스·영국·일본 등 여러 나라의 잡지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배급권까지 가져오는 형식으로 배급·판매한다.
‘포스트 포에틱스’ 이혜원씨는 “외국의 독립잡지를 즐겨 보는 애호가에서 시작해 이런 공간까지 열게 됐다”며 “지적 허영이나 상업성을 걷어내고 자기 얘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독립잡지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포에틱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아 운영이 원활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잡지나 출판물에 대한 반응은 조금씩 커졌다. 이혜원씨는 “자신이 찾던 잡지를 발견하고 즐거워하거나 잡지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을 보면 기쁘다”며 “단, 외국 독립잡지가 ‘문화적 허영’을 위한 액세서리처럼 다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스트 포에틱스’가 추천하는 독립 잡지는 다음과 같다.
*<더 퍼플 저널>(The Purple Journal) : 프랑스 계간지. 유명한 아트 디렉터 엘렌 프레이스가 발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독립잡지다. 1992년 <퍼플 프로즈>를 시작으로 출판을 비롯해 전시·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더 퍼플 저널>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발행된 <퍼플>과 그 이후 발행된 <헬렌>을 잇는 잡지로 퍼플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 삶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한다.
*<세데>(SEDE)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발행되는 격월간지. 한손에 들어오는 문고판으로 다섯 기사를 60여 쪽에 걸쳐 싣는다. 절반에는 글을, 나머지 절반에는 이미지를 싣는다. 내밀한 대화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균형있게 소개한다.
*<히어 앤드 데어>(here and there) : 일본 저널리스트 나카코 하야시가 발행하는 연간지. 패션·생활·예술 등 문화 전반에 걸친 기사와 인터뷰·산문·화보 등을 실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이 참여한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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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플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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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데〉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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