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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살 떨리는 일요일 저녁 오락프로 경쟁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재미없는가 밥상 앞에서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시간을 보내던 일요일 저녁 오락 프로그램의 방송 3사 경쟁이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그 불길을 붙인 건 현재 무서운 기세로 <무한도전>의 아성을 흔드는 한국방송 <해피 선데이>의 ‘1박2일’. 여기서 후발 주자로 따라붙기 시작한 게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다.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는 이효리라는 강력한 카드(‘체인지’)를 들고 나와 일요일 저녁 채널 경쟁에 뛰어들었다. 야생 버라이어티에서 웨딩 버라이어티까지 치열한 오락 프로그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 떨리는 경쟁을 하는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의 코너들을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작가 조진국씨가 짚어봤다. 정석희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쇼는 세 방송사가 모두 세 코너로 운영한다. 그러니까 코너 수만 따지면 총 아홉 개인데 시청자 편에서는 특정 방송사에 채널을 고정하기보다는 각자 좋아하는 코너 세 개를 편집해서 보고싶어할 만하다. 조진국 채널 돌아가는 걸 막기 위해서 각 방송사는 대진표 짜느라 머리 터질 것 같다. 어떤 코너를 4번 타자로 내보낼지 신경전도 벌이고. 인터넷 다시 보기, 코너별로 쪼개주면 좋겠네
정 오락 프로그램 시청률이 9시 뉴스에까지 영향을 끼치니까.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는 방영 첫주에는 세 번째 코너였다가 반응이 좋으니까 맨 처음으로 자리를 바꿨다.
조 안 그래도 강력한 애를 첫 타자로 바꾼 효과를 봤다고 하더라구.
정 나만 해도 채널 돌리는 걸 귀찮아해서 지금까지는 ‘1박2일’보려고 <해피선데이>를 틀어놓고 ‘하이파이브’와 ‘불후의 명곡’까지 다봤는데, 이번주에는 미안하게도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다가 ‘1박2일’로 돌렸다.
조 ‘불후의 명곡’이 <해피 선데이>의 코너였나? 난 몰랐다.(웃음) 이 코너 좋아했는데 말이지. 계속 채널을 돌리면서 보니까 그렇다. 내가 워낙 잽핑 선수이기도 하지만 코너 전체를 합치면 무려 두 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을 채널 고정하고 보는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정 인터넷 다시보기도 코너별로 쪼개서 운영하면 안 될까? 취향별로 골라서 볼 수 있게.
조 리얼 버라이어티(<무한도전>), 야생 버라이어티(‘1박2일’)에 이어 ‘우리 결혼했어요’는 웨딩 버라이어티라고 이름 붙였던데 정확히 말하면 가상 버라이어티인 것 같다. 결혼했다고 가정을 하는 거니까. 이런 포맷은 시뮬레이션이나 롤 플레잉 게임과 비슷해서 젊은 시청자의 감성에 맞는 것 같다.
정 좋은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도 출연자에게도 윈윈 게임이다. ‘1박2일’은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이승기의 호감도가 수직상승했고 이수근에게 따라다니던 안 좋은 스캔들의 꼬리표도 사라지지 않았나. 출연진들의 인기와 시청률이 시너지를 일으키는데 ‘우리 결혼했어요’도 그럴 조짐이 보인다. 솔비나 서인영도 호감도가 갈리는 연예인들이었는데 그들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조 그런데 나는 좀 의심도 든다. 알렉스와 신애는 모야, 시에프 찍는 거야?(웃음) 알렉스가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자지만 진짜 맨날 저렇게 스위트 가이일까 의심스러운 거지. 차라리 지저분하게 뒹굴거리는 정형돈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감이 제일 많이 느껴졌다.
알렉스와 신애는 뭐야, 시에프 찍어?
정 배우들이 드라마 속 키스신 찍을 때 연기일 뿐이에요라고 말하지만 그게 말이 되나. 몰입하는데 어떻게 감정이 안 생겨. <연인>의 김정은, 이서진만 봐도 그렇잖아. 여기서도 부부처럼 대사를 나누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하면서 감정이 와닿았다는 말을 고백하는데, 솔직한 것 같아서 좋았다. 이러다가 진짜 커플 하나 탄생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조 재미있는 건 배우자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인 것 같다. 솔비는 홍경민과 커플일 때와 앤디와 커플일 때가 완전히 다르더라. 나도 보면서 저 중에 어떤 여자와 살면 잘 살까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렇게 나를 집어넣고 시뮬레이션해 보는 재미가 있다.
정 그래서 누가 좋은데?
조 글쎄, 딱 누구라고 집기는 어려운데 서인영이 괜찮은 것 같다.(웃음)
정 난 굳이 따지면 신애처럼 별로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데, 성격만.(웃음) 그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 남편도 서인영처럼 귀엽고 애교 잘 떠는 여자랑 살았으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불쌍하더라구.(웃음)
조 시청률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건 ‘불후의 명곡’이다. 일단 좋은 노래를 듣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요새는 너무 드무니까. 옛날에 열광했던 가수들의 근황을 보는 것도 즐겁고.
정 지금까지 42명의 가수가 나왔는데 어떤 출연자를 보면서는 ‘저 사람이 무슨 명곡이야?’ 싶기도 했다. 그런데 차트 공개되면 그게 다 내가 아는 노래더라구. 음악과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아줌마가 다 기억할 정도면 진짜 명곡인 거지. 이번에 김민종 편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배우 김민종을 별로 좋아한 적이 없는데 그의 노래들은 지금 다시 들어도 다 좋더라.
조 김민종은 표절 시비 휘말리면서 가수 은퇴를 했는데 오랫만에 노래하는 거 보니까 이제는 다시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착한 사랑’은 지금 들어도 좋고, 옛날에 노래방 가면 친구랑 같이 꼭 ‘너만을 느끼며’를 불렀다.
정 옛날에 김민종이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아파트기 기억자형이어서 우리 집 베란다에서 김민종 방이 보였던 게 생각난다.(웃음) 그때는 여학생들이 아파트 밑에서 날마다 진을 치고 너무 시끄러워 물이라도 끼얹고 싶었는데, 그 짜증을 풀어준 사건이 있었다. 한밤에 음주차량이 단속을 피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온 거다. 정신없으니까 막 후진하면서 다른 차들을 열 대도 넘게 막 박았다. 그런데 어떤 젊은 남자가 몸으로 그 차를 확 막아 세워서 음주운전자의 차 열쇠를 뺏는 거다. 동네 전체가 떠들썩해서 나도 내려가 봤는데 그게 바로 김민종이었던 거지. 연예인이면 그런 데 말려들지 않으려고 할 텐데 이 청년 참 괜찮다 싶었던 거지.(웃음)
조 <해피선데이>의 ‘하이파이브’는 이전의 ‘여걸식스’에 비하면 반향이 미미하다. 아이템도 괜찮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재미가 없다.
노현정 그늘을 벗지 못하고 하차한 최송현
정 캐릭터가 안 잡힌다고 해야 하나, 내용 안에서 캐릭터가 발굴돼야 하는데 조혜련, 박경림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를 가지고 오니까 신선하지 않은 거다. 특히 이정민 아나운서는 강수정의 바톤을 이어받았는데 화제도 없고 재미도 없다. 본인한테도 프로그램에도 마이너스인 거다. 아나운서들이 대거 등장했던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의 ‘기승사’도 유재석이 진행하는 것 중 유일하게 재미없는 프로그램이다.
조 또다른 아나운서 대거 출연작인 <지피지기>는 아예 문을 닫았다. 방송사마다 제2의 강수정과 노현정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제는 아나운서 출연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호감을 떨어뜨리는 지경이 됐다. 여기서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한 방송사의 시각도 한편 보인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듯이 예능에도 재능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데려다 놓으면 되는 줄 안다. 트레이닝도 제대로 시키지 않고 말이다.
정 <상상플러스>의 최송현 아나운서도 결국 노현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차하는 걸 보면서, 본인은 또 얼마나 괴로울까 싶더라. 한동안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동일시했는데 이제 그 자리와 재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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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달궈지는 일요일 저녁 오락 프로그램 경쟁. 방송사 대표 코너인 에스비에스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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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우리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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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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