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취향 따라 평가 엇갈리는 개그 프로그램
‘나카펠라’와 ‘달인’ 중 뭐가 더 재밌을까 한솥밥을 먹어도 유머 취향은 제각각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웅이 아버지’에 열광하는 아들을 보며 혀 끌끌 차던 아버지가 <개그 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를 보면서는 킥킥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드라마 이야기를 할 때는 “그래그래”, “맞아, 맞아”를 연발하는 <매거진 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도 개그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오니 “‘나카펠라’가 재밌다구?”, “‘달인’이 웃기다니” 하면서 취향의 ‘다름’만 확인한다. 본격적인 코미디 쇼가 버라이어티 쇼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요즘 힘겨운 경쟁에서 빛을 발하는 개그 프로그램과 신인들의 역량을 점검했다. 차우진 개그 프로그램에 버라이어티 쇼에 많이 밀렸는데 트렌드의 변화도 있지만 한동안 프로그램이 재미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매너리즘도 있었고, ‘마빡이’ 이후에 그만큼 화제가 되는 코너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 다시 이야기할 만한 거리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는 거 같다. 박준형, 정종철이 문화방송 <개그야>로 옮긴 거나, 유세윤이 1년 반 만에 <개그 콘서트>에 새 코너를 시작한 것도 관심을 모으고. 백은하 정종철이 <개그야>에서 시작한 ‘나카펠라’가 첫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번 한 걸 싸잡아 평가하긴 이르지만 개그라는 게 한 사람의 뛰어난 개인기처럼 보여도 옆에서 제대로 받쳐주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확인시켜준 것 같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다. 반면 배를 이끌고 가는 선장 같았던 박준형이 빠진 <개그 콘서트>는 박준형의 입김이 빠지면서 젊은 개그맨들의 역량이 조금씩 보인다. ‘조선왕조부록’은 심형래 연상시킨다
차 난 나카펠라 재미있던데.
백 난 죽을 거 같던데(웃음). 유세윤이 새로 시작한 ‘닥터 피쉬’는 재밌더라.
차 정말? 난 어디가 웃긴가, 세번 다시 봤는데도 안 웃기던데.
백 신인 중에서는 <개콘> ‘조선왕조부록’의 박지선이나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송준근이 발군이다. ‘버퍼링스’는 벌써 한참 떴지.
차 <개콘>은 전에도 말했지만 한국방송의 전통이랄까, 선배 코미디언들이 만들었던 형식들을 변주하면서 트렌디하게 바꾸는 데 능한 것 같다. ‘조선왕조부록’도 심형래 개그를 보는 느낌이 있다.
백 강유미가 보여줬던 파워풀한 개그를 잇는 게 박지선인 거 같다. 완전 신인일 때 했던 게 ‘3인 3색’인데 뒤풀이 개그처럼 시작했다가 메인 코너로 자리잡았다. 못생긴 여자를 소재로 하는 뻔한 개그인 듯하면서도 뭐랄까 뻔뻔하게 당당하다고 할까. 자기에게 치명적 매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듣다보면 어는 순간 그걸 믿게 된다(웃음). ‘조선왕조부록’에서도 ‘달려라 하니’ 멜로디에 맞춰 ‘불꽃 싸다구를 날릴거야’ 노래하는데 뻔뻔하고 잔인한 매력같은 게 느껴진다. 개그적 육감과 머리가 두루 있는 친구다.
차 세자의 성은을 한번도 입지 못한 원빈으로 슬프게 연기하다가 어느 순간 팜므 파탈로 바뀌는 게 카리스마 최고다.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송준근도 ‘내 인생 내기 걸었네’에서 맨날 “김덕뱀다” 할 때는 이런 끼가 있을 줄 누가 알았나.
백 이렇게 신인들이 빛을 발하는 데는 그걸 지탱해주는 선배들의 역할도 큰 것 같다. 그게 <개콘>의 오랜 전통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박준형, 정종철이 빠진 자리에 김준호, 김대희가 보이는데 이들은 어디서 주도를 하기 보다는 어디다 갖다 놔도 평균 이상 하면서 후배들을 잘 끌어주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변기수가 시작한 ‘스튜어디스 변’에서 기장 역을 하는 김준호를 보면 든든한 백그라운드 같다.
〈개콘〉의 묘미와 〈개그야〉〈웃찾사〉의 한계
차 그런 게 전통이고 내공이다. <개그야>나 <웃찾사>를 보면 간헐적으로 재미있는 코너도 있고 연기력이 뛰어난 개그맨도 많지만 그게 하나의 균질한 시스템으로 묶이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박준형, 정종철이 <개그야>로 가서 할 일은 대박 코너를 개발하기보다는 사람들을 하나의 안정된 체계로 훈련하는 일일 것 같다. 그게 성공하면 프로그램도 성공할 거고.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움직임은 이런저런 말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근데 유세윤의 복귀작 ‘닥터 피쉬’가 정말 재밌나?
백 일단 반가운 게 있지. 사실 <무릎팍 도사> 보면서 유세윤이 일관된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게 좀 아쉬웠다. 여기서 유세윤이 오랜만에 복귀한 2인조 그룹으로 나와서 딱 한명의 관객을 앞두고 뻔뻔하게 ‘여러분의 사랑 다 알고 있다’는 둥 말하면서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려움에 떠는데, 1년 반에 복귀한 자신을 투영하는 자기반영적 코미디라 더 흥미롭다. 아 물론 다음주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웃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뻔뻔한 그의 연기도 좋다. 사실 개인적으로 뻔뻔하게 우기는 코미디의 걸작은 ‘달인’이라고 본다.
차 ‘달인’ 윽, 진짜 이상하다. 난 ‘사랑이 팍팍’이 좋다.
백 진짜? 난 ‘울 엄마’나 ‘행님아’식 개그는 질색이야.
차 이른바 육이오 개그, 보릿고개 개그인데 그런 게 주는 재미가 있다. 존재감 없다가 여기서 뭔가 연기를 하는 쌍둥이 이상민, 이상호도 그렇게 이 팀은 뭔가 짠한 게 있다. 쌍둥이를 보살피려고 애쓰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형 역할도 그렇고. 그런데 확실히 <개콘>은 편성의 묘가 있는 거 같다. <웃찾사>나 <개그야>는 좋아하는 코너만 골라 보는데. <개콘>은 싫어하는 ‘달인’이 나와도 흐름 안에서 보게 된다.
백 작년 초에는 <웃찾사>의 독주였는데 그런 점에서 <개콘>의 시대에 도착한 것 같다. 그런데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늘 좀 안쓰러운 게 이번주에 나와도 아이디어가 재미없으면 다음주에는 얄짤없이 잘리지 않나.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그 대가는 지나치게 박한 것 같다. 박준형이나 정종철처럼 엄청 떠서 광고 찍거나 영화 찍을 정도가 안 되면 회당 20만원 받는 게 거의 전부니까. 사실 프로그램을 비난하기도 그런 게, 개인당 출연료는 20만원이라도 출연자가 너무 많으니까 제작비가 여느 예능 프로그램보다 높다고 하더라.
개그맨 인터뷰해보면 다들 ‘인간극장’ 차 정종철이 미니홈피에 쓴 적 있는데 개그가 좋은데 이렇게 살다보면 고급 빌라(버라이어티 쇼)로 눈이 간다는 거라. 그러니까 좀 뜨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옮기거나 하다 못해 고 김형은처럼 행사뛰는 개그맨으로 나서고 또 ‘행사용’ 개그까지 만들게 되는 거다. 백 스탠딩 코미디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같은 데서 성공한 코미디언은 톱스타 안부러운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배고프고 힘들어야 제대로 된 개그가 나온다 식의 ‘임춘애식’ 노력을 개그맨들에게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개그맨 인터뷰하다 보면 코너 이야기할 때는 너무 즐거운데 현실 이야기하면 다들 인간극장이다(웃음). 차 방송사들이 전반적으로 드라마에 집중하는데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이 잘 클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프로그램의 성과를 기계적으로 시청률과 광고수입, 편당 제작비로만 따지기에는 한계가 많다. 백 다양하고 실력 있는 신인들도 보고 싶고 김준호나 김대희 같은 노련한 개그맨도 오랫동안 무대에서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좀더 힘을 실어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나카펠라’와 ‘달인’ 중 뭐가 더 재밌을까 한솥밥을 먹어도 유머 취향은 제각각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웅이 아버지’에 열광하는 아들을 보며 혀 끌끌 차던 아버지가 <개그 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를 보면서는 킥킥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드라마 이야기를 할 때는 “그래그래”, “맞아, 맞아”를 연발하는 <매거진 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도 개그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오니 “‘나카펠라’가 재밌다구?”, “‘달인’이 웃기다니” 하면서 취향의 ‘다름’만 확인한다. 본격적인 코미디 쇼가 버라이어티 쇼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요즘 힘겨운 경쟁에서 빛을 발하는 개그 프로그램과 신인들의 역량을 점검했다. 차우진 개그 프로그램에 버라이어티 쇼에 많이 밀렸는데 트렌드의 변화도 있지만 한동안 프로그램이 재미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매너리즘도 있었고, ‘마빡이’ 이후에 그만큼 화제가 되는 코너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 다시 이야기할 만한 거리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는 거 같다. 박준형, 정종철이 문화방송 <개그야>로 옮긴 거나, 유세윤이 1년 반 만에 <개그 콘서트>에 새 코너를 시작한 것도 관심을 모으고. 백은하 정종철이 <개그야>에서 시작한 ‘나카펠라’가 첫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번 한 걸 싸잡아 평가하긴 이르지만 개그라는 게 한 사람의 뛰어난 개인기처럼 보여도 옆에서 제대로 받쳐주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확인시켜준 것 같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다. 반면 배를 이끌고 가는 선장 같았던 박준형이 빠진 <개그 콘서트>는 박준형의 입김이 빠지면서 젊은 개그맨들의 역량이 조금씩 보인다. ‘조선왕조부록’은 심형래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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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버라이어티쇼의 기세에 밀리는 요즘 재능있는 신인들이 돋보이는 〈개그콘서트〉의 ‘조선왕조부록’. 한국방송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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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준교수의 은밀한 매력’. 한국방송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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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미니 개그를 보여주는 ‘달인’. 한국방송제공.
개그맨 인터뷰해보면 다들 ‘인간극장’ 차 정종철이 미니홈피에 쓴 적 있는데 개그가 좋은데 이렇게 살다보면 고급 빌라(버라이어티 쇼)로 눈이 간다는 거라. 그러니까 좀 뜨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옮기거나 하다 못해 고 김형은처럼 행사뛰는 개그맨으로 나서고 또 ‘행사용’ 개그까지 만들게 되는 거다. 백 스탠딩 코미디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같은 데서 성공한 코미디언은 톱스타 안부러운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배고프고 힘들어야 제대로 된 개그가 나온다 식의 ‘임춘애식’ 노력을 개그맨들에게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개그맨 인터뷰하다 보면 코너 이야기할 때는 너무 즐거운데 현실 이야기하면 다들 인간극장이다(웃음). 차 방송사들이 전반적으로 드라마에 집중하는데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이 잘 클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프로그램의 성과를 기계적으로 시청률과 광고수입, 편당 제작비로만 따지기에는 한계가 많다. 백 다양하고 실력 있는 신인들도 보고 싶고 김준호나 김대희 같은 노련한 개그맨도 오랫동안 무대에서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좀더 힘을 실어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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