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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사랑에 물리고 싶어라

등록 2008-02-27 21:52수정 2008-02-29 14:54

발칙함으로 내달리다 뭉클함으로 끝맺은 <좀비의 시간> 작가 이경석
발칙함으로 내달리다 뭉클함으로 끝맺은 <좀비의 시간> 작가 이경석
[매거진Esc] 도대체 누구야?
발칙함으로 내달리다 뭉클함으로 끝맺은 <좀비의 시간> 작가 이경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특집호가 나오나 에서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연재물이 딱 하나 있다. 만화 <좀비의 시간>이다. 간판 연재물이었던 만화 <좀비의 시간>이 이번주 39회로 끝을 맺었다. 1회 때 몇 해 만에 떠났던 가족여행에서 지지리 운도 없이 좀비에게 물렸고, 더 지지리 운 없이 자기 한 몸 다칠까 열심히도 피해다니던 가족들과 툭닥대던 준수는 결국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또 하찮고 소중한 일상을 일궈나간다.

거침없는 비(B)급 상상력의 발칙함으로 내달렸던 만화의 끝은 뜻밖에 뭉클했다. <좀비의 시간>이 연재되기 시작할 때부터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의 하나. “이 만화가, 도대체 누구야?” 단정함과는 거리가 먼 독특한 그림체와 잘려진 손이 걸어가는 괴상한 모양에 ‘뽈뽈뽈’이라는 귀여운 의태어를 붙여주는 유머감각, ‘막나가는’ 캐릭터의 선과 어울리지 않게 손작업으로 입혀진 부드러운 색감 등 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 작품에 이런 질문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은막, 아니 종이 뒤에 숨어있던 만화가 이경석(37)씨를 만났다. 그러니까 이 인터뷰는 <좀비의 시간>의 부록인 셈이다.

지금까진 손작업… 컴퓨터 익힐 계획


예전부터 작품을 관통하던 B급 감성에 비하면 이렇게 뭉클한 감동이 오히려 의외인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게 결말이다. 약이 개발돼서 준수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버전,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준수가 인간화된 좀비로 잘 살다가 우연히 죽는 버전 등을 생각하다가 비장하게 갔다. <화려한 휴가>를 봐서 그런가?(웃음) 그리면서도 좀 우울해지더라. 신문 독자층의 연령대 폭이 넓은 것도 어느 정도 고려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나이가 들면서 변한 것도 있다, 이를테면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것 말이다.

<좀비의 시간>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록음악을 좋아해서 <록커의 향기>와 <속주패왕전>을 그렸던 것처럼 좀비영화를 좋아해서 언젠가 좀비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다. 특히 <좀비오>처럼 좀비의 사랑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던 차에 에서 연락이 와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좀비 이야기와 하숙집 이야기였다. 당연히 후자가 채택될 줄 알았는데 좀비 이야기를 그려달라고 하더라. 특이한 사람들이다.(웃음)

<좀비의 시간>으로 작가 이경석을 처음 만난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어릴 적에 <소년중앙>의 ‘로봇 찌빠’만화를 베껴 그리다가 중고등학교 때는 이현세, 허영만 만화를 보고 자랐다. 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취미로 만화를 그리다가 93년 만화잡지 <댕기>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그런데 다음달 가져간 원고가 잡지사에서 퇴짜를 맞은 뒤 <히스테리>, <펜진공> 같은 언더그라운드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러다가 웹툰도 연재하고, 어린이 만화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을식이는 재수없어’를 2003년부터, 만화잡지 <팝툰>에 ‘전원교향곡’을 지난해부터 그리고 있다.

전업작가를 하려고 광고회사 디자이너도 포기하고 신문배달 하면서 보급소에서 먹고 자며 만화를 그린 적도 있다는데, 이제는 보조자만 둘이다. <좀비의 시간> 끝나면 월급은 안 주나?

못 주는 거지!(웃음) 농담이고, <좀비의 시간>은 색채 작업까지 거의 다 내가 했기 때문에 별 차이는 없다. 또 각자들의 작업을 하고 있고.

요즘 드물게도 손작업으로 원고를 완성하는 데 손작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너무 오랫동안 손으로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바꿀 생각을 안 한 것도 있고, 컴퓨터로 작업하면 내 작품의 느낌이 잘 안 살아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색채 프로그램도 손작업과 흡사한 효과를 내는 것들이 나와서 컴퓨터 작업을 해보려고 준비는 다 해놨다. 그런데 그것도 새로 익혀야 하니까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손으로 완성한 〈좀비의 시간〉의 원화들.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손으로 완성한 〈좀비의 시간〉의 원화들.

차기작은 강아지와 남자의 러브스토리?

좋아하는 만화작품이나 영향을 받은 만화가는?

어린시절에는 <소년중앙> <어깨동무>의 길창덕, 신문수 만화를 좋아했고, <이나중 탁구부>나 <비비스와 버트헤드>, <심슨> 같은 작품도 좋아한다. 좀 시니컬한 유머를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일러스트를 그리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부터 아이처럼 그린 그림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고우영 작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칸을 촘촘히 사용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툭툭 떨어뜨리듯 유머가 나오는 거나 글도 직접 손글씨로 쓰는 것들도 그렇고.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작품은?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왜 웃나?(웃음). 이번에는 좀비에서 개로 대상을 바꿔, 개로 변한 여자 친구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 (그러니까 강아지와 남자의 러브 스토리?) 그렇게 볼 수도 있고(웃음), 암튼 내식대로의 경쾌한 러브 스토리를 그리고 싶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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