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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거대한 뭔가를 기대하시라

등록 2008-02-13 19:49수정 2008-02-15 16:35

비욕 등 굵직한 해외뮤지션들의 단골기획·초청자 ‘옐로우나인’ 김형일 대표
비욕 등 굵직한 해외뮤지션들의 단골기획·초청자 ‘옐로우나인’ 김형일 대표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비욕 등 굵직한 해외뮤지션들의 단골기획·초청자 ‘옐로우나인’ 김형일 대표

홍대앞을 걷다 보면 빨래를 걸어놓은 것처럼 쭉 붙여진 공연 포스터를 보게 된다. 최근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다 못해 예매 사이트를 열어놓고 고민하게 만든 공연이 몇 개 있다. 지난 1월 있었던 ‘마이 케미컬 로맨스’ 공연과 16일에 있는 ‘비욕’ 공연, 다음달의 ‘마룬 파이브’ 공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니!” 막 흥분하려는 찰나,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주최·주관’에 있는 ‘옐로우나인’(yellow9)이라는 회사 이름이다. 찾아 보니 이 세 개의 공연이 옐로우나인에서 하는 ‘옐로우 뮤직큐’라는 공연 시리즈란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음악적 타협하지 않는 밴드만 선택

공연기획사 옐로우나인 김형일(38) 대표는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프로모터이자 공연기획자다. 먼저 몇가지 숫자로 김 대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면, 27살에 프로모터 일을 시작해 올해 12년째를 맞았으며 매년 20~30회씩 300~400여회의 공연을 기획했다. 2003년 자기 회사를 차린 뒤 2005년 옐로우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해 지금의 옐로우나인이 됐다. 또 김 대표에 대한 또 하나의 실마리는 엘튼 존, 머라이어 캐리, 에릭 클랩튼, 에이브릴 라빈, 오아시스, 엔니오 모리코네, 셀린 디옹, 해리 코닉 주니어 등 끝없이 이어지는 뮤지션 목록이다. 모두 그가 공연을 기획했거나 앞으로 할 뮤지션이다. 여기에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록페스티벌’까지 들어가면 뭔가 그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올해 상반기에 열릴 예정인 공연 포스터.
올해 상반기에 열릴 예정인 공연 포스터.
김 대표가 프로모터 일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하다. 음악이 좋아서.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으로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음악이라면 뭐든 좋아했죠. 1989년에 ‘레드 제플린’ 팬클럽 ‘스완 송’에 가입해 회장을 맡기도 했었어요. 비록 제가 회장을 맡은 뒤 활동이 뜸해졌지만요.(웃음) 대학교를 다니면서 음악계를 서성이다가 해외 뮤지션 통역부터 공연 무대 조명 설치 등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렇게 공연기획 일과 연이 닿았죠.” 김 대표는 아이엠에프(IMF) 시절 딱 한번 고민해본 것 말고는 한번도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단다. 그 이유 역시 단순하다. 좋으니까. 뭐가 그렇게 좋을까. “관객들이 노는 걸 보는 것도 좋구요. 무대를 만드는 목수부터 연출자까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까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직원을 뽑을 때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정말 좋아해야 잘할 수 있거든요.”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을 기획해온 그가 최고의 공연으로 손꼽는 것은 2006년 영국밴드 오아시스의 내한공연이다. 그 자신이 오아시스의 굉장한 팬이기도 하고, 매진이 되기도 했었고, 공연도 잘 끝났기 때문. 그는 오아시스의 공연을 “일하는 것 같지가 않았던 공연”이었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 공연만큼 김 대표에게 중요한 공연은 1999년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의 뒤를 이어 2006년 부활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다. “1999년 트라이포트가 장대비로 실패한 뒤 펜타포트를 7년 동안 준비했어요. 1회 펜타포트는 걱정이 안 될만큼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편했어요. 저희 회사 사훈이 ‘마음의 평화’에요.(웃음)” 그래서인지 1회 펜타포트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1회보다 관객이 30% 늘어났던 2회 펜타포트 때도 마음은 평화로웠다. 문제는 올해다. 3회를 맞으면서 기대가 커진 만큼 부담도 커졌다. 해결 방법은 역시 마음에 평화가 깃들 만큼 일하는 것(!).


지난달 22일 열린 ‘마이 케미컬 로맨스’ 내한공연 모습.
지난달 22일 열린 ‘마이 케미컬 로맨스’ 내한공연 모습.
펜타포트 뮤지션 라인업을 결정하면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적 타협을 하지 않는 밴드’의 선택이다. “커다란 기획사에서 상품처럼 찍어 나오는 음악이 아니라 자기 음악을 하는 밴드를 소개하고, 그 밴드의 공연을 보는 누군가가 영감을 받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옐로우 뮤직큐’ 시리즈도 그런 취지에서 시작한 거예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국내,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를 알리고자 하는 거죠. 그 밴드가 계속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좋은 음악을 소개하려면 좋은 귀가 필수다. 그래서 그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새로운 음악과 옛날 음악을 찾아 들으라고. “이쪽에서 계속 일하면 내공이 생겨요. 음악을 들어 보면 느낌이 와요. 최근에는 홍대 쪽에 다니면서 국내 밴드 음악도 열심히 찾아 듣고 있어요. 국내 밴드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살짝만 공개합니다

또 재미있는 일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스무고개로 돌아왔다. “펜타포트를 해내고 나서 저를 포함한 직원들이 모두 ‘동기’를 잃어버렸어요. 거대한 것을 해내고 나니까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 있잖아요. 그런데 한동안 잃어버렸던 동기를 다시 찾았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거든요.” 김 대표는 새로운 동기이자 프로젝트가 뭔지는 절대 비밀이라면서 몇 가지 힌트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힌트는 다음과 같다. 1. 국내 엔터테인먼트 공연 시장에 꼭 필요한 것이다. 2. 제법 큰 규모다. 3. 3년에서 5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4. 관객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뭘까? 아, 궁금하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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