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펑펑 눈이 쏟아지던 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앞에서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 박성수씨(사진)를 만났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동대문 시장은 큰길을 기준으로 두타, 밀리오레 등이 몰려 있는 소매시장과 제일평화시장, 디자이너클럽 등이 있는 도매시장으로 나뉜다. 소매시장은 쇼핑하기에 편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최신 트렌드 아이템이 많다는 것이 장점. 반면 제일평화시장 쪽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제품이 있어 쇼핑하기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소매시장보다 값이 싸고 자기가 원하는 옷을 금세 찾아내는 눈썰미만 있다면 쇼핑하는 재미도 있다. 쇼핑은 늘 계절을 앞서 가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박성수씨와 쇼핑할 아이템은 늦겨울과 이른 봄에 유용한 셔츠로 결정.

“이번 봄에는 가슴에 유(U)자로 셔링이나 플리츠, 턱 등이 풍성하게 들어간 셔츠나 어깨는 좁고 아래로 갈수록 커지는 에이(A)라인 블라우스, 남자 셔츠를 입은 것처럼 커다란 오버사이즈 셔츠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어요. 장식이 들어간 셔츠와 에이 라인 블라우스는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오버사이즈 셔츠는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셔츠는 기본 아이템이기 때문에 몇 개만 잘 갖춰 놓으면 유용하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죠. 오늘은 여성스러운 느낌의 셔츠를 찾아보려구요.”

제일평화시장 지하 1층과 2층을 둘러보기로 했다. 셔츠나 블라우스를 진열해 놓은 가게가 많이 눈에 띄었다. 프릴 등 장식이 달린 기본형 셔츠나 푸른색 계열의 셔츠, 오버사이즈 셔츠 등 다양한 셔츠를 만날 수 있었다. 셔츠의 대략적인 가격은 2만∼3만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다가 박성수씨는 옅은 아이보리색의 핀턱 셔츠를 선택했다. 얇은 면실크 소재라서 고급스럽고 턱이 알맞게 잡혀 있으며 소매 부분에도 프릴 장식이 달려 있어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셔츠였다. 정장 안에 입으면 깔끔해 보이고, 청바지나 캐주얼한 치마에 입으면 경쾌해 보이는 제품이었다. 셔츠를 고르고 셔츠와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찾았다. 박성수씨의 제안은 카디건.

“셔츠에 가볍게 카디건을 하나 걸치면 쌀쌀한 이른 봄이 따뜻하지요. 카디건 위에 외투를 입어도 괜찮구요. 카디건은 올봄 유행 색깔인 노란색 계열이 어떨까요? 무늬도 없는 것보다 간단한 꽃무늬가 은은하게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셔츠 위에 입으면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도톰한 두께의 카디건은 2만5천∼4만원 정도로 카디건 역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볼 수 있었다. 가게를 둘러보다가 어두운 노란색과 갈색, 아이보리색이 뒤섞여 있는 꽃무늬 카디건을 발견했다.

동대문 쪽 시장을 쇼핑하면 국내외 브랜드 디자인을 많이 반영했다는 옷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이미테이션 옷을 잘 고르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테이션이나 카피 제품 모두 최신 디자인을 가져오기 때문에 다 잘 나와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반영했다고 해도 원단이 별로면 옷 자체의 질이 떨어지게 되죠. ‘어디 옷을 카피했다’는 얘기보다는 어떤 원단을 썼는지, 바느질은 어떤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또 장식이 섬세하게 들어간 옷은 그만큼의 공정이 추가되면서 더 신경을 썼다는 얘기니까 비슷한 디자인이라면 장식이 들어간 쪽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 지난 ‘5만원의 행복’에서 소개한 모자와 머플러, 스타킹은 독자 김종희(blabla22)님에게 드립니다. 이번에 쇼핑한 아이템과 관련한 스타일링법을 블로그에 올려주시면 독자 한 분을 뽑아 쇼핑한 제품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