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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토크쇼 <야심만만이여> 안녕

등록 2008-01-16 19:06수정 2008-01-19 14:17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무릎팍 도사> <1박2일>이 최전방 독해진 쇼 프로 전국시대의 흐름을 짚다

<에스비에스> ‘야심만만’이 방송 시작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한때 2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하며 최고의 토크쇼로 성가를 드날렸으나 최근에는 5~6%까지 추락한 시청률에 허덕이다 퇴장했다. 장수 프로였던 ‘야심만만’의 종영은 예능 프로그램의 한 시대가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야심만만’의 종영을 통해 쇼 프로 전국시대의 재편화 양상을 짚어봤다. 여기서 퀴즈. 저문 ‘야심만만’과 뜬 ‘무릎팍 도사’, 뜨고 있는 ‘1박2일’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백은하 영화 개봉 전에 배우들이 ‘야심만만’에 출연하는 게 코스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거기서 얼마나 재미있는 토크를 펼치느냐가 흥행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그만큼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는데 근래의 추락은 어떤 토크를 원하느냐, 곧 시청자의 요구가 바뀐 걸 보여준다.

차우진 한국에서 예능 프로가 5년 지속된 건 드문 일이기에 의미도 있는데 끝낼 시점을 제대로 못 잡아 초라하게 문을 닫은 건 좀 아쉽다. 과도기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토크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자기 경험 같은 현실감 있는 이야기가 아니면 재미가 없어한다. 리얼리티 쇼가 그런 욕구들을 채워주고 있고.


쾌락이 만들어지는 경로의 변화


‘1박2일’. 한국방송제공.
‘1박2일’. 한국방송제공.
아직도 기억 나는 게 전 직장에서 엘리베이터 타면 젊은 직원이건 나이든 아저씨건 “어제 봤어?” 그러면서 너도나도 ‘야심만만’ 이야기를 했다. 초대손님이 실제로는 어떻게 살건 그와 상관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최고가 됐는데, 20세기적 토크쇼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무릎팍 도사’와 비교하면 그 변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그냥 재미있는 남의 말이 아니라 진행자와 초대손님이 일대일로 마주앉아 집중적이며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를 열망하는 거다.

강호동만 봐도 ‘야심만만’이나 이전 프로그램에서는 정리하는 진행자였다면 ‘무릎팍 도사’에서는 장악력 있는 호스트 역을 해낸다. 그 힘으로 30분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 1, 2년 전 케이블에서 시작해 공중파의 ‘무릎팍 도사’에까지 도착한 독해지는 토크쇼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방송에서 저런 말을 해도 돼?’하는 심정적 기준치가 확 무너진 거지. 그래서 사람들에게 좋은 말 해주는 착한 방송이 아니라 치부나 약점을 건드렸을 때 발끈하며 나오는 생생한 재미를 공중파 방송사와 시청자, 연예인이 다 알게 되고, 단련됐다.

그에 견주면 ‘야심만만’은 명언도 전해주고 교훈도 주고 착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사람들의 감수성이 바뀌었다. 김구라만 봐도 4, 5년 전 텔레비전 출연은 언감생심이고 인터넷에서 논란이 얼마나 많았나. 이랬던 그가 지금은 공중파의 온갖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도 유지하지 않나.

‘무릎팍 도사’는 문소리 불러다 곧바로 미스캐스팅 이야기하고 ‘라디오 스타’는 김국진의 이혼경력을 캐릭터화하는데, ‘야심만만’이 힘받기는 힘든 상황인 거지. 사회적 해석의 과잉·확대일 수도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타인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한다가 훨씬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설문조사나 두루뭉술한 통계 같은 건 안 먹힐 수밖에.


강렬하고 원초적이고 독해진 오락 프로그램의 전성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야심만만’이 결국 종영했다. ‘야심만만’. 에스비에스제공.
강렬하고 원초적이고 독해진 오락 프로그램의 전성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야심만만’이 결국 종영했다. ‘야심만만’. 에스비에스제공.
쾌락이 만들어지는 경로와 밀접한데, 옛날에는 어떤 안전망 안에서 편하게 쾌락을 누렸다면 지금은 눈높이를 딱 맞추고서 팽팽하게 긴장하거나 감정이입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쾌락을 만들어낸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리얼리티쇼가 그런 쾌락의 최전방에 있다. 그게 사실 보는 사람도 디게 피곤한 건데 말야!(웃음)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이 양반다리하고 앉아 있는 게 시청자가 안방에서 텔레비전 보는 자세와 흡사하지 않나. 그야말로 티브이쇼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인 거다. 또 그게 ‘1박2일’의 쾌락과도 맥이 닿는다. 요새는 ‘무한도전’ 팬·‘1박2일’ 팬 갈리고, 리얼버라이어티·야생버라이어티로 나뉘는데 ‘1박2일’이 계속 강조하는 건 ‘우리 이렇게 고생하고 있어’다.

연출력보다 카메라 대수가 중요해진 시대

이승기가 계속 이래도 안 믿겠지? 눈밭에 텐트에서 자는 거 안 믿겠지? 진짜 물에 빠진 거 안 믿겠지? 이렇게 확인하며 이게 진짜라는 걸 확인한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저 하늘에 있던 스타들이 땅으로 내려온다. 그게 현재 스타 포지션의 높이이기도 하다. 멀리서 빛나는 별이 아니라 길 가다가 내가 ‘직찍’할 수 있고, 그의 미니홈피도 들어가고, 나보다 더 개고생하는 거 보면서 즐거워하고 따지고 보면 꽤 가학적인 즐거움이다.

카메라의 존재감도 달라졌다. 옛날에는 카메라를 안 보여줬는데 이제는 카메라를 비롯해 피디나 스태프도 화면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오고, 등장인물들도 카메라를 노골적으로 의식한다.

예전예는 연출력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많은 카메라를 설치해 등장인물들의 디테일을 잘 잡느냐가 관건이다. 출연자들은 스스로 캐릭터를 잡아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걸 잘 안다. 이게 경지에 오르면 ‘무한도전’의 정형돈처럼 존재감 없는 게 캐릭터로 승화되기도 하고.(웃음) 출연자들은 정글에 던져지고 오히려 시청자들이 ‘트루먼 쇼’의 피디 자리에 앉은 거다. 하지만 여기 트루먼은 영화처럼 당하고 있지 만은 않고 각자 치열한 머리싸움을 한다는 거지.

통제 못하는 상황의 변칙성도 재미의 중요한 요소다. ‘1박2일’의 이수근이 딱 그런 캐릭터인데, 힘들다고 울고, 자기가 못한다고 울고, 그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캐릭터 만드는 과정이 이야기나 재미의 요소가 되는 거다. 그게 가학적이지만 철저히 관음적인 몰래카메라의 가학성과는 또다른 점이다.

시청자의 집착과 친밀도 더 강해졌다


‘무릎팍 도사’. 문화방송제공.
‘무릎팍 도사’. 문화방송제공.
‘무한도전’이 이런 계보의 신기원인데, 지금은 너무나 메이저가 됐지만 처음엔 못난 이들 보는 측은함이 있었다. 장동건·정우성 나와서 어떻게 5분 안에 여자를 꼬셨나가 아니라 평균 이하들이 나와서 어떻게 차였나를 얘기해주는 것 같은 안도감을 주면서 말 그대로 2인자, 3인자의 성공신화를 보여줬다. 그래서 더 도덕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정준하 사건에 큰 실망을 느꼈던 거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면서 리얼이라고 생각했던 게 쇼라고 보여지니까 더 배신감을 느끼는 거고, 그보다 훨씬 못하고 더 야생적인 것을 보고 싶은 욕구가 ‘1박2일’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무한도전’ 골수 팬에서 ‘1박2일’로 돌아선 사람들 상당수가 ‘무한도전’을 강하게 비판한다.

헤어진 연애와 비슷한 거지.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나한테 거짓말을 해? 이런 배신감. 확실히 ‘무한도전’에서부터 인기 쇼는 즐겨보는 정도가 아니라 밀착감 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쇼의 형식은 다양해지겠지만 시청자의 집착이나 친밀도는 더 강해질 것 같다.

포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첨단이 될 수도 있고, 낡은 프로가 될 수도 있겠지!

이제 프로그램은 텔레비전을 벗어나서 탄생하고 발전하고 소멸하는 것 같다. 블로그나 게시판 활동만 봐도 그렇다. 티브이 속 내용물은 어느 때보다도 ‘핫’하고 일상과 밀착되지만 티브이라는 개념 자체는 무의미해진다. 숨가쁘면서도 극적인 미디어 환경의 변화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게스트

‘무릎팍 도사’의 문소리편

“질문이 세기도 했지만 이걸 뛰어넘지 못하면 좀더 대중적 스타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묵직한 포고처럼 들렸고 그것에 대처하는 문소리는 솔직한 자세로 그 벽을 여유 있게 돌파했다.” (백은하)

“벼르고 본 <태왕사신기> 팬도 많을 텐데 강호동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때로는 몰아붙이며 벌인 팽팽한 줄다리기가 좋았다.”(차우진)

■ 최악의 섭외

‘무릎팍 도사’ 재탕하는 ‘라디오 스타’

“음악 중심 토크쇼라면서? 그럼 지금 이승철이 아니라 유희열을 불러와야 맞는 말이지, 박진영, 이승철 등 ‘무릎팍 도사’의 뒷북만 쳐서야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차우진)

“게스트의 재활용은 삼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게 사용자로서 불만사항. 막장 토크가 콘셉트라면 섭외도 막장식으로 좀더 실험적인 창의성과 자유로움이 필요하다.”(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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