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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Esc를 볼 때마다 궁금증을 안겨준 바로 그들!

등록 2007-12-27 14:26수정 2007-12-30 15:40

[매거진 Esc] 도대체 그 필자 누구야?
이번주에는 ‘도대체 누구야?’ 문패 사이에 단어를 추가했습니다. ‘도대체 그 필자 누구야?’입니다. 연말 특집으로 독자들이 특히나 궁금해하는 ‘그 필자’ 세 사람을 인터뷰했습니다. 영화 선택의 족집게 과외를 해주는 ‘적정 관람료’의 영화평론가 한동원씨, 무제한 연상작용으로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만화연상퀴즈’의 만화가 마인드씨(mindC), 귀여운 미니 스쿠터처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스쿠터 칼럼 ‘오빠 달려’의 임유수씨가 그들입니다.

‘적정관람료’의 한동원
싸게 매긴 영화만 본다구요?


〈Esc〉의 연재칼럼 가운데 저작권 등록이 된 글이 하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감 잡았을 듯. ‘영화평론가 한동원의 적정 관람료’다. “제값 주고 보기는 아까운 영화”라거나 “돈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만 관람자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영화의 ‘값’어치를 환산하기는 적정 관람료가 처음이다. 그 형식의 독창성을 한국저작권협회에서 인정받은 것.

딴지일보 편집장에 클럽 기타 연주도


“보는 영화를 다 리뷰로 쓰지는 못하니까 버려지는 영화들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어떤지, 재미있는지 자주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답해주는 식으로 간편한 표를 생각해 낸 거예요.” 2005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하기 시작한 ‘적정 관람료’ 외에도 텔레비전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히트를 쳤던 ‘결정적 장면’, 영화의 주요 장면을 축구중계 하듯 해설하는 ‘영화 중계’ 같은 기발한 기획들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들이 ‘펌프질’되나 했더니 1999년부터 2년 가까이 <딴지일보>의 전성기 때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본의 아니게 한국을 지킨 사람들’ ‘오락실에 GGR(지르박지르박레벌루션, DDR의 패러디)을 허하라’ 등의 인기 기사가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뜻밖에 공대 석사 출신이며 아이엠에프와 딱 맞춰 졸업하는 바람에 1년여 동안 전공 취업과 무관한 이태원 블루스클럽 ‘저스트 블루스’에서 1년 넘게 기타연주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적정 관람료를 매기면서 가장 비싼 값을 매겼던 영화와 반대의 경우를 물었다. “순위를 매겨보지는 않았는데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타인의 삶> 같은 작품이 ‘최고가’ 영화에 들어갔고, 마이너스 가격, 즉 돈 받아야 한다고 쓴 영화도 있었어요. <여고생 시집가기>가 그랬죠.” 그는 이 영화의 ‘간단 리뷰’에서 홍보사에 감사패 전달식을 자체적으로 하기도 했는데 이유인즉슨 시사회 극장 맨 뒷자리에 좌석표를 줘서 중간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 관람자의 고통을 경감시켜 줬다는 것. 때로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영화들도 있다. <밀양>도 그중 하나다.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가격을 매기는 게 적당하지 않은 작품들이 있어요. 장점과 단점을 나눠서 열거하는 게 무의미한 영화들이죠.” 홈페이지에만 연재할 때보다 〈Esc〉에 연재하면서 조금 너그러워졌다고 한다. 이건 다 필자 탓이다. ‘그래도 애써 만든 사람들이 너무 처참해지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보도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적정 관람료를 만들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일관성이다. “비슷한 장단점이 있는 영화를 작년에는 4000원이라고 매겼다가 올해는 6000원이라고 하면 보는 사람이 헷갈릴 수 있잖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 취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관객들이 참고를 삼을 수가 있죠.” 그의 친구 하나는 적정 관람료가 낮은 영화는 꼭 챙겨보고 높은 영화는 안 본다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의외의 답변, 창작이다. “남이 애써 만든 이야기를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데 약간 부채감이 느껴져요. 그래서 이제 직접 만들어 보려고요. 애니메이션이든 소설이든 장르는 상관없이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완성해 보고 싶어요.”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만화연상퀴즈’의 마인드C
“저는 근본이 없는 만화가예요”


지난 5월의 어느 날, 만화잡지를 뒤적이며 〈Esc〉 1호에 실릴 만화를 그려줄 만화가를 찾던 중 강렬한 만화체와 더 강렬한 유머가 눈에 들어왔다. 만화가의 이름은 마인드씨(mindC·본명 강민구).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원더우먼이 등장해 신나게 떠든 그의 만화는 〈Esc〉 1호 1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바로 고정 필자로 발탁(!)되어 두 컷짜리 알맹이 코너, ‘만화연상퀴즈’로 매호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저는 근본이 없는 만화가예요.” 지나친 겸손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의 짧고 굵은 인생 이력서를 잠시 들여다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잠시 마인드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보자. 전라북도 부안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마인드씨는 중학교를 전교 2등으로 들어갔다. 허나 모범생도 잠시, 그의 피는 뜨겁게 흐르기 시작했다. 장래 희망에 당당히 ‘오락실 주인’이라고 써넣은 것.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자율학습을 하지 않았던 학생으로, 지조있는 학창 생활을 보냈다. 그림은 제법 그렸던 그가 고3 때 발걸음을 옮긴 곳은 미술학원. 그렇게 시각디자인 전공 대학생이 된 뒤 유난히 포스터 등 단순명료한 그래픽 작업을 좋아했던 그는 캐릭터 회사를 거쳐 ‘스타퍽스(Starfucks)’ 티셔츠 등 재밌는 티셔츠로 이름을 날렸던 ‘티셔츠 행동당’에서 수석디자이너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1년 뒤, 이번에는 디자인 회사 ‘601 비상’에 편집 디자이너로 들어간다. 또 1년 뒤, 드디어 자기 회사를 차린다. 회사명은 약속은 꼭 지킨다는 의미의 ‘키퍼스’.

중학교 모범생 장래 희망이 ‘오락실 주인’

만화가로서의 이력은 언제 시작하냐고? 이제부터다.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만화는 틈틈이 그렸어요. 디자인이 100% 상품이라면 만화는 적어도 2% 정도는 예술이니까요. 만화를 그릴 때 무척 편했어요. ‘키퍼스’를 하면서 ‘디시인사이드’에 개인적으로 ‘수행록’이라는 만화를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죠.” 만화가로 ‘입질’이 온 것은 2003년께. “‘야후’에서 연재를 제안해왔어요. 그래서 ‘마인드툰’ 연재를 시작했죠. 처음 돈 받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2005년 ‘발전적 해체’로 디자인 회사를 그만둔 뒤 그는 본격 만화가로 살기 시작한다. “20대 후반이니까 다른 만화가보다 늦다면 늦은 편이죠. 디자인 일을 하다가 툭 튀어나왔으니까요.” ‘코믹타운’과 <팝툰> 등에 연재를 해왔고, 내년에는 스포츠지와 포털사이트에도 연재를 할 예정이다. ‘뜰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겠다.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그리는 데 많이들 공감하는 것 같아요. 저는 상상을 뛰어넘는 엉뚱한 생각하기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얼마 전에 술자리에서 친구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면서 ‘머리…, 머리 감고 싶어’라는 거예요. 제 만화에서도 느끼겠지만 저는 그런 유머가 너무 좋아요.(웃음) 머릿속에서도 늘 그런 유머가 생각나지만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스스로를 자제하려고 무척 노력하죠. 제 상상력을 잔뜩 담은 ‘아스트랄’한 만화도 그려보고 싶어요.”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오빠 달려’의 임유수
젊은 사장 오빠는 고딩 때부터 달렸다오


3주마다 한번씩 자동차면에 실리는 스쿠터 칼럼 ‘오빠 달려’에는 골수팬들이 많다. 그들의 절반 정도는 스쿠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고, 절반 정도는 필자 임유수씨의 말투에 ‘혹한’ 이들이다. ‘월간 <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이라는 묵직한 직함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살짝 소근대는 말투는 이 칼럼의 트레이드 마크다. “발행인치고는 참 상냥하다”고 느꼈을 독자를 위해 한 가지 비밀을 공개하겠다. 비밀은 바로, 그가 27살 청년 발행인이라는 사실.

스쿠터가게 열고 빅바이크전문지도 구상중

스쿠터와 바이크를 즐긴다고 거친 인상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해맑은 미소가 보기 좋은 그는 ‘친절한 유수씨’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처음 스쿠터를 만난 곳은 충청북도 청원 자신의 고향 동네에서였다. “고등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동네 아저씨들이 많이 타는 스쿠터를 사달라고 했죠. 그때 사준 스쿠터가 대림 ‘택트’였어요. 스쿠터를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매일 다녔어요.” 그렇게 스쿠터를 타기 시작한 그는 대학교 때 역시 하숙집에서 학교까지 편하게 다니는 교통수단으로 30만원짜리 스쿠터를 선택했다. 스쿠터 하나로 ‘은근한’ 인기를 끌었던 그는 곧 면허를 따고 스쿠터에서 오토바이로 옮겨 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어요. 1만원이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죠. 저는 역마살이 끼었다고 할 만큼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진짜 재밌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2005년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 읽었던 월간 <모터바이크>에 입사 원서를 냈다. 덜컥 기자로 합격해버린 그는 8개월 동안 그곳에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바이크 전문지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생겼어요. 조금 더 재미있고 신나게 바이크에 접근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사업계획서를 들고 부모님에게 찾아갔어요. 부모님께 보증(웃음) 같은 도움을 받아서 2006년에 주식회사 ‘레인보우 플랜트’를 세우고 같은 해 8월 월간 <스쿠터앤스타일> 준비호를 발행했어요.” <스쿠터앤스타일>은 ‘배달 아니면 폭주족’이라는 스쿠터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깨고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또 스쿠터보다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의 얘기에 집중했다. 잡지를 펼치면 딱딱한 스쿠터가 아닌 스쿠터 위에서 재밌게 노는 선남선녀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러스트나 만화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결과는?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괜찮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마침 스쿠터가 트렌드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해서 다행이었죠. 3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1명이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누구든 와서 놀 수 있는 스쿠터 가게 ‘스쿠터앤샵’ 1호점도 홍대 앞에 열었고, 내년에는 압구정동에 2호점도 낼 계획이에요. 빅바이크 전문지도 구상하고 있어요.” 말랑말랑한 아이디어와 몇날 며칠 밤을 꼬박 세우면서 일하는 성실함으로 하고 싶은 일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당신은, 진정 욕심쟁이 우후훗!

글 안인용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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