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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당선자 위인전 쓰는 분위기의 대선결과 방송
팬클럽 활동 담은 다큐멘터리엔 짠한 마음도
당선자 위인전 쓰는 분위기의 대선결과 방송
팬클럽 활동 담은 다큐멘터리엔 짠한 마음도
4년에 한번씩 볼 수 있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드문 볼거리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선 역시 금메달 수상자와 응원자에게는 무한 기쁨을 준다는 점에서 올림픽과 흡사하다. 하지만 이슈도 치열함도 없었던 이번 경기(선거)는 과정을 보는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드라마 <소울메이트>의 조진국 작가가 이번 선거 방송의 관전평을 했다. 또 선거 바람 속에서도 선전한 드라마 <못된 사랑>(한국방송)과 <뉴하트>(문화방송)를 짚어봤다.
열혈 지지자, 맹신과 순수 사이
정석희 이명박 당선자와 다른 후보 사이 지지율 차이가 커서인지 이번 대선의 축포는 유독 빨리 터졌다.
조진국 에스비에스에서는 다른 방송사보다 한 시간 반 전에, ‘당선 확실’도 아니라 ‘당선’이라고 나왔다면서?
정 그런데 우리 애가 대학 시험에 붙어도 떨어진 다른 집 아이 속 상할까봐 이야기 못하고 기쁜 감정을 자제하지 않나. 대선 결과도 국민의 반은 맘이 상한 쪽일텐데 방송에서 너무 일찍부터 요란을 떠는 모습이 배려 없어 보여서 아쉬웠다.
조 당선자를 대하는 방송의 태도는 축하하는 게 아니라 위인전 쓰는 분위기라 보는 사람이 좀 불편하더라. 그런데 대선 결과 방송이 이상한 게 자기가 찍은 사람이 당선되면 뿌듯하게 보는데 그렇지 않으면 뭔가 내가 대단히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지후보가 떨어지고 나서야 방송이 공정하지 않고 당선자 찬양 일색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정 22일 밤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엠비시 스페셜 <올인>은 꽤 흥미로웠다. 엠비연대, 노사모, 문함대, 창사랑 같은 후보 팬클럽 회원들이 선거운동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뭐랄까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생업도 포기하고 지지후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 조직의 세포 역할을 자임한 건데, 그만큼의 노고를 후보들이 진짜로 고마워할까 싶기도 하고.
조 정치적 신념으로 올인하는 사람들은 나와는 분명 다른 성향이긴 한데 거부감이 든다기보다 궁금하더라. 오랫동안 곁에서 봐온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저토록 절대적일 수 있을까?
정 후보에 대한 애정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깔린 건 일종의 애국심이다. 저 후보만이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인 거지. 물론 이런 맹신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순수한 마음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더라.
조 개표방송부터 대선 관련 방송이 너무 오락성을 중심으로 흐른다는 비판도 있는데, 난 좀 다르게 생각한다. 개표나 당선 기념 방송을 잘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거친 부분들을 정제하면 재미까지 추구하는 정치 방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정 그래도 가장 스타가 된 건 허경영 아닐까?(웃음) ‘무릎팍 도사’에 나온다는 말도 있던데, 기대된다. 근데 포스터에 포샵질을 왜 그렇게 심하게 했어?(웃음) 텔레비전 나온 거 보고 깜짝 놀랐다.
조 음모와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쉼표 같은 존재였다. 현실성은 있어 보이지 않지만 문득 저 공약들이 현실이 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암튼 허경영씨 덕분에 그나마 이번 대선이 재미있었다.
<못된 사랑>, 대사에 너무 힘 들어갔네
정 이제 선거는 끝났으니 다시 채널 돌려야지? <못된 사랑>과 <뉴하트>를 보면서 연결되는 부분을 발견했다. <못된 사랑>에서 김성수가 이요원한테 ‘미치게 예쁘다, 당신!’이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요새 드라마에서 당신이라는 말을 거의 안 쓰지 않나. 마찬가지로 <뉴하트>에서 지성이 조재현에게 ‘당신 뭐지’ 이렇게 말하는 게 나온다.
조 <못된 사랑>은 고소영, 비 등 톱스타 출연과 번복이 계속되면서 몇 번이나 무산됐다가 3년 만에 제작됐다. 그만큼 작가가 애착을 가지고 기다려온 작품이라 장면 하나, 대사 한 마디 작가의 공이 안 들어간 데가 없다. 그런데 이게 양날의 칼처럼 작용을 해 모든 대사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권상우가 이요원과 함께 나무 앞에 서서 나무에게 말을 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 그런 대사들은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 말들 아닌가. 여자들은 그렇게 해주면 좋아하나?
정 좀 촌스러운 거지. 그런데 연기는 두 배우 모두 편안하더라. 특히 권상우는 진짜 권상우 성격이 그럴 거 같다. 말투도 대사에 붙고 자연스럽다. 요새는 메디컬 드라마도 다양해졌는데 <뉴하트>는 한국 병원이나 의사들의 현실에 가장 가까이 간 드라마 같다. 이를테면 실력있는 애들은 피부과나 안과 같은 데로 가서 외과나 내과는 인기가 없지 않나. <뉴하트>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과와 아닌 쪽의 갈등을 보여준다.
조 난 흉부외과가 그렇게 힘든 데인 줄 드라마 보기 전에는 몰랐다. 병원도 권력집단인데 그 안에서 이처럼 마이너적인 요소를 끌어내 풀어가는 게 참신하더라. 사실 올해만도 세번째 의학 드라마라서 신선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보니까 많이 다르더라. 연기자군도 좋고 코믹 코드도 강하고 특히 지성 캐릭터가 좋더라. 캔디의 남성 버전이랄까.
정 현실성은 떨어진다. 시험에 떨어졌다고 병원 앞에서 시위하고 이러면 업계에서 바로 매장이지.(웃음)
조 만화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병원이라는 딱딱한 공간에 그런 인물이 하나 놓여 있으니 보기가 편하다. 지성이 레지던트 된 다음 가운을 입고 셀카 찍는 장면이 참 좋았다. 귀여우면서도 현실적이지 않나. 고생해서 자기가 딴 타이틀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지성은 지금까지 해 왔던 캐릭터와 다른 걸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정 그런데 조재현이 의사의 책무를 너무 강조할 때는 좀 낯간지럽다고 할까. 걸어다니는 히포크라테스 같은 사람이지 않나. 의사가 힘들긴 하지만 의사하는 집 식구들 보면 레지던트하면서 연애도 하고 그러던데.
우리가 몰랐던 병원 보여주는 <뉴하트>
조 <뉴하트>는 20대부터 50대까지 같이 볼 수 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반면 <못된 사랑>은 중년층이 보는 사극 사이에 껴서 20대 시청자를 확실하게 공략하면 좋겠는데, 뭐랄까, 오히려 한류를 좋아하는 일본 아줌마들의 정서를 공략하는 것 같다.
정 권상우가 가끔 벗어주기도 하면서.(웃음)
조 좀 올드하달까. 뻔한 거 같으면서도 마지막 장면에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게 <못된 사랑>을 쓴 이유진 작가의 장점이긴 하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부담스러워진다. <천국의 계단>을 초기에 재밌게 봤는데 나중에 신현준이 눈 빼주고 내 눈이 니 눈이고 니 눈이 내 눈이고 … 이런 대사 칠 때는 아우, 이건 눈 돌려막기도 아니고.(웃음) 나는 정통 멜로를 좋아하고 써보고 싶기도 한데, 요새는 정통 멜로가 다 실패했다. <90일, 사랑할 시간>, <사랑에 미치다>도 그랬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거 같다.
정 나는 정통 멜로보다는 편한 홈드라마가 좋다. 그래서 <며느리 전성시대> 후속인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가 기대된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대선 투표 결과 방송의 위인전 쓰기가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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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사랑〉은 한류에 빠진 일본 주부를 겨냥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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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령대 시청자가 볼 수 있는〈뉴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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