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게이코드와 강북의 약진,
정유미의 활약
2007 티브이가 찾은
보물이여 고마웠다 한해가 끝날 즈음 <하얀 거탑>의 장준혁 과장과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와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 등 화제를 날렸던 인물과 작품들이 다시 호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시청률과 최고의 화제만이 2007년의 텔레비전을 빛낸 건 아니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날카로운 눈썰미로 ‘2007년 텔레비전의 발견 5’를 찾아냈다. # 일상으로 들어온 게이 코드 백은하 2008년 충무로에서 민규동 감독의 <서양 골동 양과자점>이나 유하 감독의 <쌍화점>처럼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하는 게이 코드 영화들이 등장하게 된데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와 범이의 공이 크다. 코믹하면서도 소년들의 오묘한 분위기가 게이 코드를 귀여우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것으로 세뇌시키듯 거의 매회 등장했다. 차우진 옛날에 게이 코드라면 무겁고 진지하거나 비장하고 목숨을 건 운동처럼 다뤄져서 오히려 논란을 일으켰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민 라인도 그렇고 <커피 프린스 1호점>도 그렇고 게이 코드를 샤방하게 그리면서 게이 코드에서 일상적인 친숙함을 끌어냈다.
백 양지로 나온 동성애라고 할까? 전에는 홍석천으로 대표되는 커밍 아웃은 희화화되거나 스테레오타입화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 나온 시크한 게이들은 특정한 정체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우리 안에 잠재돼 있는 복합적인 성적 코드들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끌어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커프>는 이렇게 새로운 경향에 종지부를 찍어준 거지.
차 다른 관점에서 보면 동성애라기보다 다양한 남자들의 재발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 여성에 비해서 남성은 성격이나 직업적인 면에서 훨씬 단순했다. 남자들 간의 관계도 그렇고. 그런데 올해 나온 드라마들은 이전 같으면 ‘계집애 같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남자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많이 보여줬다.
백 새로운 세대의 남자들이 등장하고 전형적인 남성성이 해체되는 변화를 보수적인 텔레비전이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올해의 발견이라면 또 티브이에서의 가슴, 또는 새로운 표현수위의 발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웃음) 뭔가 멀쩡한 채널에서 야심한 밤도 아닌 황금시간대에 여자들의 가슴이 씩씩하게 등장하니 야한 영화를 찾아볼 이유가 없어졌달까.
# 황금시간대, ‘가슴’의 발견
차 티브이 영화라는 형식으로 오시엔에서 처음 만든 게 봉만대 감독의 <동상이몽>이었다. 그거 보고 쇼크 받은 게 불과 2년 전인데 요즘 <메디컬 기방 영화관> 같은 걸 보면 그때만큼 야하기는 하지만 표현 방식이 세련됐기 때문에 충격이나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백 성에 대해서 전보다 노골적이 됐다기보다는 차라리 현실적이 됐다는 게 맞을 것 같다. 현실의 남녀 관계는 변했는데 드라마 속에서는 몇년 동안 손만 잡고 전화가 올까 말까 이런 수준의 고민에 머물렀던 거다. 케이블뿐 아니라 ‘키스의 전당’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케세라세라>나 <커프> 같은 공중파 드라마에서도 애정 표현 수위의 어떤 선을 확 넘어버리니까 이야기나 디테일도 어떤 단계를 뛰어넘게 됐다. 단순히 개방적이 됐다기보다는 드라마가 상상만 했던 연인들의 속살을 보여주게 된 거 같다.
차 노골성보다는 구체성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예전에는 성 하면 불륜, 치정 이런 것들과 한묶음이었는데 이제는 성이 현실, 관계 안으로 들어온 거지. 그러다 보니 단순하게 벗긴다고 시청률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떻게 벗기느냐가 관건이다. 이야기가 돼야 하는 거니까 작품의 완성도들도 높아지고.
백 <커프>에서 두 연인이 함께 자고 다음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그려지지 않나. 그러니까 오히려 성과 선정성, 자극성의 단순한 연결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차 하지만 토크쇼의 성적 농담이나 고백은 아직 여전히 접점을 못 찾는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불쾌하거나 싸구려 같은 이야기들이 도배질되는데 2008년에는 성적인 토크에도 위트 있는 어떤 수위가 등장했으면 좋겠다. 또 올해는 이른바 연극판 출신 배우들의 다양한 활동도 눈에 띄었는데 그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낸 건 안내상이다.
백 연극 출신 배우들은 오광록이나 최일화처럼 작품은 바뀌어도 이미지나 연기 패턴은 유사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안내상은 공중파의 주말 불륜극(<조강지처 클럽>에서 케이블의 히트작(<별순검>), 마니아 드라마(<마왕> <한성별곡>)까지 종횡무진했다. 그의 출연작을 보면 2007년 드라마가 얼마나 다양했나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차 사실 그는 지난해에도 채널만 돌리면 얼굴은 보이는데 이름은 잘 연결이 안 되던 배우였다. 재미있는 게 그가 이름을 알린 게 <한성별곡>이다. 이 드라마는 소수 취향의 드라마였는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배우가 뜬 경우다. 그만큼 드라마를 즐기는 패턴의 변화를 보여준 케이스이기도 하고.
# 배우의 발견, <케세라세라>의 정유미
백 캐스팅의 반전이라고 할 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케세라세라>의 정유미다. <사랑니>나 <가족의 탄생>에 출연할 때만 해도 감독이 특별한 애정과 역량으로 그 친구 속에 있는 200%를 꺼내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인디적인 느낌도 강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드라마에다 전형적인 캔디 연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내가 오해를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차 <케세라세라>의 은수는 어떻게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선택을 계속하는데 다른 배우가 했다면 그만큼 설득력이 있었을까. 정유미는 그 행동들이 모두 진짜 고민 끝에 나온 선택처럼 보이게 하는 힘이 있더라.
백 결국 실장님 만나는 캔디인데 김정은이나 김희선이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캔디다. 자존심이 있으려고 노력하는 캔디가 아니라 진짜 자존심이 있는 거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방식의 연기를 한달까. 이제는 대하사극에 나온다고 해도 기대가 된다. 재발견이라면 강호동을 빼놓을 수 없다. 1년 전 만 해도 엠씨계는 유재석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물론 그는 여전히 톱이지만 이제는 투톱 시대다.
# 육식동물 강호동의 성장
차 양대 엠씨지만 둘은 굉장히 다르다. <무릎팍 도사>가 워낙 공격적인 프로그램이라 더 그렇게 보이겠지만 강호동의 에너제틱함에 비하면 유재석은 이제 좀 심심하다. 강호동은 1 대 1로 마주보는 상황에서 동물적으로 순발력을 발휘한다. <엑스맨>이나 <야심만만>에서 우리가 알던 강호동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무릎팍 도사>에 이어 확인시켜준 게 <1박2일>이다.
백 유재석이 초식동물이라면 강호동은 육식동물이다. 또 유재석에게는 1인자라는 부담이 운신의 폭을 좁혔을 수도 있다. 사실 ‘무모한 도전’이나 예전 프로그램을 보면 유재석은 훨씬 더 끼가 많은 사람인데 이제 국민 엠씨가 됐다. 안성기가 국민 배우라고 하지만 존경하는 배우와 좋아하는 배우는 다른 거다. 전에 유재석을 ‘플레잉 코치’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정리하고 다독이는 코치만 하는 거 같다.
차 뭘 입었든 정장 입은 진행자로 각인이 되는 거다. 반면 강호동에게는 긴장감이 있고, 그게 매력이 된다. 사실 지금의 <무한도전>이 주는 긴장감이나 재미는 다른 출연자들이 좌충우돌하면서 끌고 나가는 데서 나온다.
백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이제는 국민 엠씨라는 부담이나 일등 신랑감으로 여성들이 주는 로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호동을 이기라는 게 아니라 그게 유재석이 오래 살아남는 방법 아닐까. 마지막으로 서울의 발견, 또는 강북의 발견을 덧붙이고 싶다. 여지껏 드라마에서 젊은이나 연인들의 배경 또는 세련된 이미지의 동네는 압구정동 같은 강남이었다. 그런데 <케세라세라>의 종로 낙원빌딩, <메리대구공방전>의 북촌과 남산, <커프>의 홍대와 부암동 등 다양한 한국적 정취들이 카메라의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 서울의 재발견, 강북의 약진
차 올해만큼 드라마에서 서울이 다양하게 보여진 적이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선능역 어디 커피빈은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드라마 촬영팀이 왔는데 이제는 주택가와 홍대 골목 사이로 카메라가 들어온다. 그런 면에서 몰랐던 생활공간의 곳곳을 발견하고 눈 자체가 즐거웠던 한해였다.
백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굵직한 대형 스타를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다. 올해도 <거침없이 하이킥>을 비롯해 다양한 신인들을 배출했지만 대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스타는 없었다. 기존 배우의 재탄생이든, 난생 처음 보는 신인이든 기무라 다쿠야처럼 온 국민이 ‘숑’ 갈 수 있는 동경할 만한 남자배우를 드라마에서 보고 싶다.
차 나는 잘 빠진 장르 드라마를 보고 싶다. 작년에 장르물의 기운이 보였고 올해 몇개 시도가 되면서 성과와 한계를 보여줬다. 이런 시행착오와 성과를 바탕으로 짜릿할 만큼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장르 드라마를 내년에는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정유미의 활약
2007 티브이가 찾은
보물이여 고마웠다 한해가 끝날 즈음 <하얀 거탑>의 장준혁 과장과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와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 등 화제를 날렸던 인물과 작품들이 다시 호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시청률과 최고의 화제만이 2007년의 텔레비전을 빛낸 건 아니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날카로운 눈썰미로 ‘2007년 텔레비전의 발견 5’를 찾아냈다. # 일상으로 들어온 게이 코드 백은하 2008년 충무로에서 민규동 감독의 <서양 골동 양과자점>이나 유하 감독의 <쌍화점>처럼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하는 게이 코드 영화들이 등장하게 된데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와 범이의 공이 크다. 코믹하면서도 소년들의 오묘한 분위기가 게이 코드를 귀여우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것으로 세뇌시키듯 거의 매회 등장했다. 차우진 옛날에 게이 코드라면 무겁고 진지하거나 비장하고 목숨을 건 운동처럼 다뤄져서 오히려 논란을 일으켰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민 라인도 그렇고 <커피 프린스 1호점>도 그렇고 게이 코드를 샤방하게 그리면서 게이 코드에서 일상적인 친숙함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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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발견들. 친숙해진 동성애 코드, 또는 새로운 남자들의 발견(〈거침없이 하이킥〉).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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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해진 노출수위의 발견(〈메디컬 기방 영화관〉). 오씨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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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배우 정유미의 발견(〈케세라세라〉).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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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강호동의 재발견(〈무릎팍 도사〉).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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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발견(〈메리대구공방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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