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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골 하나로도 시청률 들썩이게 한다는 케이블 섹시 스타 서영의 꿈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가슴골 하나로도 시청률 들썩이게 한다는 케이블 섹시 스타 서영의 꿈
최근 케이블 스타로 상종가를 치는 서영(23)은 화면에 그의 가슴골이 드러나면 시청률 1%(케이블 채널의 최고 시청률은 4%대다)가 들썩인다는 섹시 아이콘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서영=섹시미’라는 단순 공식 주변에는 급변한 방송 환경 변화와 섹스 코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식 변화, 또 성에 접근하는 20대의 태도 변화 등 다양한 층위의 변화 양상들이 포진해 있다.
“노출? 그래봤자 연기에 불과한 걸”
이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 서영이 노출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브의 유혹> 캐스팅 때였다. 테이블 건너편의 감독이 “근데 노출 연기가 좀 있어서 말이죠”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자 곧바로 서영의 답변이 돌아왔다. “연기는 현장에서 얘기해 주세요. 작품 내용하고 캐릭터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2000년대에 탄생한 섹시 스타는 80년대 스크린에서 ‘앵무새 몸으로 운’ 아가씨들보다 당차고 90년대 비디오의 바람난 ‘부인’들보다 경쾌하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으로는 서영의 선택이 의아할 만하다. 중앙대 연극학과 연기 전공이라는 나름의 정식 배우 코스를 밟았고 데뷔작은 그에게 ‘착한 가슴’이라는 별명을 선사한 문화방송 드라마 <여우야 뭐 하니>였다. 이 작품에 이은 <달자의 봄>에서도 호의 어린 시선을 받았다. 이후 공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케이블로? 왜 노출 연기를? 물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 거침없다. “주인공이라는 점이 끌렸어요. 공중파에서 조연을 하면서 주연이 될 때까지 경력을 쌓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주연을 하면 다양한 연기를 해야 하니까 같은 시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잖아요. 그리고 케이블은 공중파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까 전혀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첫 주연이었던 <이브의 유혹>을 비롯해 <색시몽>, 최근 케이블 채널을 강타한 <메디컬 기방 영화관>까지 서영의 출연작들은 일종의 분기점 같은 드라마다. 케이블 섹스 코드 드라마의 초점이 노출에서 이야기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시청자층도 여성까지 폭이 넓어졌다. 김지우, 강은비, 신이 등 공중파나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 케이블로 넘어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걸 예견하고 서영이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다. “세 작품 모두 제가 벗었다는 것만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응이 좋았던 건 결국 각기 다른 재미를 가진 드라마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브의 유혹>은 팜므파탈로 등장하는 스릴러였고, <색시몽>은 내가 약간 푼수로 나오는 코미디였고, <메디컬 기방 영화관>은 화면이 아주 예쁜 퓨전 사극이잖아요. 그냥 벗기만 하는 거였다면 반응도 별로였겠죠. 저도 재미없어서 안 했을 거 같고.”
그래도 궁금하다. 정말 부담이 없나? 정말로? “사실 저는 노출 연기에 대해서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으니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죠. 물론 옷 벗고 카메라 앞에 돌아다니면 스텝들한테 창피하긴 하죠. 하지만 그래 봤자 이건 연기잖아요. 그리고 사실 성인이면 누구나 하거나 알고 있는 그런 거구요. 학교 친구들이나 교수님들도 잘하라고 응원해 주시는데요!” 정작 그에게 고민이나 부담을 주는 건 노출이 아니라 연기다. 사극을 하면서 본인의 목소리 톤이 튀는 것 같은 게 걱정스럽고 눈물 연기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이다. 이를테면 이달 말부터 방영되는 <서영의 스파이>(온스타일)는 영화 <미스터 히치>처럼 서영이 드라마를 통해 데이트 코치를 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제작사는 그의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길 바란다. “아직은 저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게 한정돼 있다는 걸 알아요. 노출 연기를 하니까 술 담배도 잘할 거야, 이렇게 아무런 연관도 없는 억측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걱정은 안 해요. 제가 원래 아주 긍정적인 성격이거든요.(웃음)”
김윤진, 데미 무어, 앤절리나 졸리…
데뷔한 지 불과 1년 만에 열 개 가까운 출연작 목록을 만들 만큼 숨가쁘게 뛰어온 이유는 하나다. 고 2때 그의 진로를 180도 바꾼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1초 만에 결심했어요. 그래, 저거야. 마음먹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제 성격 아니까 부모님도 지금까지 저의 선택을 지지해 주셨구요.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까지의 모든 과정은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확신이 들 때까지 내공이 쌓이면 그때 화려하게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좋아하는 배우는 김윤진. 당찬 인상이 닮고 싶은 배우란다. “남자배우보다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아요. 지금 봉태규와 함께 찍는 영화 <가루지기>도 재미있지만 주연을 하게 되면 <지 아이 제인>의 데미 무어나, <툼 레이더>의 앤절리나 졸리처럼 섹시한 몸이 아니라 튼튼한 몸을 보여주는 여장부 같은 역을 해보고 싶어요.”
글·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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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기방 영화관〉에서 야심 많은 기생 매창으로 출연하는 서영(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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