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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육영수 여사는 잊어버려라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후보 부인들의 유세장 연출한 아침 티브이
개성 없는 현모양처들의 쇼가 지루했다오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대선 후보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따라가는 동안 아침 프로그램들은 영부인 후보들이 주인공인 또 하나의 유세장을 연출한다. 누가 누가 잘하나? 다 똑같아서 판단 불가라는 게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오른쪽)씨와 드라마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씨의 안타까운 판정이다. 정석희 문화방송의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한국방송 <아침마당>, 에스비에스의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까지 방송 3사가 차례로 돌아가면서 대통령 후보 부인들을 출연시켰다. 그런데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똑같아서 재방, 삼방을 보는 것 같았다.ㅠㅠ 조진국 모두 입을 맞춘 듯 진솔함을 강조하시던데 내 성격이 꼬인 걸까. 출연 전에 캠프에서 분명히 콘셉트를 회의하고 시나리오를 짰을 텐데, 문제는 그 콘셉트가 하필 ‘진솔함’으로 다 똑같이 겹친 거지.(웃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부인상은 딱 하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모두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거 아니겠나.
왜 다들 남편의 그림자 같기만 한가 정 육영수 여사가 아직도 롤 모델인 거다. 머리 스타일부터 행동거지까지 그 이미지를 벗어나면 욕 먹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게 노태우 대통령 영부인인 김옥숙씨 때부터 시작됐다. 육 여사와 반대 이미지인 이순자씨가 엄청 욕을 먹으면서부터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 같다. 조 수수한 것도 좋지만 이제는 한국에도 재클린 케네디나 에바 페론처럼 세련되고 개성 강한 퍼스트 레이디가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정 맞다. 여성 시이오(CEO)가 증가한다는 기사도 나오고 여성 노동인구도 증가했는데, 영부인 후보들은 모두 직업도 없고 남편의 그림자 같기만 하다. ‘나’는 없고 남편이 어떻다는 이야기만 하니 남편 학력이 곧 자기 학력이 되고, 남편 직업이 곧 내 직업인 중년 주부들과 별다를 게 없더라. 조 보는 사람의 이중잣대도 있는 것 같다. 영부인 힐러리의 적극성에는 호의적이면서 우리 사회로 돌아오면 아내로서의 여자는 참하고 조신하기만 바라는 거다. 그러니까 후보들의 정치적 색깔은 각양각색인데도 부인들은 현모양처형으로 획일적이다. 정 사실 어쩌면 박근혜씨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세련된 패션감각과 건강한 여성성과 발랄함으로 인기를 끌지 않았나.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대통령 부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여전히 크게 상충된다. 조 영부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의 답도 여성, 환경 등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교과서적인지. 정 남편인 대통령이 뭔가 잘못된 일을 할 때 어떤 식으로 그런 걸 막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차별성도 드러나고 재미있었을 텐데. 조 그리고 왜 다들 엘리트 출신에 중산층 이상인데 그렇게 어려웠던 과거 이야기만 하는 거지? 또 밥상은 왜 그렇게 소박해? 드라마에 보면 기업 중역이나 정치가 같은 사람들 집은 화려하고 밥상도 진수성찬이던데 그게 가짜였던 말인가?(웃음) 정 얼마 전에 이명박 후보 부인이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는 게 사진에 찍혀서 롱샴 가방을 들고 있는 문국현 후보 부인 사진과 비교하는 기사가 나왔다. 나는 그런 기사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백억원 재산가가 시장 바구니만 들고 다닌다면 그게 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쓰지 않으면 누가 쓰나. 차라리 부인이 나와서 내가 다른 것보다 정말 예쁜 구두 욕심은 많은데 이제 그런 걸 자제해야 하니 개인적으로 좀 속상하기도 하다, 이런 말을 했으면 더 진솔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말이다. 앞으로는 레드카펫의 배우들을 보는 것처럼 후보들이나 부인들의 패션감각을 밝고 재미있게 논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도 없지만. 명품 가방 쓴다고 비난하는 것도 문제
정 주부로서 지켜보면 분명히 남편한테 플러스가 되는 사람도 있고, 마이너스가 되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 보면서 나는 어떤 아내인가라는 반성도 되고(웃음). 그런데 좀 안됐기도 하다. 요새 연예인 부부 보면서 쇼윈도 부부라고 하는데 정치인 만큼 쇼윈도 부부가 있을까. 이혼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전날 싸워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또 내조형 현모양처로 변신해야 하지 않나.
조 맞다.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더라. 텔레비전에서 모두 그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나온 것도 결국 자기 본래 성격을 자제하고 유권자가 원하는 캐릭터로 세팅을 한 것 아닌가.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게다.
정 주말 밤에 한 문화방송 특별 다큐 <텔레비전을 좋아하세요?>는 꽤 참신한 프로그램이었다. 텔레비전은 흔히 바보상자라고 불리지 않나. 특히 배운 사람들일수록 텔레비전은 안 본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텔레비전은 기득권층이 아니라 노인처럼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매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하지만 외로움이야말로 나라도 구제 못하는 것 아닌가.
조 많이 배운 사람들은 대체로 경제력도 있고 놀 거리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지 않나. 그러니 텔레비전을 하찮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정 나도 20대 때는 바쁘고 친구들도 만나고 연애하고 이러느라 텔레비전을 거의 안 봤던 것 같다. 지금은 텔레비전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잘났어, 정말!”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온다.(웃음)
조 그런데 나 역시 주말에 약속 없고 한가할 때 몇 시간씩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고, 내가 바보가 돼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나는 텔레비전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도 말이다!(웃음)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는 주입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죄책감이 생기는 것 같다.
정 거기 보면 단수보다 정전이 더 무섭다고 말하는 어떤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티브이를 못 보니까 말이다. 사실 티브이를 보다가 대화하듯이 혼자서 자문자답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리고 텔레비전 때문에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된다고도 하는데 막상 실험해보면 식구들이 밥 먹고 각자 방으로 흩어져서, 텔레비전 보면서 하던 짧은 대화마저 사라진다는 게 실험결과라지 않나.(웃음)
텔레비전을 좋아하세요?
조 근데 요새는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두 대 이상 되니까 또 취향 따라 각방 들어가서 본다. 사실 티브이의 유용성, 무용성을 논하는 건 이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만큼이나 무의미한 이야기다. 뭐라 뭐라 해도 텔레비전만큼 영향력이 큰 매체는 없지 않나.
정 나 같은 주부한테 텔레비전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유일한 통로다. 사실 주변에 만나는 사람도 뻔하고 그 사람들의 성향도,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도 비슷한데 텔레비전을 통해 다른 세계 사람들, 다른 생각을 만난다. 예를 들어 <환상의 짝꿍>을 보면서 우리 애들 어렸을 때와 너무 다른 요즘 꼬마들을 알게 되고, 또 <시골에서 자자>를 보니까 시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개성 없는 현모양처들의 쇼가 지루했다오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대선 후보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따라가는 동안 아침 프로그램들은 영부인 후보들이 주인공인 또 하나의 유세장을 연출한다. 누가 누가 잘하나? 다 똑같아서 판단 불가라는 게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오른쪽)씨와 드라마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씨의 안타까운 판정이다. 정석희 문화방송의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한국방송 <아침마당>, 에스비에스의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까지 방송 3사가 차례로 돌아가면서 대통령 후보 부인들을 출연시켰다. 그런데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똑같아서 재방, 삼방을 보는 것 같았다.ㅠㅠ 조진국 모두 입을 맞춘 듯 진솔함을 강조하시던데 내 성격이 꼬인 걸까. 출연 전에 캠프에서 분명히 콘셉트를 회의하고 시나리오를 짰을 텐데, 문제는 그 콘셉트가 하필 ‘진솔함’으로 다 똑같이 겹친 거지.(웃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부인상은 딱 하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모두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거 아니겠나.
왜 다들 남편의 그림자 같기만 한가 정 육영수 여사가 아직도 롤 모델인 거다. 머리 스타일부터 행동거지까지 그 이미지를 벗어나면 욕 먹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게 노태우 대통령 영부인인 김옥숙씨 때부터 시작됐다. 육 여사와 반대 이미지인 이순자씨가 엄청 욕을 먹으면서부터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 같다. 조 수수한 것도 좋지만 이제는 한국에도 재클린 케네디나 에바 페론처럼 세련되고 개성 강한 퍼스트 레이디가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정 맞다. 여성 시이오(CEO)가 증가한다는 기사도 나오고 여성 노동인구도 증가했는데, 영부인 후보들은 모두 직업도 없고 남편의 그림자 같기만 하다. ‘나’는 없고 남편이 어떻다는 이야기만 하니 남편 학력이 곧 자기 학력이 되고, 남편 직업이 곧 내 직업인 중년 주부들과 별다를 게 없더라. 조 보는 사람의 이중잣대도 있는 것 같다. 영부인 힐러리의 적극성에는 호의적이면서 우리 사회로 돌아오면 아내로서의 여자는 참하고 조신하기만 바라는 거다. 그러니까 후보들의 정치적 색깔은 각양각색인데도 부인들은 현모양처형으로 획일적이다. 정 사실 어쩌면 박근혜씨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세련된 패션감각과 건강한 여성성과 발랄함으로 인기를 끌지 않았나.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대통령 부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여전히 크게 상충된다. 조 영부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의 답도 여성, 환경 등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교과서적인지. 정 남편인 대통령이 뭔가 잘못된 일을 할 때 어떤 식으로 그런 걸 막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차별성도 드러나고 재미있었을 텐데. 조 그리고 왜 다들 엘리트 출신에 중산층 이상인데 그렇게 어려웠던 과거 이야기만 하는 거지? 또 밥상은 왜 그렇게 소박해? 드라마에 보면 기업 중역이나 정치가 같은 사람들 집은 화려하고 밥상도 진수성찬이던데 그게 가짜였던 말인가?(웃음) 정 얼마 전에 이명박 후보 부인이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는 게 사진에 찍혀서 롱샴 가방을 들고 있는 문국현 후보 부인 사진과 비교하는 기사가 나왔다. 나는 그런 기사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백억원 재산가가 시장 바구니만 들고 다닌다면 그게 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쓰지 않으면 누가 쓰나. 차라리 부인이 나와서 내가 다른 것보다 정말 예쁜 구두 욕심은 많은데 이제 그런 걸 자제해야 하니 개인적으로 좀 속상하기도 하다, 이런 말을 했으면 더 진솔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말이다. 앞으로는 레드카펫의 배우들을 보는 것처럼 후보들이나 부인들의 패션감각을 밝고 재미있게 논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도 없지만. 명품 가방 쓴다고 비난하는 것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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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육영수 여사는 잊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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