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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준은 오빠를 가슴으로 느낀 거야

등록 2007-12-05 21:51수정 2007-12-08 10:28

경준은 오빠를 가슴으로 느낀 거야
경준은 오빠를 가슴으로 느낀 거야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Q 명박 오빠의 팬입니다, BBK 연루의혹의 무고함을 밝혀주소서

어떤 문제든 정답 주시는 상담계의 전래동화 어준님, 전 명박오빠의 해맑은 토목주의 세계관에 매료되어 그를 향한 흠모가 불길처럼 타오르는 20대 처자입니다. 그런데 최근 비비케이(BBK) 사건으로 소녀, 정신적 아노미, 경험하고 있어요. 다행히 얼마 전 오빠 소속사 한나라에서 결정적 증거라며 경준의 메모와 편지, 공개했더군요. 하지만 전 그게 왜 결정적인지 해독이 안 돼 애타는 마음에 질문을 드립니다. 제발 어준님의 지혜로 오빠의 무고함을 만천하에 밝혀주시어요. 아참, 제 성은 대요, 이름은 선특집 이랍니다. 꾸벅.

A

0. 비비케이로 인한 정신적 찰과상에 다정도 병인 양 하는 수많은 영혼 중 하나신데, 사실 그 두 문건만 면밀 검토해도, 앞뒤 윤곽, 간파돼요. 어떻게. 자, 포인트 몇 가지 체크해 보자고.

1. 두 문건 보면, 첫 사업제안 받는 자리에서 바로 자본금 정하고, 회사 정관 정하고, 스톡옵션 정하고, 회사 이름 논의해요. 그리고 열흘 후 기냥 회사 설립해 버리지. 메모 쪼가리 딱 한 장 보고. 그럼 겨우 몇 십억짜리 회사에 쩨쩨하게 사업타당성 따위나 따지란 말이냐, 버럭. 오빤, 그때 그러신 거라. 오, 오빠의 이 호방한 성정. 이 호연지기. 감동적이지 않니? 극소수 인간들은 첫 제안 받는 자리서 그게 다 결정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의심하지만 걔들 말, 절대 듣지 마. 걔들, 좌파야.

2. 두 문건에서 회사 정관에 꼭 넣어야 한다며 나오는 문구. “명박오빠 없인 모든 결정이 무효다!” 이 문구가 비비케이 정관에 또 등장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어, 비비케이 명박 거네, 이러는 건데. 아니죠. 한나라, 설명했잖아. 비비케이 정관, 경준이 위조했다고. 사실 한나라 설명이 좀 부족하긴 했지. 위조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잖아. 근데 이 위조는 오빠만 이득을 보거든. 그럼 경준은 왜 멀쩡한 자기 회사를 남에게 준다고, 몰래, 위조한 걸까. 더구나 이건 나중에 위조한 게 아니에요. 둘이 동업 시작 직후인 2000년 5월, 금감원에 신고된 내용이걸랑. 위조는 벌써 그때 했단 건데. 왜. 뭐 하러. 어찌 된 거냐. 자, 봐봐. 그 문건에서 경준은 오빨 어떻게 불러. 회장님 아냐. 회장님은 어때. 고독하잖니. 꼭대기, 고독해요. 킬리만자로 표범 봐. 경준은 명박의 우수 어린 눈매에서, 그 고독, 느껴버린 거라. 그러면서 그 고독, 꼭 치유해 주리, 다짐을 한 거예요. (이윤 묻지 마) 하지만 오빠에게 직접 고백할 순 없었어. 뭐랄까. 애틋한 수줍음이랄까. 그래서- 금감원에 신고를 한 거라. 회사 정관에 써서. 오, 제발 내 회사 의결권을 받아주오, 명박. 우리 모든 걸 함께해요, 명박. 이렇게. 혼자. 몰래. 일이 그리 된 거라. 어때. 깔끔하지, 설명. 뭐랄까. 좀 짠한 스토리지.

3. 첫 쪽지 보면 ‘eBank-Korea’란 도메인네임이 그 자리에서 정해져요. 경준이 미리 정한 거지. 제안 받는 쪽이 무슨 제안 받을지도 모르는데 미리 준비할 순 없잖니. 그런데 놀랍게도 이게 도메인네임일 뿐 아니라 1년 후 완성되는 오빠 금융그룹 전체의 명칭이기도 해요. 근데 먼저 그룹을 세우기로 하고 그리고 그 그룹 명칭 정한 다음에야, 그에 따른 도메인 나올 수 있는 거잖니. 그러니까 경준은 놀랍게도 첫 제안 하는 자리에서, 1년 뒤에나 만들어지는 회사까지 다 포괄하는, 오빠의 금융그룹 존재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단 말이 되는 거라. 그래서- 그날 미팅은 첫 제안 자리가 아니라, 오빠 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오랜 논의를 마무리하는, 막바지 미팅이었다, 이런 의심을 가질 수 있는 건데. 하지만 한나라, 뭐랬어. 그거 첫 제안이래잖니. 오빠 소속사니까, 참말이지. 그럼 어떻게 된 거냐. 한나라 설명은 무조건 맞는 고로, 남은 가능성은 딱 두 가지. 경준이 애기보살이다, 아니다, 오빠가 텔레파시 쏜 거다. 나로선 텔레파시에 한 표야. (이윤 묻지 마) 즉, 오빤 이렇게 쏜 거라. 경준, 내 곧 금융무림에 출수해 ‘이뱅크코리아’(eBank-Korea) 문파를 창립할 터, 내게 첫 사업제안 시 반드시 이 도메인으로 제안토록 하라… 일이 그리 된 거지. 간단하잖아. 우린 이런 걸 염력 비즈니스라 해요. 어때. 상쾌하지.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4. 또 있어요. 오빠의 형과 처남이 190억 비비케이에 투자하는데 “매형, 그 동업자 경준 있잖아요. 그 친구한데 190억 투자하기로 했는데 믿을 만해요?” 이런 거 오빠한테 절대 안 물어봤거든. 그래서 오빠는 그거 절대 몰랐다, 하시는 거고. 오빠는 어떤 사람이야. 해맑은 분이잖니. 오빠 믿지? 그런데 한 해 30억밖에 못하는 회사가 무려 190억을, 가족과 이미 동업하는 사람에게 투자하면서 의논 한 번 안 했단 게 말이 되냐, 알고 있었거나 자기 회사인 거 아니냐. 그런 의혹, 있는 거라. 이건 또 어찌 된 거냐. 지면 다 됐다, 나머진 딴지일보 가서 <비비케이 자해쇼> 읽어봐. 다, 설명돼 있어요.

PS-이 글 게재될 땐 검찰 발표 됐겠군. 혹여 검찰이 일말의 의혹, 남긴다 해도 절대 흔들려선 안 돼. 우리 오빤 절대, 뼁끼를 쓰지 않아요. 그럼 이만, 아멘.

김어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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