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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그들은 항공루트를 짠다

등록 2007-11-21 20:58수정 2007-12-03 10:45

세계일주 상상여행에 빠져든 폐인들, 목적지 넣었다 뺐다 하며 즐거운 놀이
세계일주 상상여행에 빠져든 폐인들, 목적지 넣었다 뺐다 하며 즐거운 놀이
[매거진 Esc] 세계일주 상상여행에 빠져든 폐인들, 목적지 넣었다 뺐다 하며 즐거운 놀이
노준석(27)씨는 세계일주 전문가다. 실제 전문가라기보다는 상상여행의 전문가다. 그는 한 번도 세계일주를 한 적이 없지만, 세계일주 항공루트 짜기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박사다. 세계일주 항공권을 들고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상담을 받는다. “군 시절 취미로 시작했다가 루트 짜는 재미에 빠져 들었다”는 그는 셀 수도 없는 항공 루트를 짰다. 특정 도시를 대면, 어떻게 가는지 무엇이 있는지 다 아는 정도. “때론 정말 가본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원월드와 스타얼라이언스 그리고 스카이팀

이미 세계일주 항공권을 들고 360일 동안 여행을 마친 여행작가 채지형(35)씨도 밤이면 습관처럼 루트를 짠다. 원월드 홈페이지(oneworld.com)의 항공 시각표를 뒤적거리다보면 충만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난 지금 런던에 있다.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선택지를 몇 개 정할 수 있다. 아일랜드를 갈까, 카나리아 제도를 갈까. 생각만 해도 이미 다 가본 것 같다. 이런 충만감이 어디 있으랴! 채씨는 “다음 목적지를 넣었다 뺐다 하는 게 재밌다”며 “어디든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느껴 좋다”고 말했다.

배낭을 메고 떠나야만 여행이 아니다. 사실 여행이란 게 돈 들고 피곤한 일 아닌가.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와 메모장만 있으면 세계일주 상상여행이 시작된다.

⊙세계일주 도구를 준비한다=세계일주 항공권에는 항공연합체에 따라 크게 세가지가 있다. 캐세이퍼시픽·란칠레항공 등이 모인 원월드와 아시아나·타이항공 등이 모인 스타얼라이언스(staralliance.com) 그리고 대한항공 등이 속한 스카이팀(skyteam.com)이다. 각 연합체 항공권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다르다. 항공사마다 취항 도시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일주 폐인들이 주로 빠져 드는 것은 원월드 홈페이지. 원월드는 란칠레 항공이 속했기 때문에 칠레의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와 모아이 석상이 서 있는 이스터 섬, 원시 자연이 보존된 갈라파고스까지 갈 수 있다. 반면 스타얼라이언스는 아시아·유럽 도시에 항공편이 많아 일정 짜기가 수월하다. 각 항공연합체마다 항공사 간 전자시각표, 마일리지 계산기 등을 제공한다.

⊙기본 골격과 세부 일정을 정한다=먼저 세계일주의 테마를 정해야 한다. 타히티, 이스터 섬, 세이셸, 모리셔스, 카나리아 제도, 캐리비안 등 남들이 안 가는 오지들만 연결하거나,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명 관광지를 묶기도 한다. 그 다음 대륙마다 주요 허브를 결정한다. 허브들을 이으면 세계일주의 기본 골격이 형성된다.


항공연합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도시 간 시각표를 검색한다. 원월드의 경우 3∼6개 대륙의 항공권을 달리 판다. 인천에서 출발할 경우 동쪽, 혹은 서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스타얼라이언스와 스카이팀은 마일리지를 사서 해당 운항거리만큼 차감하는 방식이다.

⊙마일리지 등 고려사항을 추가한다=노준석씨는 “똑같은 목적지도 다른 방법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루트 짜기가 더 재밌다”고 말한다. 세계일주 항공권을 통해 최대한 마일리지를 쌓는 게 목표인 노씨는 같은 길이라도 돌아가는 코스를 택한다. 운항 거리는 지구 모양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반경이 큰 적도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선호한다. “인천∼밴쿠버보다는 인천∼도쿄∼밴쿠버가 마일리지를 더 얻을 수 있고, 인천∼샌프란시스코∼밴쿠버에선 훨씬 더 많아진다”는 게 노씨의 설명이다.

이 밖에 세계일주 항공권 별로 복잡한 규칙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원월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단 한번만 횡단할 수 있고, 대륙 안에서 네번만 날아갈 수 있다.

⊙인터넷에 최종 루트를 올려 검증받는다=세계일주 여정을 최종 완성했다면, 아마 공항 코드 정도는 달달 외울 정도일 것이다. 항공권 검색을 할 때도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 이름을 치지 않고 ‘LAX’라는 공항 코드를 쳐서 시간을 번다. 완성된 세계일주 여정은 다음 카페 ‘오불 생활자’(cafe.daum.net/owtm)에 올려 ‘세계일주 폐인들’로부터 검증을 받는다.

오불 생활자에서 활동하는 정상구씨는 “스터디도 필수 코스 중 하나”라고 말한다. ‘정말로’ 세계일주를 결심한 이들이 주로 스터디에 모이는데, 서로의 루트를 견줘 보며 단점을 지적하고 풍부한 여정을 만든다. 세계일주 전문 여행사인 키세스항공(kises.co.kr)도 세계일주 전용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경솔하게 지르지 마라=세계일주 상상여행은 하룻만에 끝나는 놀이가 아니다. 각 항공사 홈페이지와 세계지도를 습득하다 보면 한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300만∼400만원짜리 항공권의 ‘지름신’이 강림할 수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배낭을 매지 않아도 좋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상상여행을 할 수 있다. 스타얼라이언스 홈페이지(왼쪽)와 원월드 홈페이지.
배낭을 매지 않아도 좋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상상여행을 할 수 있다. 스타얼라이언스 홈페이지(왼쪽)와 원월드 홈페이지.

6대륙 461만원, 5대륙 409만원

세계일주 정말로 떠나기… 원월드 항공권은 이집트에서 저렴

세계일주 루트 짜기는 그 자체로 ‘놀이’이긴 하지만, 세계일주 폐인들은 ‘사표 쓰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세계일주 항공권은 여행사와 항공사에서 판다. 무작정 가서 사는 게 아니라 세계일주 루트를 짠 뒤 사야 한다. 원월드 세계일주 항공권은 6대륙 461만원, 5대륙 409만원 정도. 스타얼라이언스·스카이팀 항공권은 3만9천 마일리지 431만원, 3만6천 마일리지 367만원 선이다. 가상에서나 현실에서나 가장 인기 있는 항공권은 원월드다. 이집트에서 사는 게 50만∼100만원쯤 싸다는 게 마니아들의 정설.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일주 항공권을 얻는 방법도 있다. 대한항공은 14만 마일리지를 모으면 스카이팀 세계일주 항공권을 준다.

세계일주 항공권이라고 해서 다르게 생긴 건 아니다. 루트에 따른 구간별 항공권을 프린트해 준다. 따라서 여정이 길수록 항공권 뭉치가 두툼하다.

이지영 키세스항공 이사는 “항공 여정 짜기보다는 세계일주의 테마를 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각 구간 항공권을 따로 사는 게 더 합리적인 경우도 많아 최근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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