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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탐욕은 보이기 싫소이다”

등록 2007-10-24 20:17수정 2007-10-26 16:35

도대체 누구야? / 배우 한상진
도대체 누구야? / 배우 한상진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드라마 <이산>에서 홍국영의 파란만장한 삶 펼치는 배우 한상진

“자다가도 웃음이 나와요.” 문화방송 드라마 <이산>에서 10회(15일 방영)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홍국영 역 배우 한상진(30)의 요즘 기분이다. 등장하자 마자 검색어 1위에 올라가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장금>을 보면서 ‘저 감독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고 흠모했던 이병훈 감독과 같이 일하게 된 것, 홍국영이라는 ‘남자 배우라면 누구든지 한번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 쟁쟁한 대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들으며 연기지도를 받고 밤샘 촬영을 하는 것도 꿈같이 행복하기만 하단다.

외가에선 노래자랑, 친가에선 받아쓰기

그럴 만하다. 올 초 <하얀 거탑>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때까지 7년 동안 “집안 식구들만 아는 ‘집안 배우’로” 활동 아닌 활동을 해왔으니 말이다. “배우 생활 접고 이민 준비할 때 기적처럼 <하얀 거탑>에 합류하게 됐어요. 그런데 드라마를 끝내고 내가 만든 함정에 내가 빠져버린 거예요. 한마디로 눈이 높아진 거죠. 이것저것 가리면 안 될 처지에 더 좋은 작품, 새로운 캐릭터만 고르다 보니 또 쉬게 돼버렸어요.” 이런저런 작품을 물리치던 그를 지켜만 보던 소속사에서 “<하얀 거탑> 같은 작품은 쉽게 나오지 않는 거야”는 말을 듣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 이병훈 감독에게서 “한번 보자”는 전화를 받았다.

“3차에 걸쳐서 오디션을 봤어요. 이병훈 감독이라면 무슨 역이라든지 하겠다고 했지만 제작 간부진 면접까지 보면서도 설마 홍국영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제가 봐도 파격 발탁인데 다른 분들은 얼마나 불안했겠어요?(웃음)” 대본 첫 리딩 때 관록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얼마나 하나 한번 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부담 때문에 버벅거리고는 첫 촬영을 끝내고도 ‘어떡하지? 감독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라는 걱정투성이였는데 뜻밖에 “인터넷에 난리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한상진은 “오랫동안 주류에 끼지 못해서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게 홍국영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한다. 대학교 졸업반 때 처음 원서 넣은 탤런트 시험인 에스비에스 공채에 합격하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을 때는 7년이나 단역 생활을 할 줄 상상도 못했다. “취직시켜 줄 테니까 이제 포기하라”는 가족들의 회유(?)에도 이골이 났다. “처음 2년은 그냥 버틴다고 생각했어요. 왜 나는 안 될까, 미치겠다는 불안감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5년 가까이 포스터 붙이고 무대 만드는 일부터 연기까지 하면서 선배들한테 이게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걸 배웠죠. 지금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간간이 기사화됐지만 한상진의 외가에는 현미, 노사연, 아일리 등 알려진 가수만 여러 명이다. 어릴 때 “외갓집에 가면 노래자랑하고 노는데, 친가에 가면 받아쓰기 시합을 시키는” 극과 극의 가족 분위기에서 자란 그는 재밌는 외가 식구들의 영향으로 “막연히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갔다. 입학 선물로 자동차를 받을 만큼 여유 있던 생활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아버지의 사업이 흔들리면서 뒤바뀌었다. “휴학과 복학을 계속 반복했어요. 등록금 버느라요. 김밥 배달부터 줄잡아 70가지 정도는 알바를 뛴 거 같아요. 정말 1만원이 없어서 친구들하고 못 어울렸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4년 동안 다니면서 졸업 직전에 에스비에스 공채시험을 봤는데 1차부터 3차 면접까지 똑같은 옷을 입고 가니까 심사위원이 옷이 그거밖에 없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앞으론 멋내는 역할 해보고 싶어요”

스포츠 선수(농구 선수 박정은)를 아내로 둬서인지 한상진은 스포츠 선수처럼 자신을 관리한다. 술 담배도 안 하고 “가정이 있으니까 술자리 같은 데서 늦게까지 어울리지 않아도 되는 핑계 거리가 돼서 좋다”고 한다. 일찌감치 스타였던 아내는 그가 스타는커녕 별다른 배역을 맡지 못할 때도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나 좋아해준 그의 첫번째 팬이다. 자기관리를 잘해서인지 전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꼬박 촬영을 하고 인터뷰 장소에 왔지만 한상진은 놀라울 만큼 활기차게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관리도 관리겠지만 지금 그는 홍국영이라는 인물에 흥분돼 있는 상태다. “홍국영의 파란만장한 삶처럼 캐릭터 자체가 하나로 정해졌기보다 계속 바뀌어가는 인물이에요. 그걸 어떻게 만들어갈까 긴장되는데 단순히 기름진 모습으로 홍국영의 탐욕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냉소적인 성격의 사람은 위로 올라갈수록 눈밑이 꺼지고 피폐해질 것 같거든요. 제가 설득이 돼야 시청자들도 설득할 수 있지 않겠어요?”

시종 진지하게 옛날과 지금 이야기를 쏟아내던 그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처음으로 실없어 보이는 말을 툭 떨어뜨린다. “멋내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머리 빡빡 깎고 가운 입은 의사와 도포자락 날리는 옛날 사람 말구요, 뭔가 옷도 근사하게 입은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 근데 제가 부드러운 거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 …, 하하.”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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