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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비밀을 지킨다

등록 2007-10-11 18:04수정 2007-10-11 18:15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②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②
[매거진 Esc] 닉 히스의 ‘호텔에서 생긴 일’ ②
톱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맞이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일들
타이 방콕에서 서울로 부임한 3월 이후에 영화배우·스포츠 스타·가수 등 많은 유명인들이 W호텔에 묵었어요. 그 가운데 W호텔에 대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맞이하는 일이었죠. 크리스티나는 6월24일 내한공연을 위해 W호텔에 머물렀어요. 잠깐 옆길로 새자면, W호텔에서는 우리만의 용어를 자주 써요. 그중 하나가 ‘WIP’에요. 저희는 W호텔에 묵는 손님들을 VIP(Very Important Person)대신 WIP라고 바꿔 불러요. 아길레라는 가장 지명도 높은 WIP였던 셈이죠.

50여명 스텝 세탁비만 1천만원 넘어

아길레라 같은 월드스타를 손님으로 맞는다는 건 보안을 유지하는 것부터가 큰 과제였죠. 크리스티나가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호텔 직원 모두가 ‘크리스티나가 W호텔에 묵는다’는 걸 알았지만, 친구와 가족 누구에게도 털어놓아선 안 되었어요. 전 매일 9시에 열리는 아침회의에서 직원들에게 “호텔에서 일어난 일은 호텔 안에 머무르게 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죠. 게다가 당시 크리스티나는 임신이었죠. 지금은 보도돼서 모두 알지만, 당시엔 비밀이었어요. 크리스티나는 심지어 W호텔에 머무를 때 파파라치를 피해 정문이 아닌 조그만 뒷문으로 오고갔죠. 그러나 우린 모두 프로였고, 비밀은 지켜졌어요. 다행히 어떤 기자도 아길레라를 단독 취재하러 W호텔에 어슬렁거리는 일은 없었어요.

아길레라가 W호텔에 머무르기로 확정된 뒤 매일 아침회의마다 객실·조리·시설 팀장 등 8명의 호텔리어들이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앉아 논의했어요. 모두들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고서를 만들어 토의를 벌였죠. 아길레라가 꺼려하는 색은 뭐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요리는 뭐지? 끼니마다 어떤 요리를 준비할까? 모두 질문을 던지고 모두 답변을 했어요. 전 매일 아침 준비 상태를 점검했어요. 환영행사도 당시 준비작업의 큰 부분이었죠. 환영행사를 위해서 장미꽃 수백 송이로 장식된 아주 커다란 부케도 준비했죠.

닉 히스 총지배인이 내한공연 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닉 히스 총지배인이 내한공연 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아길레라를 위해 일단 아름다운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급 객실을 준비했어요. 그러고 나서 별도의 설비들을 착착 준비해나갔죠. 크리스티나가 낮에도 잠들 수 있도록 창에 커튼이 아닌 별도의 빛 차단기를 설치했어요. 최고급 사양의 디브이디 플레이어도 빠뜨릴 수 없었죠. 또 아침회의 시간 대부분은 크리스티나가 데리고 온 대규모의 스텝을 맞이하는 일에 할애됐어요. 크리스티나는 로드 매니저, 무대 매니저, 경호팀은 물론 심지어 전속 요리사도 데리고 왔어요. 얼추 50명은 됐을 거예요. 바로 옆에 있는 쉐라톤워커힐 호텔에 나눠 묵었지만 만만찮았어요.

아길레라와 공연팀을 포함한 스텝들 세탁비만 1천만원이 넘었어요. 내한공연을 봤던 한국 관객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크리스티나의 무대의상은 희디흰 옷이었어요. 말도 마세요, 세탁 담당 말고는 함부로 옷을 건들지도 못했죠. 게다가 그 수많은 옷들을 시간에 맞춰 세탁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한국 사람들 “빨리빨리”란 말 좋아하죠? 공연의상들 세탁에 관한 한 저도 “빨리빨리”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까다로운 요구 없이 평범한 식사

아길레라가 임산부였기 때문에 특별히 요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크리스티나가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요리를 싫어하는지는 일일이 말하긴 어려워요. 그건 프라이버시고,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건 호텔리어들의 ‘황금률(Golden rule)’이거든요. 분명한 건 크리스티나는 ‘메가 스타(Mega star)’임에도 전반적으로 까다롭지 않았어요. 음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죠. 아마 오랜 기간 공연여행을 해서 그런지 일반인들과 똑같이 식사했어요. 하루는 아침식사로 살라미(이탈리아식 소시지), 파마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먹더군요. 그게 끝이었어요. 크리스티나는 전속 요리사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W호텔 주방장이 그 사람과 공동으로 준비작업을 했죠. 설령 전속 요리사가 오지 않았더라도 전 W호텔의 주방에 자신이 있어요. 어떤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렇지만 크리스티나는 까다로운 요구 없이 평범한 식사를 했어요. 크리스티나처럼 다른 스텝들도 성격들이 둥글둥글했어요. 내한공연을 마치고 나서 모두 W호텔 바에 나와서 즐겁게 춤추고 놀면서 파티를 했어요. 한국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향하는 날 로드 매니저가 “정말이지 W호텔이 좋아요”라고 말하더군요. 대성공이었어요.

닉 히스 W서울워커힐호텔 총지배인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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